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미소녀, 메타버스. 다양한 타겟 노리는 넥슨의 멀티플렉스 전략
올해 별다른 신작 없이 계속 조용한 모습을 보이던 넥슨이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넥슨은 지난 5일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현재 준비중인 신작들을 대거 공개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이정헌 대표는 “향후 넥슨의 10년, 그 이후를 이끌어나갈 IP를 만들고자 한다며,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 가능한 새로운 IP를 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신작들을 보면 이 같은 발언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겠다는 의욕이 느껴진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게임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0여종의 신작을 공개했으며, 대다수가 신규 IP로 구성되어 있어, 넥슨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차세대 IP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신작들의 다양한 장르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대작 게임 하나, 그리고 자신 있는 주력 장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넥슨은 전혀 다른 타겟층을 동시에 노리는 멀티플렉스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넥슨의 강력한 개발력을 기반으로, 각각 장르의 마니아들의 눈높이까지 맞출 수 있는 퀄리티를 선보여, 모두 각자의 장르에서 장기간 흥행하는 게임으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다.
가장 먼저 나올 신작은 미소녀 마니아들을 노리는 코노스바 모바일이다. 이 게임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이하 '코노스바')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 게임으로, "이세계로 넘어간 은둔형 외톨이 소년의 모험" 이른바 ‘이세계 전생물’의 원작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원작의 개성적인 매력을 게임에서 똑같이 구현하기 위해 전편 스토리를 풀 보이스로 구성한 것은 물론, 고퀄리티 일러스트와 Live2D 연출 등으로 2020년 2월 일본 출시 이후 현지 애플 앱스토어 인기게임 1위, 최고 매출 3위권에 진입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서브컬쳐 장르에는 뚜렷한 인기작이 없는 상황인 만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소녀 마니아들의 이목이 이 게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물론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중세풍 백병전 게임인 프로젝트HP도 강렬한 개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넥슨을 대표하는 개발자인 이은석PD가 총괄하고 있는 이 게임은 30명 이상의 이용자가 근거리에서 맞붙어 싸우는 대규모 백병전을 구현했으며, 다양한 루트로 적진을 공격 혹은 방어할 수 있고, 게이머들과 협력하여 거대 공성 병기를 운영하고 상대는 이를 방어해야하는 등 전장의 한복판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히트, 오버히트, V4 등을 성공시킨 넷게임즈에서는 프로젝트 매그넘이라는 슈팅 게임을 준비했다. 프로젝트 매그넘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루프슈터 장르의 게임으로, 번지의 인기작 데스티니처럼 슈팅 장르에 MMORPG의 성장 요소를 붙인 것이 특징이다.
PC & 콘솔로 개발 중인 게임인만큼 해외 유명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그래픽 퀄리티와 근접, 원거리, 마법 등 다양한 스킬과 와이어를 이용한 특수 이동, 호쾌한 전투가 가능한 다양한 총기를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게임도 준비했다. 차세대 놀이공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 MOD는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넥슨의 대표적인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관련 그래픽 리소스는 물론,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로 자유롭게 추가해 소셜 공간, 생활형 콘텐츠 등 다양한 놀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
넥슨은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MOD메이커라는 제작 툴을 통해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용자들이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이외에도 공성전의 대중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대형 PC MMORPG 프로젝트ER과 수집형의 강점을 극대화시킨 프로젝트 SF2 등 인기 장르 뿐만 아니라, 다소 실험적인 게임이 될 해양 탐사 어드벤처 DR, 대전 액션 게임 P2, 전통적인 1인칭 던전 크롤러 P3 등 인디 스타일의 게임들까지 다양하게 신작 라인업을 준비했으며, 넥슨의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한 던전앤파이터 IP 신작 프로젝트 오버킬,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마비노기 모바일, 테일즈위버 IP를 활용한 테일즈위버M 등 기존 팬들을 위한 라인업까지 폭넓게 준비하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모든 게임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전세계 어느 개발사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나, 게임성보다는 돈이 우선이라는 기존 넥슨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도전적인 시도는 높게 살만 하다. 이번에 준비중인 신작들이 넥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