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대세라는데, 꼭 남의 플랫폼이랑 해야 할까?
지난해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 140만 명을 돌파하며 성공을 거둔 '미르4' 흥행 이후 블록체인 기반의 P2E(Play to Earn)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미르4'의 성공을 지켜본 국내 게임사들은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게이머들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제도의 문제로 즐길 수 없지만 말이다.
이처럼 P2E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자 대형 게임 기업들도 P2E 시장에 뛰어들겠다 밝히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플래이댑과 빠르게 부상한 위메이드는 물론 컴투스, 네오위즈가 암호화폐 발행을 완료해 추격하고 있으며, 카카오게임즈도 보라의 리브랜등을 통해 가세했다. 넷마블도 기존 게임 암호화폐 업체를 인수하고 신규 암호화폐의 발행도 준비 중이다.
특히, 이러한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은 물론 타사 게임까지 품는 플랫폼을 선언하고 있다. 서로 자신의 서로 자신의 플랫폼이 낫다면서 양질의 게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NFT 아이템 거래나 게임 코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그린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굳이 남이 만들어둔 플랫폼에 들어가서 블록체인 기반 P2E를 구축해야 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게다가 블록체인은 탈중앙화가 특징인데 플랫폼에 종속되면 각종 계약 조건을 써가며 플랫폼의 관리까지 받아야 한다.
당장 자신들의 토큰 가치를 높여 시장에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국내 게임사들이 만든 플랫폼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블록체인 기반 P2E 구축이 가능하다. P2E는 게임사가 버는 수익 일부분을 게이머들에게 환원하는 느낌이지, 토큰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가 목적이 아니다. 액시인피니티의 경우 수익의 95%를 이용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반 P2E 구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앞서 국내 시장에 출시된 나트리스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나 최근 위믹스를 떠나 블록체인 P2E 홀로서기를 선언한 슈퍼캣의 '그래니의 저택' P2E 버전, 퍼즐몬스터의 '닌자 키우기' P2E 버전의 모습을 살펴보면 된다. 참고로 P2E 개발은 모두 해외 이용자가 대상이다. 국내는 ICO도 금지고 P2E 게임의 서비스도 안된다.
먼저 게임사의 암호화폐(이 경우 토큰)를 발행해야 한다. 토큰의 개발은 국내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대행업체들이 우수수 나올 정도로 엄청난 기술이 아니다.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 등은 개발자라면 약 2주 정도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타의 토큰도 마찬가지다.
게임사 입장에서 추후 게임의 NFT까지 가져가려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클레이튼이나 폴리곤,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등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기반으로 코인을 개발하고 발행하면 된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무돌토큰은 클레이튼, '그래니의 저택'의 슈퍼소울토큰은 폴리곤, '닌자키우기'의 닌키 코인은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을 기반으로 토큰을 구성했다. 이더리움 기반이 ERC20도 당연히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어마어마한 가스비가 이슈라 이를 떠나는 것이 추세다.
토큰을 발행했다면,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과 사용처를 게임에 만들어야 한다.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면 토큰을 지급하든지, PvP 랭킹 상위 이용자에게 지급하든지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이용자에게 토큰을 주면 된다. 게임 내 인앱 결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로 코인을 주는 것이 유리하다. 또 반대로 토큰을 활용하는 콘텐츠를 잘 구축해야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코인의 발행과 콘텐츠 설계까지 마쳤다면, 문제는 이용자에게 지급한 토큰의 현금화다. 현금화가 되어야 P2E가 완성된다. 다만, 국내 거래소는 물론 해외 거래소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토큰의 상장을 받아줄 리가 없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디파이다. 디파이는 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탈중앙화 분산 금융이나 재정을 의미한다. 메타마스크 등의 지갑을 통해 디파이와 게임을 연결해 주면 된다.
디파이는 P2E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로서는 환전소에 가까운 느낌으로 접근하면 된다. A라는 코인을 가진 사람이 B라는 코인이 필요할 때 환전하면, 디파이가 환전 수수료를 가져가고 해당 코인을 바꿔 줄 수 있도록 풀을 구성해 도움을 준 이용자에게도 수수료를 주는 식이다.
결론적으론 디파이를 통해서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과 교환(스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된다. 디파이마다 예치 풀 구성을 위한 조건이 마련되어 있으며, 비용이나 토큰을 얼마 이상 넣든지 등의 조건에 맞춰 준비하면, 디파이에서 다른 토큰과 페어 풀 등을 조성해 준다. 해당 풀에 이용자가 자산을 예치하기 시작하면, 게임 토큰에 유동성이 생긴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무돌 코인을 클레이 스왑을 통해 클레이튼 등으로 변환해 거래소에서 거래하고, '닌자 키우기'의 닌키 코인을 바이낸스의 팬케이크 스왑에서 다른 코인으로 스왑해 현금화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굳이 토큰을 상장하지 않아도 이용자가 현금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NFT 거래소 구축도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준비하면 개발사 혼자서도 P2E 시스템 구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시작부터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에 비해서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당연히 더 많다.
이러한 부분에서 선택은 게임사의 몫이고,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P2E와 만나 더 재미있어지는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