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요즘 중국 게임도 이렇게는 안 만든다 ‘히어로즈 테일즈’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중국산 게임들이 매출 상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 중국 게임은 MMORPG 위주의 국내 게임들과 다른 형태로 진화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방대한 콘텐츠와 이벤트 그리고 의외의 퀄리티로 고평가를 받기도 하며, 유명 만화 및 애니메이션의 IP를 생생하게 살려낸 게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엉망진창 번역과 자동전투, 자동사냥, 자동육성으로 대표되는 중국산 웹게임의 시스템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긴 것에 불과했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정도 최근 등장하는 중국 게임들은 여느 국내 대형 게임사 못지않은 퀄리티와 색다른 콘텐츠로 무장한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작품이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로 37게임즈의 ‘히어로즈 테일즈’가 그것이다.
지난 7월 1일 출시된 히어로즈 테일즈는 모바일 MMORPG 장르의 작품이다. 출시 이후 하위권에 머물러있던 이 게임은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으로 급격히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금일(3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6위까지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게임의 매출과는 별개로 정작 게임에 대한 평가는 비루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콘텐츠, 그래픽, 게임성 전반에 걸쳐 다른 게임들과 비교되며, 왜 이 게임이 이토록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를 정도다.
실제로 플레이해본 '히어로즈 테일즈'는 "이게 2021년에 나온 게임이 맞나?" 싶은 뻔하고, 구태의연한 시스템과 구글 번역기 저리 가라 수준의 번역 퀄리티를 선사하는 과거의 중국 모바일게임 같은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로그인 화면의 경우 알파벳만 붙여 서버만 늘어놓은 무성의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모든 서버가 원활하다고 표시되었지만, 정작 캐릭터 생성이 금지된 서버가 상당수 있는 데다 모든 서버가 알파벳으로만 구분되어 있어 처음 접속할 때부터 어떤 서버에 들어가야 할지 매우 혼란스럽다.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한 게이머들의 이탈이 예상되지만, 게임 접속 후에는 더 경악할 만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출시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번역 & 더빙 퀄리티다.
‘히어로즈 테일즈’는 모든 시나리오와 영상이 풀 더빙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성우들이 4~5명 정도에 불과하고, 두 명 정도를 제외하면 발음과 연기가 일반인 수준이라는 것. 캐릭터 선택마다 내뱉는 대사는 "직원이 녹음했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고, 대사 역시 중국어를 그대로 직독직해하여 한글로 변화시킨 수준이다.(혹여나 게임을 해볼 이라면 여성 마법사와 남성 성직자의 대사는 꼭 들어볼 것을 추천)
더욱이 ㄹ 발음을 굴려서 말하거나, 특정 문장에 중국식 성조(聲調)가 들리는 등 중국 게임 유튜브 광고에서나 들을 법한 음성이 거슬려 “그냥 중국 성우 써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이 와중에 음원 품질도 낮아 몇몇 대사는 들리지도 않고, 대사를 완료하기 전에 끊기는 것과 같은 초보적인 사운드 작업 실수가 계속 반복되어 사운드를 끄고 게임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쾌적할 정도다.
그렇다면 게임성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히어로즈 테일즈’의 게임성은 타 게임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퀄리티가 낮고 부실하다.
중국 게임의 강점은 따라가기 버거울 만큼의 다채로운 이벤트와 일일, 주간, 시간대별로 세밀하게 구성된 던전과 같은 즐길거리 가득한 콘텐츠 그리고 간편함이다.
‘히어로즈 테일즈’ 역시 이러한 중국 게임의 큰 틀은 따라가고 있다. 우선 게임을 진행할수록 해금되는 던전과 전투 콘텐츠도 상당히 많고, 간편한 파티 매칭 시스템과 수 십개의 서브퀘스트 등 게임 내 할 거리가 상당수 존재한다.
여기에 전투에 직접 참여하며, 별도의 히든 스킬(필살기)를 보유한 펫이 등장하는 펫 시스템과 룬 세트를 모아 능력치를 높이는 룬 시스템 등의 육성 요소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다만, 이를 진행하는 자동 시스템이 상당히 불편하다. 중국 게임을 하면서 ‘진행의 불편함’을 느껴볼 줄은 몰랐지만, 이 게임은 퀘스트를 선택하면 이동과 전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중국 게임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퀘스트마다 하나씩 선택창과 대사를 클릭해줘야 한다.
더욱이 전투의 경우 조금이라도 캐릭터를 움직이면 바로 자동 모드가 해제되고, 다시 자동전투에 돌입하기까지 딜레이가 생기거나 어떨 때는 바로 적용되는 등 시스템이 상당히 들쑥날쑥하다.
또, 보스전의 경우 수동전투를 유도하는 듯한 범위 공격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래픽이 좋은 것도 아니고, 타격감을 앞세워 수동전투에 공을 들인 액션 게임도 아닌 데다, 자동 시스템까지 불안한 이 게임에서 왜 수동전투를 유도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상당히 많은 전투 던전이 파티 플레이를 필요로 하는데, 앞서 설명했듯 서버 생성 제한이 걸려 있어 사람이 적은 서버에 입장할 경우 이 파티를 모으기가 정말 힘들다. 수 십만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끄떡않는 서버 기술력을 자랑하는 중국의 게임이고, 파티 플레이를 중심 콘텐츠로 내세웠음에도 왜 서버 통합 매칭이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러한 시스템과 퀄리티를 지니고 있음에도 ‘히어로즈 테일즈’의 유료 콘텐츠 시스템만큼은 정말 세밀하고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할수록 늘어나는 결제 유도 광고창과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온 편지 속에서 뿅 하고 튀어나오는 시간 한정 상품을 보노라면 절로 얼굴에 미소가 띄워질 정도다.
더욱이 라플라스M과 같은 서버 랭킹 순위에 따라 받는 보상과 혜택이 달라지는 이른바 서버 랭킹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어 아무리 시골 서버라도 PvP 상위 랭킹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이처럼 ‘히어로즈 테일즈’는 비록 중국 게임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게임 콘텐츠와 전투 시스템을 지니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서버 랭킹 시스템과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펫 시스템 그리고 룬 세트 등 확실하게 검증된 과금 요소를 바탕으로 매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게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최근 등장하는 중국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고, 이전보다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히어로즈 테일즈’는 냉정하게 말해 중국 게임의 장점조차 찾아보기 힘든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