[창간] 목소리 커진 이용자들,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지 1년 반, 비대면과 비접촉의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업계도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총 12부작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과 시장 분석,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해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중요하게 떠오른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소통'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재택근무 등의 언택트(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 방식을 도입한 기업들이 빠르게 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소통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게임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이후 게임업계는 게이머와의 '소통'이 새로운 중요 키워드로 떠올랐고, 이 소통이 게임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어났다.
사실 코로나 시국 이전까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의견으로, 게임 운영이 변모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그나마 버그나 오류가 수정되는 선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용자들 역시 "게임이 다 그런 것"이라고 넘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게임 게시판이나 일부 커뮤니티에 불만을 토로하는 등의 미온적인 움직임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이용자들은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거나, 운영상의 문제가 생기면 "그 게임은 원래 그래"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넘어 '트럭 시위', '1인 시위' 심지어 '국민 청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의 문제를 공론화시켜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고 있다.
지난 2월 발생한 넷마블의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의 ‘트럭 시위’가 대표적이다. 지난 게임 내 이벤트로 주어진 재화를 일괄 회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운영 측의 대응에 분노한 이용자들은 넷마블 본사에 이를 항의하는 트럭을 보내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로 게임 시장 전반에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넷마블 역시 몇 차례에 걸쳐 공지를 밝혀 사과를 전했지만, 한번 들끓은 이용자들의 움직임은 이미 이전과 같은 방식의 대응으로는 막을 수 없는 정도였다. 결국, 넷마블은 2월 6일 백영훈 부사장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고객 간담회를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하여 해당 사건의 경위와 이에 대한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해당 시위 이후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H2',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 다양한 게임 이용자들이 연달아 본사로 트럭을 보내 시위를 벌였다. 게임 시장 전반에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게임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달라진 태도는 확률형 아이템과 불통 운영으로 갈등을 빚고 있던 게임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에게 확률에 따라 다양한 아이템을 얻거나 강화에 성공하는 등의 긍정적인 면모도 있지만, 점차 재미보다는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나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여기에 확률 조작 및 확률 변동에 대한 의심도 날이 갈수록 커졌지만, 게임사들은 소통보다는 ‘문제가 없다’는 대답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고, 게임사의 ‘자율 규제’ 방안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본인들이 직접 과금을 진행하면서 확률에 대한 의혹을 구체적으로 밝혀나가거나, 공중파 제보는 물론, 국회의원들에게 투서를 보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였다.
그 결과 게임사들은 수십 시간에 걸쳐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대규모 간담회를 진행하여 불만을 접수하고, 확률 이슈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확률형 아이템을 기본부터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게임사들도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 중 하나는 MZ세대가 게임 시장 이용자의 주요 고객으로 진입한 것과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큰 가치를 두고 있고, 무엇보다 게임에 매우 익숙한 세대다.
이들 MZ세대는 게임을 잘 모르는 기성세대와 달리 게임사들의 부당한 행동과 부실한 답변에 즉각 반응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과거 온라인시절부터 이어온 주먹구구식 운영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더욱이 이들은 게임 속의 소통과 교류를 게임의 퀄리티와 동등하게 평가한다. 게임의 퀄리티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용자와 소통하지 않고, 운영이 불공정하다면, 이들에겐 그저 낡고 재미없는 불량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게임사들 역시 이전까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게임 내 정보와 콘텐츠 의도부터 설계까지 모두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경우가 늘었고, 이러한 변화에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도 생겨났다.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피파온라인4가 그 예 중 하나다. 피파온라인4는 지난해 4월 게이머들이 운영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이에 넥슨과 개발사 EA 코리아 스튜디오는 즉각 대응에 나서 중요 임원이 영상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대규모 설문조사와 함께 총 3차에 걸친 공지를 통해 이용자를 위한 보상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1년간 총 25차례에 걸쳐 소통을 주제로 한 공지를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움직임에 나서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에게 꾸준한 소통으로 어필했다.
메이플스토리 역시 지난 4월 확률형 아이템과 운영에 문제에 대해 무려 8시간에 걸친 유저 참여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큰 이슈에 휩싸였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지켜본 인원만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간담회였다.
해당 간담회에서 넥슨의 강원기 디렉터는 “낡은 운영과 소통의 부재를 해결하겠다”라는 사죄의 뜻을 밝히며 유저들의 수많은 질문에 답했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이전까지 미공개였던 아이템 및 캐릭터 강화 확률과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변화를 약속했다.
이후 넥슨은 간담회 이후 진행한 업데이트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상당수 적용했고, 홈페이지에 확률 작동 결과를 매월 게시하고, 새로운 커뮤니티 창구를 열어 놓는 것은 물론, 주요 개발진이 업데이트 콘텐츠를 직접 소개하는 영상을 지속해서 공개했다.
이들 게임은 아직 이용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소통의 움직임을 보인 이후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각종 지표에서도 이전의 성과를 회복하는 중이다.
이처럼 이제 게임 시장에서 소통은 단순히 운영에 필요한 요소가 아닌 게임의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의 경우 디렉터가 직접 콘텐츠 업데이트를 소개하고, 유저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여 게임 내 콘텐츠 및 콜라보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 각종 게임에서 이탈한 인원 이른바 ‘난민’이 대거 유입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물론,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지만, 모든 상황에 통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게임사의 정책이나 시스템을 악용하는 일부 이용자 역시 분명히 존재하고, 이용자들의 의견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 여기에 게임사 역시 보상을 남발하고, 무턱대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게임에 반영했다간 자칫 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애정하는 게임에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이용자들을 상대로, 본래의 개발 의도와 컨셉을 유지하며, 소통을 통해 콘텐츠를 개선하고, 밸런스를 개선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도입할 시기가 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게임 업계 역시 단순히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중견 게임사를 중심으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 지배 구조)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과연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진 지금. 이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성과를 거둘 게임사는 과연 어디일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