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웹툰에서 영화까지 IP 확장에 매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자사가 보유한 IP(지식재산권)의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게임의 세계관을 활용한 웹툰이나 웹소설, 영화 등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세계관의 결합을 통한 신작 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펼치는 모습이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로는 크래프톤을 꼽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배우 마동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크래프톤의 대표작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PUBG Universe)'를 담은 영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래프톤은 생존이라는 주제 아래 '펍지 유니버스'의 각기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3개의 웹툰을 준비 중이며, 할리우드의 제작자 아디 샨카(Adi Shankar)를 '배틀그라운드' 기반의 애니메이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크래프톤은 아디 샨카와 협업해 '펍지 유니버스'를 확장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제작한다.
크래프톤의 '펍지 유니버스'의 확장은 게임 분야에서도 계속된다. '데드 스페이스'를 제작한 글렌 스코필드와 제작진이 모여 개발 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배틀그라운드의 250년 뒤 미래를 그리며, 하나의 유니버스로 연결한다.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전투와 제작 그리고 루팅을 통한 자원 획득이 기반인 서바이벌 게임 '카우보이'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모바일 RPG '서머너즈워'를 선보인 컴투스도 빼놓을 수 없다. 컴투스는 자사의 대표작인 '서머너즈워'의 IP 확장을 위해 워킹데드로 유명한 스카이바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스카이바운드)와 긴밀하게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스카이바운드에 투자까지 진행했다.
컴투스는 스카이바운드와 함께 지난 2019년 '서머너즈워'의 1억 다운로드 돌파를 기념해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프렌즈 앤 라이벌'을 선보이며 IP 확장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서머너즈워 유니버스 바이블'을 구축해 전체 세계관을 정리했고, 이를 기반으로 코믹스 시리즈인 '서머너즈워: 레거시'를 올해 4월 선보였다.
여기에 컴투스는 확장된 세계관을 기반으로 신작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을 올해 선보였으며, MMORPG 장르로 탄생하는 '서머너즈워: 크로니클'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컴투스는 웹콘텐츠 전문 제작사 케냐즈와 합작회사 정글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승리호'로 유명한 VFX와 CG 전문 기업 위지윅스튜디오 등에 투자를 진행해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 IP를 확장할 환경을 구축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현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IP를 활용한 드라마 '천월화선'을 제작했다. 드라마 제작은 중국 최대 드라마 제작사 중 하나인 '유허그 미디어'와 함께했고, 아이돌 엑소(EXO) 출신 루한이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는 현지에서 19억 조회 수를 돌파하는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스마일게이트는 판을 할리우드까지 넓혔다. 지난 2020년 '크로스파이어'의 영화 제작을 위해 미국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게임 IP를 활용한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3월 영화 '신과 함께'로 유명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손잡고 콘텐츠 제작을 위한 조인트벤처(JV)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다양한 멀티 콘텐츠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넥슨의 동향도 주목할만하다. 넥슨은 월트디즈니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하며, 미국 할리우드에 영상화 전문 조직인 '넥슨 필름 & 텔레비전'도 신설했다고 알렸다.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넥슨의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 합병(M&A), 경영 개발, IP(지식재산권) 관리 및 파트너십 등을 총괄한다. 동시에 '넥슨 필름 & 텔레비전'도 맡아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및 엠바크 스튜디오 개발 신작 등 넥슨의 글로벌 IP의 영향력 및 가치 확장에도 나선다.
이외에도 다수의 게임사가 자사 IP 확장을 위해 웹툰이나 웹소설 등으로 제작하고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IP 확장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들의 경쟁사는 이제 게임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 진출을 밝히기도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와 업종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기도 하다. 당장은 물론 미래를 위해서 IP 확장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