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엔씨소프트가 블록체인과 NFT를 도입하는 의미

11월 11일 오전 9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가 발표한 컨콜 내용은 게임업계를 휘둥그레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엔씨(NC)가 향후 자사 게임에 NFT와 블록체인을 연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엔씨(NC)는 지난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리니지W'의 NFT 블록체인 연계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갑작스러운 NFT 연계 발표에 업계 일각에서는 '엔씨(NC)가 여러 악재로 주가가 떨어지자 방어 하기 위해 급하게 발표부터 한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표출하는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와 블록체인이라니,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 로고
엔씨소프트 로고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 자산에 '고유의 인식 값'을 부여하는 것으로, 경로가 투명하고 위조가 불가능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이러한 NFT와 블록체인 기술이 연계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 내 자원이나 아이템 등의 디지털 자산이 어느 한 이용자의 것이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또 나아가 현실 실물 경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부여된다.

이런 의미가 확장되면 게임 내에서 NFT나 블록체인과 연계된 자원이나 아이템을 획득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으로 발전하고, 그래서 '플레이투언'(Play To Earn, 이하 PTE) 게임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PTE 게임 시대가 열렸는데, 유독 타 회사들보다 엔씨(NC)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빌도, 컴투스도, 네오위즈도, 선데이토즈도, 넥슨까지도 PTE를 언급했 으나 사람들의 시선이 엔씨(NC)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0여년 이상 서비스가 진행되어온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20여년 이상 서비스가 진행되어온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그것은 바로, 엔씨(NC)가 서비스해왔던 다양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들이 이미 과거부터 PTE 게임과 흡사한 방향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마다 분석이 다르긴 하겠지만, PTE 게임의 본질은 게임 속 세계의 재화가 현실의 돈으로 가치를 가지느냐다. 게임에서의 활용성을 위해 사람들이 현실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겠느냐? 라는 질문이 바로 PTE 게임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리니지'로 대변되는 엔씨(NC)의 MMORPG들은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기 전부터 그러한 현실적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엔씨(NC)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리니지' 속 아이템을 위해 기꺼이 현실의 돈을 투입했고, 또 그러한 현실의 돈과 '리니지' 게임 속 아데나가 순환 구조를 이루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엔씨(NC)가 서비스하던 '리니지' 시리즈는 애초에 블록체인이나 NFT를 도입하지 않았을 뿐 본질적으로 PTE 게임의 습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엔씨(NC)에서 자사의 게임에 NFT와 블록체인을 연계한다는 뜻은 소위 말하는 '안전한 거래소'를 게임 안에 품게 해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미 완성된 PTE 게임에, 안전한 거래를 보장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W'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W'

엔씨(NC)가 가지는 이 같은 포지션은 타 게임에 비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PTE 부분에 대한 검증이 끝났으니, 이제 기술적으로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지금 여러 게임사들이 미친 듯이 열정적으로 PTE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엔씨(NC)가 아닌 회사들 중에 PTE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제 겨우 위메이드에서 '미르4'에 접목해서 성공 발판을 마련했고, 플레이댑에서 '드래곤 블러드'로 성과를 맛봤을 뿐이다.

캐주얼 게임이나 방치형RPG 등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게임들에 NFT를 도입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고, 내년부터 여러 게임들이 앞다투어 NFT로 나온다 한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 막 PTE에 대한 R&D를 시작한 타 회사들과, 이미 20년 가까이 PTE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엔씨(NC)의 대결은 결과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엔씨(NC)의 홍원준 CFO가 "블록체인 게임이 저희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고 준비하고 있다."라며 "(엔씨소프트가) 가장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NFT 결합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도 그만한 노하우와 자신감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현재 이만한 노하우를 블록체인 시절 이전부터 가진 곳은 두 군데 정도다. 엔씨(NC)와 블리자드. '디아블로' 시리즈의 아이템이 가지는 가치를 보면, 블리자드 또한 막강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할만하다.

애초에 '디아블로3'에서 그러한 가치를 알고 거래소를 독점하려던 것이 블리자드 아니었나. 블록체인과 NFT 시스템 기술이 결합된다면 향후 블리자드의 행보도 위상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리니지W'에 블록체인을 연계할 날이 과연 올 것인가
'리니지W'에 블록체인을 연계할 날이 과연 올 것인가

각설하고, 본질적으로 보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어서, 소위 게임성이 없고 재미가 없어서 썰렁한 게임에 나오는 아이템을 굳이 돈 주고 살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PTE 게임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만능 키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내년 말 즈음만 되더라도 이 열기는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본다. 잘 되는 게임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견고한 가상세계를 만들어내고, 안되는 게임들은 아무리 PTE라고 우겨도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즉, 게임사들도 당장 블록체인과 NFT의 접목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게임성에 집중하고, 그런 가운데 고도의 전략적 장치로 가치가 있는 자원을 생성해나가는 쪽으로 고민의 틀을 바꿔야 한다. '게임이 먼저다', NFT와 블록체인에 열광하는 이들은 이 문구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즈음이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