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게임으로 나오면 불안한 IP

게임업계에는 몇 가지 징크스가 있다. 인기 시리즈도 유독 3편에서 평가가 낮아지는 '3편 징크스'나, 유명한 배우나 인물이 게임 속에 주연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면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거나, EA의 스포츠 게임 표지모델로 선정된 선수는 그해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등 여러 징크스가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으로 나오기만 하면 유난히 성적이 좋지 않거나 평가가 나락으로 향하는 게임 IP도 존재한다.

이들 게임은 부실한 그래픽이나 원작을 멋대로 해석한 괴랄한 설정 그리고 원작 파괴에 가까운 게임성까지 원작 팬들의 기대를 멋지게 배신하며, 이들의 뒷목을 잡게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특히, 이 괴상한 게임에 데일만큼 데인 원작 팬들이 "이제 게임으로 나온다는 소식이 무섭다"라는 반응까지 보일 정도로 이들 IP는 게임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워해머40k 던오브워3
워해머40k 던오브워3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워해머 40000' 이른바 ‘워해머 40K’다. 게임즈 워크숍의 인기 '미니어처 게임'인 ‘워해머 40K’는 오랜 시간 쌓여온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오로지 전쟁만이 펼쳐지는 암흑의 세계를 다룬 매력적인 이야기로 수많은 게임사의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의 평가는 하나 같이 좋지 못하다. ‘던오브워2’나 ‘스페이스 마린’ 등 몇몇 수작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그냥 자기가 만드는 게임에 워해머 스킨을 입혀 놓은 것 같은 상상 이상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페이스울프
스페이스울프

일례로 턴제 전략으로 등장한 ‘스페이스 울프’나 보드게임을 그대로 게임으로 옮긴 ‘스페이스 헐크’ 등의 게임은 지루하기가 이를 데 없어 몇 천 원에 판매되고 있는 등 워해머 40K 게임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괴작들이 다수 존재한다.

더욱이 지난해 출시된 ‘던오브워3’는 확장팩 하나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중단을 선언해 이를 구매한 이들(본 기자 포함)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고, 최근 멀티플레이 FPS로 출시된 ‘네크로문다 하이드로건’ 역시 영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등 ‘워해머 40K’ 게임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형제라 할 수 있는 ‘워해머 판타지’는 인기가 낮아 세계관이 '에이지 오브 시그마'로 리뉴얼 되었지만, ‘블러드 보울’이나 토탈워 시리즈와 만난 ‘토탈워 워해머’ 등의 평가와 재미를 모두 잡은 게임이 존재하는 상황. 이에 ‘워해머 40K’ 팬들은 “제발 이상한 개발사에 IP 넘기지 말라”며 게임즈 워크숍에게 항의를 넘어 간청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해리포터 혼혈왕자
해리포터 혼혈왕자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게임으로 나오면 팬들을 긴장시키는 게임 IP 중 하나다. 21세기 이후 가장 성공한 판타지 소설로 불리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흥행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의 영화와 각종 미디어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IP 중 하나다.

현실에서는 이토록 성공을 거두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해리포터 시리즈이지만, 게임에서는 유독 이 영향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 해리포터 게임은 놀랍게도 소설 전권이 모두 게임으로 출시된 바 있는데, 2001년 소설의 시작인 ‘마법사의 돌’부터 마지막 시리즈 ‘죽음의 성물’까지 전 작품이 영화 출시와 함께 게임으로 등장했다.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실제로 첫 작품인 ‘마법사의 돌’의 경우 호그와트의 분위기를 나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작품은 비슷한 플레이가 계속 반복되어 혹평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이는 EA의 책임이 큰데, 해리포터 시리즈의 게임 판권을 가진 EA가 영화 개봉에 맞추어 게임을 발매하다 보니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이 주된 이유였다.

더욱이 이들 PC와 콘솔로 개발된 작품보다 넷마블의 ‘호그와트 미스터리’ 등의 모바일 게임이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상황. 이에 원작 팬들은 오는 2022년으로 발매일이 연기된 워너브라더스의 오픈월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에 희망을 걸고 있는 중이다.

이영도 작가의 대표 소설 드래곤라자
이영도 작가의 대표 소설 드래곤라자

국내에서도 이런 “나오기가 무서운 게임 IP”가 존재한다. 바로 이영도 소설 원작 게임들이다. 이영도 작가는 ‘드래곤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퓨처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등 국내 판타지 소설을 대표하는 다수의 작품을 출판한 인물이다.

하지만 유독 이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유난히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게임이 없어 잔혹사에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드래곤라자 게임들이다.

이 드래곤라자의 IP를 활용한 게임은 하나같이 기대 이하의 망작으로 손꼽힌다. 과거 이소프넷이 2001년 선보였던 드래곤라자 온라인은 2011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로코조이(현 에이프로젠게임즈)에서 선보인 드래곤라자M은 다른 게임에 드래곤라자 IP를 덧씌운 형태로 발매되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드래곤라자2
드래곤라자2

여기에 중국 스카이문스 테크놀로지가 2019년에 선보인 ‘드래곤라자2’는 무려 “드래곤을 타고 다니는" 원작 팬들이라면 기겁할 만한 시스템으로 온갖 악평과 비난 속에 처참히 서비스가 종료되기도 했다.

이렇듯 나오는 게임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드래곤라자 게임은 최근, 에이프로젠게임즈의 ‘드래곤라자 오리진’과 코원의 ‘드래곤라자EX’가 하반기 출시를 예고하며, 명예회복에 나선 상황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 이미지
눈물을 마시는 새 이미지

이영도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 역시 드래곤라자 못지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9년 12월 크래프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작 모바일 MMORPG ‘눈마새’를 소개했다. 개발진이 대담을 나누며, 게임을 소개하는 가벼운 영상이었지만, 정작 내용은 팬들이 커뮤니티에 분노의 글을 도배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동양풍의 심오한 세계관과 독특한 종족이 다수 등장하는 원작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결혼 시스템이 도입된데다, 게임 자체가 '2018 지스타'에서 크래프톤이 공개한 '프로젝트 BB'와 흡사해 만들던 게임에 눈마새 스킨을 입혔다는 비난에 휩싸였기 때문.

눈마새 마루나래 러프 스케치
눈마새 마루나래 러프 스케치

물론, 크래프톤 측이 '프로젝트 BB'가 초기 기획부터 '눈마새'를 염두에 두고 만든 프로젝트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우거나 천사 날개를 지닌 여성 캐릭터와 판금 갑옷이 등장하는 것 같이 소설과 다른 창작물(?)이 다수 확인되어 이마저도 실패했다.

현재 크래프톤은 지난 5월 새로운 원화 2종을 공개하며, ‘눈마새’ 프로젝트를 원점부터 다시 설계하여 개발한다는 입장을 밝혀 팬들을 위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상황. 이에 '드래곤라자' 게임 2종과 '눈마새'까지 다수의 소설 IP 게임을 마주할 게이머들은 과연 이번에는 괜찮을 지 의심반 기대반의 시선으로 게임의 출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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