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NK 정신 차렸나, 격투 게이머들 '킹오브파이터즈 XV' '잘 뽑혔네'
"지난 14와는 비교 불가죠. 이번 킹오브파이터즈XV(이하 킹오파 15)는 꽤 잘 나왔어요. 그래픽도 좋고 타격감도 좋고 게임 속도도 좋아서, 플레이하기에도 관전하기에도 딱인 것 같아요. 재미난 놀이터가 마련된 느낌이에요."
지난해 열린 SNK 공식 '킹오파 14'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명구(닉네임 Lacid) 씨. 그는 이번 '킹오파 15'에 대해 '환상적'이라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베타 때부터 '킹오파 15'를 플레이해왔던 그는 "아무리 '킹오파 14' 패치가 계속 나와도 한계라는 게 있었는데, '킹오파 15'가 잘 나와서 향후 몇 년은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킹오파 15,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SNK류 격투 게임
전작 '킹오파 14'는 여러모로 논란거리가 있었다. 최신 게임이라고 하기엔 그래픽이 우선 별로였다. 목각 인형도 아니고, 심하게 말하면 90년대 말 한국 PC 게임에서 본 듯한 그래픽 풍과 비슷했다. 속도는 또 왜 이리 빨랐는지, 당최 초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고인물들만 남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에 비해 '킹오파 15'는 '14'의 실패를 인지한 듯 많은 면에서 개선이 있었다. 우선 그래픽은 '14'와 비교가 불가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지난 14 시절에 많은 SNK 격투 게이머들이 이 부분에서 고개를 숙였었던 기억이 난다.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게임이 욕먹으면 기분 나쁜 게 인지상정.
그런데 이번 '킹오파 15'는 더 이상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될 만큼 혁신이 있었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잘 뽑혀서, 관전하는 분들이 여성 캐릭터를 많이 찾을 것 같다.
두 번째 개선점은 게임 속도 부분이다. 이번 '킹오파 15'는 지난 '킹오파 98'과 비슷하거나 약간 빠른 수준으로 조정됐다. 충분히 보고 대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도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알맞고 딱 좋은 수준이다.
타격감도 '14'가 아니라, 구작인 '킹오파 98'과 비슷해진 느낌이다. 살짝 투박하다고나 할까? 지난 '14'에서는 공격을 하거나 막거나 할 때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단순하게 프레임 싸움으로 겨뤘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타격감도 구작의 장점을 따라간 것 같다.
또 이제 막 출시되었기 때문에 콤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연구 단계지만, 어려운 콤보를 쓰는 것보다 쉬운 콤보가 대미지가 더 세다고 느껴진다.
또 기존에 모드 콤보(킹오파 시스템 중에 하나로, 기술에서 기술이 캔슬이 안되는데 기술에서 기술이 캔슬이 가능해지게 해주는 것을 활용한 콤보)가 없어도 충분히 게임이 가능하다. 실제로 예전에 '킹오파'를 즐기셨던 분들이 '13'이나 '14'로 넘어올 때 모드 콤보를 외우기 싫어서 안 하시던 분들도 계셨는데, 이번에는 기본기 탄탄한 사람들은 그 자체로도 세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최고수로 평가받는 라시드 님과 풍꼬 님의 대전을 지켜보았는데, 온라인 대전이 매우 쾌적했다. 넷 코드가 괜찮고 대전 환경 부분은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즉, 이런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면 전반적으로 '킹오파 15'는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쉽게' 나왔고 모난 부분 없이 안정적으로 나왔다. 딱 '스파 5' 처럼 바뀐 느낌도 들 정도다.
다만 쉬워진 것은 초보자들에게만 유리한 건 아니다. 초보자들이 중수 정도까지는 쉽게 진입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고수를 넘어선다는 것은 오히려 더 노력 대비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SNK의 빠른 소통은 훌륭, 어떤 캐릭터가 인상 깊은가
이번 '킹오파 15'의 개발 행보에서 또 하나 느껴진 것은 SNK가 굉장히 빠르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베타 서비스 이후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 짧은 시간 안에 대폭 개선됐다. 매우 긍정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킹오파 15' 베타 서비스 때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무한 콤보 같은 불합리한 콤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정식 버전에 대부분 패치가 됐다. 대표적으로 야시로의 공중 공놀이 콤보들(구석에서 EX 게이지로 기술 강화 버전이 나오는데, 스턴이 된다거나 캐릭터가 한대 더 맞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계속 야시로가 띄운다. 그 스킬을 또 쓰고 로테이션을 돌려서 여러 대를 때리다 보면 스턴이 걸린다. 스턴 상태에서 다시 콤보가 시작된다.)이 안되게 바뀌었다. 아마도 똑같은 기술이 2번은 들어가지 않도록 조정된 느낌이다.
물론 아직도 로버트처럼 무한 콤보가 되는 캐릭터들도 있고 테리 처럼여러 번 때릴 수 있는 캐릭터들도 아직 몇몇 보이긴 하지만 이 부분도 빠르게 패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야시로, 크리스, 크로닌, 안토노프, 에쉬 등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야시로는 베타에서 너프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강제기도 강하고 콤보도 강해서 눈에 띄었다.
크리스는 지난 '킹오파 98' 중 최강 캐릭터 중 하나여서 '98'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한 몫할 것 같다. 치즈루도 마찬가지..
크로닌은 원래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데 이번에 이쁘게 잘 나와서 주목받을 것 같고, 안토노프는 14에 비해 캐릭터가 잘 뽑혔고 캐릭터 성능도 향상된 것으로 보여서 주목할 만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쉬는 지난 '킹오파 13' 때 화장실 콤보(공중에 뜨면 화장실 다녀와도 콤보가 안 끝나는 캐릭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했는데, 이번 15에서도 콤보 멋있게 쓰면 관전에도 좋으니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킹오파 15'에 아쉬운 점과 총평
이번 '킹오파 15'가 지난 '14'에 비해 압도적으로 발전했다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슈는 김갑환과 고로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지난 '킹오파' 전 시리즈에서 김갑환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특히 한국 태권도 캐릭터도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캐릭터이기도 했고.
향후 DLC나 패치가 나올 것 같긴 한데, 현재는 김갑환 캐릭터가 없다는 점에 원성이 자자하다. 혹시나 모티브가 되었던 한국 빅콤의 김갑환 회장님이 돌아가셔서 같이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그래픽적으로도 발전이 있긴 하지만, 캐릭터 디테일 퀄리티가 무척 좋아진 반면 장풍이나 필살기 등의 이펙트 요소들은 그래픽과 따로 노는 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아직 타 게임에 비해서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으로, 이 부분도 SNK 측에서 빠르게 패치를 해주면 좋을 부분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14'에서 선수들의 준비 시간에 시간적 여유를 주는 공방 시스템이 좋았는데, 수정된 부분이 오히려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다행히 베타 때에 레디를 안 하면 강퇴되거나 강제로 시작되는 부분은 패치로 해결된 듯 하다.
마지막으로 연습 모드에서 각 기술이 플레임 단위로 나오지 않고 유리와 불리 식으로 나오는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불만이다. 좀 더 세분화해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인데 SNK가 의도적으로 플레임을 외우지 말라고 막아놓은 느낌이다.
여하튼, 이번 '킹오파 15'는 '14'에 비해 압도적으로 발전하여 등장하게 됐다. 마침 '스파 5'도 싫증이 나고 '철권 7'도 싫증이 날 수 있는 시간이다. '길티기어' 신작이 나오긴 했지만 초반의 압도적인 강세는 조금 주춤한 상황.
즉 격투 게이머들에게 '킹오파 15'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SNK 류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구입하여 스틱을 가열시켜보면 어떨까 싶다.
한국 격투 게이머들이 강한 '철권'과 함께 또 하나 거론되는 게임, '킹오파' 시리즈. 그리고 그 신작 '킹오파 15'. 세계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당당히 우승하는 미래를 즐겁게 상상해보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