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2021 롤드컵’ 무엇을 남겼나?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2021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2021 롤드컵') 한 달간의 뜨거운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롤드컵은 유난히 이슈 거리가 많은 대회였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진출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일본의 데토네이션 포커스미(DFM)가 조별 예선 진출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고, 유력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펀플럭스 피닉스(FPX)가 예선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되는 등 시작부터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
한국 LCK의 선전도 빛났다. 지난 10월 11일(현지 시간)부터 18일까지 진행된 16강 그룹 스테이지에서 LCK 대표로 출전한 담원 기아, 젠지, T1, 한화생명 e스포츠(이하 한화생명)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젠지가 속한 D조의 경우 네 팀 모두 3승 3패를 기록하면서 네 팀 모두 순위 결정전을 진행하는 스포츠 역사에서도 찾기 힘든 초유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젠지는 순위 결정전에서 팀 리퀴드와 매드 라이온스를 차례로 제압하고 조 1위를 차지해 마지막 8강 진출을 신고했다.
LCK의 강세는 4강까지 이어졌다. 8강 스테이지에서 담원 기아, 젠지 T1 모두 최종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면서 4강 진출팀 중 3팀이 LCK로 채워졌다. 이는 ‘2016 롤드컵’에서 SK텔레콤 T1(현 T1), 삼성 갤럭시, 락스 타이거즈가 동반 4강 진출을 달성한 이후 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여기에 2명의 핵심 선수가 한국인으로 이뤄진 중국의 4강에 EDG까지 진출하면서 4강 진출팀 중 한국인 비중이 무려 85%에 달하는 이색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4강전의 백미는 담원 기아와 T1의 경기였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담원 기아와 롤드컵 최다 우승이라는 전통의 명가 T1의 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평가 속에 전 세계 LOL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경기 내용 역시 역대 롤드컵 최고의 매치로 꼽기 충분했다. 선수들의 실력과 숨 막히는 운영, 치밀한 벤 픽 싸움. 그리고 상대의 의중을 찌르는 깜짝 카드까지 LOL 프로대회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기가 펼쳐졌고, 승리한 담원 기아와 패배한 T1 모두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결승전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힘겹게 결승에 오른 EDG와 비교해 막강한 전력을 선보인 담원 기아의 우세가 예상되었으나 경기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담원 기아는 1세트부터 야스오를 꺼내든 모험 수가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말자하’, ‘트런들’ 등의 이색 챔피언을 등장시켰으나, 이는 EDG의 기세만 올려주었다.
특히,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높은 티어(등급)으로 손꼽히던 챔피언 ‘트위스티드 페이트’, ‘그레이브즈’, ‘아펠리오스’를 EDG에게 번번이 넘겨주어 결승전 내내 단 한 세트도 초반 우위를 점한 적이 없을 만큼 벤 픽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결국 ‘패승승패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EDG의 우승으로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인 미드라이너 '스카웃'(이예찬)은 2016년 SK텔레콤 T1을 떠나 중국 무대로 자리를 옮긴 이후 6년 만에 팀의 첫 롤드컵 우승을 이끌며, 2021 롤드컵 MVP에 등극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울러 스카웃과 함께 대활약을 펼친 원거리 딜러 ‘바이퍼(’박도현)도 그리핀, 한화생명에서 이루지 못한 프로 첫 롤드컵 우승을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경기가 끝난 이후 각종 이색 기록도 쏟아졌다. 매년 롤드컵 기간 진출팀의 승패를 맞추는 승부 예측 이벤트 ‘승부의 신’의 경우 단 한 명의 우승자도 나오지 않았다. 펀플럭스 피닉스의 조별 예선 탈락과 EDG의 우승 등 유난히 이변이 발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롤드컵 결승전에서 LPL 팀에게 LCK 팀이 최초로 패배하는 기록도 쓰였으며, 2021 롤드컵 4강전부터 승리를 거둔 팀이 ‘승패패승승’을 기록하는 현상이 결승전에서도 반복되는 이색 결과가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