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전의 MMORPG 전문가들이 뭉친 스타트업 ‘레드랩게임즈’
“온라인 MMORPG는 다수의 사람이 함께 협동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추억을 공유하는 재미를 지닌 장르입니다. 하지만 최근 과도한 과금, 이용자를 배신하는 운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죠. 저희 ‘레드랩게임즈’는 다시 한번 MMORPG의 본질을 만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9월 ‘레드랩게임즈’의 공식 출범으로, 게임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신현근 대표의 말이다.
‘레드랩게임즈’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스타트업이다. 비록 20명 규모의 작은 규모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바 있는 업계의 잔뼈 굵은 인물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업계 경력 20년이 훌쩍 넘는 중고 신인들의 스타트업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너는 남들 다 은퇴 준비할 나이에 무슨 창업을 하냐?’라고요.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니 나이에 창업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겨보라고 응원도 해줬습니다”
어떤 이유로 창업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신현근 대표는 멋쩍게 대답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신규 스타트업의 대표이지만, 사실 신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소문난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23년간 네오위즈, 엔트리브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거대 규모의 게임사에서 근무하며, ‘팡야’, ‘프로야구매니저’, ‘에오스 레드’ 등 매출 1,000억을 훌쩍 넘는 게임들의 개발, 사업, 실무, 경영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특히, 블루포션게임즈의 대표를 역임하며, 개발을 총괄한 ‘에오스 레드’는 지난 2019년 구글플레이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돌풍 속에 누적 매출 7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직접 서비스를 진행한 해외 시장에서도 2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로 ‘레드랩게임즈’의 인력들 또한, 전작의 핵심 개발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게임 개발부터 서버 기술 및 해외 직접 서비스까지 진행한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들로 이뤄져 있다.
짜내기 식 과금, 배신의 운영에서 벗어난 MMORPG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품을 만들 것
그러면 개발력부터 서비스까지 검증을 받으며, 중고 신인이라고 할 법한 신생 스타트업 ‘레드랩게임즈’는 어떤 게임을 개발 중일까? 신현근 대표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전통 한국 MMORPG의 문법에 충실한 게임을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 MMORP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Pay to Win’(돈을 써야 승리하는) 성향이 짙어진 이후 막장 운영부터 이용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운영과 통수 패치가 계속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선입견이 점차 커지고 있죠. 하지만 MMORPG는 분명 엄청난 매력을 가진 장르인 것은 분명하죠. 그래서 저희는 이 MMORPG의 본질적인 재미에 충실한 작품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한국형 MMORPG 이른바 ‘K-RPG’의 핵심 요소는 PK(이용자 간 대결)와 사냥이다. 이용자가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얻게 되면 이 아이템이 거래소로 들어가고, 아이템을 판매하고 구매하며 성장한 게이머들이 PK로 다시 맞붙게 되는 일종의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K-RPG’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된 이후 극단적인 자본의 논리에 빠진 게임사들이 확률 아이템, 뽑기 아이템 등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BM(비즈니스 모델)의 도입과 아이템의 가치를 훼손하는 패치와 운영 문제를 일으키며, K-RPG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사실.
이에 신현근 대표는 오랜 시간 게임을 개발한 자신들의 노하우를 담아 과도한 과금과 아이템의 시세에 영향을 주는 업데이트를 배제하고, PK(이용자 간 대결) 시스템을 기반으로 BM과 파밍(사냥), 거래소로 이어지는 K-RPG의 재미를 담은 작품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레드랩게임즈’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R’(가제)은 PK 기반의 자유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Play to Win’(사용시간에 따라 승리하는) 성인 취향의 하드코어 MMORPG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특히, 각종 복잡한 콘텐츠보다는 깊이에 치중하고, 고도화된 자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전쟁 등 전통 MMORPG의 문법에 치중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는 괜히 그래픽 퀄리티를 높여서 용량을 늘리거나,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해서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 합니다. 이에 많은 사냥터와 콘텐츠를 제공하여 사냥의 재미를 더하고, 이렇게 얻은 아이템의 자산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업데이트와 운영을 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아이템의 시세를 낮추는 ‘매크로’를 방지하기 위해 PC 클라이언트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는 중이죠”
현재 프로토타입(초기 단계) 개발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R’은 오는 2023년 상반기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직접 서비스를 진행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큰 돌풍을 일으킨 ‘에오스 레드’의 성공 경험을 살려 해외 서비스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직접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저희 ‘레드랩게임즈’는 해외 직접 서비스를 통한 성공 경험이 있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슬로건도 ‘World Wide K-RPG’라고 정했죠. 이 슬로건처럼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탑 레벨의 MMORPG를 준비 중입니다”
MMORPG의 재미를 살릴 수 있다면 언제든 신기술 도입해야
최근 게임 시장에 화제가 되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NFT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신 대표는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NFT는 아직 기본 기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P2E 모델은 향후 게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임은 분명하다고 신중히 말했다.
“혹자는 ‘게임이 NFT 기술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글쎄요... 기술적인 영역의 NFT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MMORPG의 본질인 ‘Play to Win’에는 분명 변화를 줄 것 같습니다. 사실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자원을 모으고, 경매장에 팔아 재화를 모아 아이템이나 장비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는 이미 MMORPG에 구현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자원이 현실 자본과 연결되어 판매되는 경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이것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은 확실합니다”
신 대표가 주목한 P2E의 기능은 MMORPG 경제 시스템의 확장이다. 실제로 나트리스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일일 퀘스트, 등급 등으로 ‘무돌’(MUDOL) 토큰을 지급하는 P2E 경제모델을 장착하여 매출 순위와 사용량이 급속히 증가해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게임 플레이로 얻은 재화가 외부에서 가격이 책정되어 현실 자본과 연계되는 상황은 ‘음지에서 진행되던 MMORPG 거래가 양지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며, 게임 속 노동이 실제 재화 수입으로 이어지는 국경도, 인종도, 지역도 초월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했다.
“사냥하면서 비싼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그 짜릿함과 그걸 거래하는 재미를 느껴 게임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템의 시세를 관리하고,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MMORPG 개발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영역이었죠. 만약 P2E 경제모델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요소로 자리 잡고, 새로운 경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저희도 이 요구에 대응할 예정입니다”
MMORPG의 핵심은 소통 “개발자가 이용자 무서워서 숨으면 동접 10명짜리 게임에 가야지”
현재 게임 개발과 인력 충원 그리고 회사의 외양 확장까지 여러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신현근 대표는 오는 2022년 상반기 회사의 규모를 크게 늘려 본격적인 행보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내년 여름경 프로덕션 단계로 접어들면 현재 인원의 2~3배를 충원하여 본격적인 게임 설계에 나설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회사의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인재들을 다수 뽑을 계획을 만큼 회사 비전에 공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레드랩게임즈’는 하드코어 MMORPG의 상징인 빨간색(레드)과 이를 연구하는 연구실(랩)의 합성어다. PK를 중심으로 한 성인 풍 게임을 제작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인을 타겟으로 하는 하드코어 MMORPG에 함께할 인재가 있다면 언제라도 환영이라는 것이 신 대표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신현근 대표는 MMORPG의 핵심 중 하나는 소통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이용자와 개발자가 서로 얼굴을 보며 호흡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게임사가 해왔던 탐욕스러운 BM과 배반의 업데이트 덕에 한국 개발자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분노가 커진 것 같습니다. 서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운영을 하면서 이용자와 개발사가 즐겁게 만나고 상생할 수 있는 게임의 생태계를 만들고, 이것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죠”
신 대표는 과거 ‘에오스 레드’ 서비스 당시 대만과 한국에 동시 이원 생중계로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개발자 노트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표 직책을 지닌 개발자로는 드물게 게임 이용자들에게 자주 모습을 내비쳐 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편하게 앉아서 일하는 대신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부담감을 가지는 것은 이 업계의 숙명입니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무서워 무대를 기피하는 개발자들도 있다는데, 그럴 거면 동시접속자 10명 정도 되는 작은 게임을 만들어야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실명과 얼굴을 내거는 부담은 당연히 지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