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뮬 보다 반응속도 굿..'MiSTer'에 주목하는 레트로 게이머들

"MiSTer는 플레이 감각이 실기와 큰 차이가 없네요. 대박입니다. 대응 게임도 엄청 늘었고요."

클래식 컴퓨터, 게임기, 기판 등의 레트로 게임을 최신 하드웨어로 즐기기 위한 오픈 프로젝트 'MiSTer'가 레트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라즈베리파이 같은 일종의 미니 PC이자 개발기기로 시작한 MiSTer는 초반 대응되는 게임이 많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나면서 패미콤, 메가드라이브, 슈퍼 패미콤 등의 전통의 콘솔 게임기와 IBM PC 486, X68000 같은 국내외 레트로 PC까지 구동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세가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나아가 아케이드 게임 기판도 대응 소프트가 수백 개 이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최신 PC에서 클릭 몇 번이면 소프트웨어 에뮬 방식으로 레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지만, MiSTer가 주목받는 이유는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 방식의 집단 지성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FPGA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전자회로'라는 뜻인데, 쉽게 말해 하드웨어적인 칩들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즉, 하드웨어 기반의 에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레트로 게임 집단 지성 프로젝트 'MiSTer'
레트로 게임 집단 지성 프로젝트 'MiSTer'

이렇게 하드웨어 에뮬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면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게임 출력 방식이 실기와 거의 동일하다. 소프트웨어 에뮬 게임 방식은 반응 속도에서 랙(Lag : 지연 현상)이 생길 수 있지만 FPGA 방식은 하드웨어를 동일하게 프로그램으로 구현하여 동일하게 구동되는 방식이어서 랙이 극히 미미하다.

두 번째는 동일한 출력 신호와 프레임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는 1920X1080 등 최신 PC 해상도로 출력되기 때문에 과거 해상도인 320X240 수준의 저해상도 구현에 오히려 한계가 있다. 또 저해상도 4대3 화면을 강제로 뻥튀기하면서 화면이 변형된다. 그에 반해 FPGA는 고유의 해상도는 물론 프레임까지 동일하게 맞출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 에뮬 방식은 과거 CRT 브라운관 모니터 연결도 극히 제한되는 반면, MiSTer는 LCD는 물론이요 처음부터 CRT 모니터에도 최고의 화질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추억을 가진 레트로 게임 이용자들 입장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MT32 등 미디 계열의 하드웨어 기기에도 연결할 수 있어, 레트로 게임과 관련하여 최고의 음향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MiSTer에 대응되는 MT32 시스템
MiSTer에 대응되는 MT32 시스템

다만 FPGA 기반의 MiSTer도 약점이 없는 게 아니다. 모든 게임기나 게임기판의 하드웨어 적인 회로를 전부 파악해서 구현해줘야 하기 때문에 게임 하나 하나 구현이 쉽지 않다. 게임기나 게임 기판을 일일이 설계해야하는 것은 굉장히 번거롭고 힘든 일이며, 그래서 초창기 MiSTer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구입을 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단 지성 프로젝트인 만큼 MiSTer의 가능성에 주목한 게임 개발자들이 서서히 MiSTer로 모여들었고, 일부 개발자들이 월 3천 원 정도의 도네이션(후원)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게임 포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 기존에 해석이 되었던 수많은 기판들을 전세계의 개발자들이 발견해 MiSTer에 도입시키면서 근 2년 만에 MiSTer에는 수천 개의 게임들이 구현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MiSTer 프로젝트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하드웨어 자체는 상관없지만, 레트로 게임은 저작권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에뮬이든 하드웨어 에뮬이든 개발사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것은 불법이다. 이용자가 불법없이 즐기려면 해당 레트로 게임을 구입한 후 해당 게임을 소유한 상태에서 MiSTer로 즐기는 방식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높은 가격이다. 2년전만 해도 MiSTer는 30만 원 선으로 풀 세팅 구입이 가능했으나, 지난해 초부터 촉발된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문제로 메인 보드, 메모리 등의 가격이 급등하여 풀 세팅하려면 현재 50만 원이 넘어간다. 즉, 지금은 MiSTer를 구하는 것 자체가 가격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성능 좋은 CRT 모니터의 가격 급등이다. MiSTer 프로젝트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MiSTer를 사용하기 위한 최고급형 CRT 모니터 가격도 급등했다. 방송용 모니터들이 주 대상으로, 과거 15~30만 원 선이면 구할 수 있던 방송용 모니터들은 고급형이 100~200만 원이 넘어갈 정도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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