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분류 불만 쏟아진다. 고민 깊어지는 게임위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무돌코인’으로 논란이 된 게임 ‘무한돌파삼국지’에 이어 선정성 논란이 발생한 ‘와이푸’ 등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팔콘 글로벌의 ‘와이푸’는 자체등급분류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자체등급분류제도는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지정 받은 사업자가 서비스하는 게임물 등급을 자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한 제도로, 15세 이용가까지의 게임은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결정해 출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게임위는 현재 아케이드,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의 심의만을 담당하고 있다.
사건 자체의 책임은 여성과 가위바위보를 해 이길 때마다 옷을 벗기는 선정적인 게임을 15세 등급으로 속이고 출시한 게임사와 자율등급분류 권한을 받았으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플랫폼에 있긴 하다. 하지만, 게임사의 양심에만 의존해야 하는 자체등급분류제도만 믿고 있다면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게임위에서 출시 게임의 모니터링을 통해 ‘와이푸’를 적발하고,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단 조치를 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중단 조치 이전에 다운로드를 받아 구글플레이스토어 인기 1위까지 올랐으며, 팔콘 글로벌이 스토어 삭제가 아닌 숨김 처리를 했기 때문에, 기존에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은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다. 자체등급분류제도와 출시 후 모니터링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NFT(Non Fungible Tokens, 대체 불가능한 토큰), P2E(Play to Earn) 게임도 게임위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
게임위 김규철 위원장은 NFT, P2E 게임은 사행성 위험 때문에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NFT, P2E 게임의 가능성을 본 게임사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NFT, P2E 게임에 대한 제약이 없기에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올해 주력 사업으로 NFT, P2E를 선택하고 있으며, 심지어 게임위와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4월 게임위로부터 등급 분류 결정 취소 처분을 받은 ‘파이브스타즈 for 클레이튼’의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게임위와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및 취소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바 있으며, P2E를 적용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도 올해 초 게임위 모니터링에 적발당해 서비스 중단 조치가 됐으나, 스카이피플과 마찬가지로 법적 대응을 통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게임위에서는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기 위해 계속 NFT, P2E 게임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업계의 요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막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게임업계와의 만남을 통해 NFT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NFT, P2E 바람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잠시 관심에서 밀려나 있는 메타버스도 향후 게임위의 큰 고민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만남인 만큼 NFT, P2E와 마찬가지로 재화의 현금화로 인한 사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주력 콘텐츠가 게임이지만, 메타버스는 게임과 별개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게임위 등급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도 메타버스 기업들이 계속 게임 등급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진행한다면 게임업계와의 형평성 문제가 반드시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게임업계에서 게임위가 어떤 대처를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