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2] 붉은사막, 도깨비.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펄어비스
새로운 도약을 위한 펄어비스의 움츠림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신작 ‘붉은사막’과 함께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붉은사막’ 출시 시기가 연기되면서, 신작 없이 기존 수익으로만 2021년을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 신작 개발로 인해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비용 지출도 계속 증가했다.
펄어비스의 2021년은 매출 4038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 당기순이익 611억 원을 기록하면서 매출 4888억 원과 영업이익 1573억 원을 기록했던 2020년보다 더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으로 당기 순이익 적자 전환을 기록했던 2020년 4분기와 달리 2021년 4분기는 매출 1,180억 원, 영업이익 257억 원, 당기순이익 108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4%, 152%, 전년 동기대비 11.7%, 28.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 그리고 ‘이브 온라인’의 힘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다.
2021년 실적을 선방하게 만든 주역은 당연히 간판 게임인 ‘검은사막'이다. 전체 매출 중 75%를 차지한 PC/콘솔 플랫폼 분야의 수익을 ‘검은사막’이 이끌었으며, 국내 MMORPG 중 유일하게 스팀(Steam) ‘2021 최고작’ 최다 판매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조사한 ‘해외에서 선호하는 한국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코스닥 입성 이후 계속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보이다가 2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펄어비스의 주가는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40만 원을 넘어서는 주가를 보였던 펄어비스는 2021년 4월에 5:1로 액면 분할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9~10만 원대를 오가고 있으며, 최고 14만 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액면 분할 전으로 생각하면 주당 7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펄어비스가 자랑하는 차세대 엔진으로 개발 중인 신작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2020년에는 ‘붉은사막’에 모든 기대가 집중되어 있었지만, 2021년 게임스컴에서 발표한 ‘도깨비’ 영상이 전 세계에 화제가 되면서, ‘붉은사막’에 버금가는 강력한 라인업으로 급부상했다.
‘도깨비’는 2019년 지스타에 공개될 때만 하더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라인업으로 예상됐으나, 2021년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담은 메타버스 게임으로 변신한 모습을 깜짝 공개해, ‘어린이들을 위한 GTA’, ‘포켓몬과 픽사의 만남’ 등 전 세계 게이머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 게임스컴, 게임어워드에 이어 K-팝 음악 시상식 마마(MAMA)에도 초청받아 ‘도깨비’의 새로운 뮤직 비디오를 공개해 관심을 모았으며, 김대일 의장이 미국 유명 매체인 워싱턴 포스트와 K-콘텐츠의 흥행 이유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진출 이슈도 펄어비스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한한령으로 인해 오랜 기간 한국 게임의 중국 판호 획득이 막힌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외자판호를 획득했으며, 아이드림스카이와 텐센트가 공동 서비스를 맡아 중국 내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쉽게도 판호 획득 후 중국 내 게임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직까지 서비스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 진행된 컨퍼런스 콜 발표에 따르면 정식 출시일이 거의 결정된 상황이며, 1분기 내에 CBT를 한번 더 진행한 후 정식 출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빠르면 상반기 내 출시가 기대된다.
기대작 ‘붉은사막’은 지난해 출시 연기 발표 이후 정확한 출시일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해외 콘솔 시장을 겨냥한 게임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게임스컴과 게임어워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둘 중 하나에 맞춰 출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GOTY(올해의 게임)를 하나라도 노리려면 각 매체 GOTY 발표가 집중되어 있는 연말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유리하다. 또 다른 기대작인 ‘플랜 8’은 아직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붉은사막’, ‘도깨비’ 출시 이후 본격적인 정보 공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게임업계 최고 관심사인 NFT(대체 불가 토큰), P2E(Play to Earn)는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간판 게임인 ‘검은사막’에는 NFT, P2E 적용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CCP게임즈가 지난해 '이브 온라인'에서 진행된 대회인 얼라이언스 토너먼트 XVII에 킬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NFT(대체 불가 토큰)을 도입하면서 살짝 발을 걸쳤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메타버스를 추구하는 ‘도깨비’에 NFT, P2E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템 수집이 ‘도깨비’의 핵심 콘텐츠인 만큼 P2E는 몰라도 NFT는 상당히 어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펄어비스가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장밋빛 미래는 ‘검은사막’이 현재의 매출을 유지해주는 상황에서 ‘검은사막 모바일’이 상반기 내 중국에 출시돼 흥행을 거두고, 하반기에 ‘붉은사막’이 해외 콘솔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 ‘도깨비’가 기대했던 것처럼 메타버스를 주도하는 게임으로 나와준다면 금상첨화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현재 강력한 게임 규제로 인해 중국 게임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변수이기는 하나, 만약 문제없이 출시된다면 오랜 기간 신작이 출시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돌풍이 기대된다.
‘붉은사막’은 ‘검은사막’ 콘솔 버전을 출시하면서 콘솔 경험을 쌓은 펄어비스이긴 하지만, 대작들이 즐비한 올해 콘솔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주목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별 문제없이 무난한 모습만 보여준다고 해도 펄어비스의 차세대 게임 엔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성과가 될 수 있다. 대작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작년에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출시일을 미룬 것이 사이버펑크2077이 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도깨비’에서 폭죽을 터트리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은사막’이 현재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주는 것이다.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줬던 지난해 4분기처럼 ‘검은사막’이 꾸준한 모습을 계속 유지해줘야 ‘붉은사막’과 ‘도깨비’가 완성할 새로운 도약이 더 빛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