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가 힘이다. 미래를 자신하는 국내 IP 부자들
전 세계적으로 유명 IP(지식 재산)을 활용한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사들의 성장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의 역사를 함께 하는 리니지가 모바일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20년 전에 많은 학생을 잠을 못 자게 했던 ‘디아블로2’가 ‘레저렉션’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제 유부남들이 된 그들을 다시 잠 못 자게 만드는 것처럼, 과거의 추억과 현대 기술의 만남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경제력을 가지게 된 성인들에게 어린 시절의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라는 것은 그 어떤 마케팅보다 더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IP라는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깜짝 등장한 신예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강력한 IP로 자리 잡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오랜 기간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 게임사 중 대표적인 IP 부자를 꼽자면 엔씨소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 ‘리니지’와 함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뿐만 아니라,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길드워’, ‘트릭스터’ 등 다수의 인기 IP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MMORPG 장르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큰 편이다.
최근 몇 년간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다른 게임사들은 따라오지도 못하는 천상계를 구축하더니, 올해도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로 상위권에 올랐으며, 오는 11월에는 리니지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자신하는 ‘리니지W’의 글로벌 출시도 앞두고 있다.
최근 지나친 과금 유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는 하나,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리니지W’의 과금 정책을 대폭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과금 모델까지 바꾼 ‘리니지W’가 엔씨소프트의 기대만큼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는 물론 서구권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아이온’과 ‘길드워’ 신작에도 날개가 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출시 때부터 콘솔 게임 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블레이드&소울’ 시리즈의 신작을 액션에 특화된 콘솔 버전으로 내놓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를 주도하는 3N으로 불리는 넥슨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IP 부자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IP가 없을 뿐이지, IP 종류만 따지면 엔씨소프트를 훨씬 능가한다.
최근 모바일로 부활한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마비노기 영웅전’, ‘테일즈위버’, ‘어둠의전설’, ‘아스가르드’ 등 MMORPG부터 캐주얼 라인업까지 고르게 갖추고 있으며, ‘바람의 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등 이미 모바일로 성과를 낸 IP도 있다.
엔씨소프트와 비교했을 때 MMORPG 장르의 IP가 다소 약하기는 하나, 장르의 폭이 넓고, 대상 연령층도 다양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IP에만 의존하지 않고, ‘프로젝트 매그넘’, ‘프로젝트 HP’, ‘프로젝트 ER’ 등 신규 IP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넷마블은 주력 매출원 중 외부 IP를 활용한 게임의 비중이 높아서 3N 중에서 자체 IP가 가장 약한 게임사라는 평이 많았지만, 지속적인 IP 확보 노력으로 자체 게임의 비중을 높여가는 중이다.
넷마블의 대표 IP인 ‘세븐나이츠’는 ‘세븐나이츠2’에 이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까지 시리즈를 계속 늘려가고 있으며, PC 온라인 게임에 주력하던 시절 인기 게임이었던 스톤에이지와 A3도 모바일 게임으로 부활시켰다. ‘모두의 마블’은 오랜 서비스로 인해 인기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보드 게임 분야에서는 경쟁작이 없는 독보적인 IP이며, 쿵야 캐릭터로 잘 알려진 ‘야채부락리’ IP 역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현재는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마블 퓨처 레볼루션’, ‘제2의나라: 크로스 월드’ 등 외부 IP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긴 하나,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CCR의 ‘RF온라인’ 원천 IP를 인수하는 등 IP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언제든 IP 부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편이다.
‘검은사막’ IP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강력한 신규 IP 개발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게임어워드에서는 서구권 콘솔 게임 시장을 겨냥한 신작 ‘붉은사막’을 공개해 주목을 받더니, 올해 게임스컴에서는 새로운 메타버스로 주목받은 ‘도깨비’로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아직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고 있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아버지로 유명한 민 리 개발자를 영입해 개발하고 있는 ‘플랜 8’도 기대작이다.
준비하고 있는 신작들이 모두 슈퍼 IP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는 게임들이다 보니, 벌써 인지도는 ‘검은사막’을 능가한 것 같은 분위기다.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국내 게임 업계 대장주로 떠오른 크래프톤은 아직은 배틀그라운드 IP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테라’, ‘엘리온’ 등 MMORPG 라인업에도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고, ‘칼리스토 프로토콜’, ‘썬더 티어 원’, ‘프로젝트 타이탄’, ‘프로젝트 카우보이’ 등 신규 IP 발굴에 적극인 만큼 이후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게임은 없지만, ‘열혈강호 온라인’, ‘나이트 온라인’, ‘귀혼’ IP 등을 보유한 엠게임이나, ‘오디션’, ‘그라나도 에스파다’, ‘헬게이트’, ‘탄트라’, ‘위드FC’ IP 등을 보유한 한빛소프트도 IP의 가치를 끌어 올려줄 한방을 기대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