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본 대표 퍼즐 게임 ‘퍼즐앤드래곤’, 닌텐도 스위치에 입성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모바일 퍼즐 게임인 겅호의 인기작 ‘퍼즐앤드래곤’이 닌텐도 스위치 게임으로 발매됐다.
유명하긴 하지만 벌써 10년도 넘은 오래된 게임이니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하면, 3매치 퍼즐에 한붓 그리기, 그리고 몬스터 수집과 육성 요소까지 더한 획기적인 게임 시스템으로, 퍼즐RPG라는 장르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한동안 이 게임의 인기 요소를 따라 하는 게임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으며,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상위권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화면 터치가 필수이기 때문에 콘솔 기기보다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이지만, 지난 2013년에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닌텐도3DS로 발매된 적이 있으니, 요즘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로 또 발매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미 골수팬들도 질릴 정도로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닌텐도 스위치로 다시 즐기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막상 시작하면 원작의 복잡했던 요소를 몇가지 제외시킨 덕분에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원작의 경우 특정 유닛을 뽑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덱의 성격에 맞춰서 다른 캐릭터도 확보해야 하고, 레벨, 각성까지 신경써서 육성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여기서는 아예 컨셉에 맞춰서 구성된 덱이 제공되기 때문에 육성 부담이 없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바스테트 덱만 하더라도 콤보 수를 올리면 공격력 배수가 올라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원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덱만으로도 후반부까지 별 어려움없이 진행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모바일에서는 기본 20초였던 조작 시간이 30초로 늘어났기 때문에, 오랜만에 퍼즐앤드래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퍼즐 실력이 예전보다 늘었다는 착각이 들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커진 화면 크기 때문에 많은 콤보를 성공시켜서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때 더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체적인 게임 구성은 혼자서, 혹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험 모드, 다른 이들과 퍼즐 실력을 경쟁할 수 있는 대전 모드, 그리고 자신만의 던전을 만들 수 있는 편집 모드로 이뤄져 있다.
먼저 모험 모드는 모바일에서 즐겼던 것처럼 차근차근 스테이지를 클리어해가는 것으로,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양한 업적을 달성하면서 보상으로 에그 뽑기 기회가 주어지고, 거기서 스킨, 아바타 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그 뽑기도 캐릭터가 하나씩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가 나오고, 가끔 덤으로 관련 캐릭터가 포함된 덱 전체가 지급된다. 처음에는 사용할 수 있는 덱이 하나뿐이지만, 아바타 뽑기를 통해 다른 덱을 획득할수록 다양한 덱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된다.
모바일 버전처럼 경험치 드래곤을 먹여서 캐릭터 레벨업을 시키는 등의 요소가 없고, 덱 전체가 레벨업을 하기 때문에, 육성의 번거로움 없이 퍼즐 자체에만 집중하도록 만든 느낌이다.
대전 모드는 남들과 스코어 경쟁을 펼치는 경쟁 모드다.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덱이 정해져 있으며, COM 대결은 그냥 즐길 수 있지만, 월드매치는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를 가입해야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워낙 고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어설픈 실력으로는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편집 모드는 자신만의 던전을 만들고, 남들과 공유해서 즐길 수 있는 모드로, 닌텐도의 인기 게임 슈퍼마리오메이커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다. 기본적으로 액션과 퍼즐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슈퍼마리오메이커처럼 많은 부분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몬스터의 배치와 조건 설정만으로 상당히 변태스러운 스테이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서 만든 맵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거나, 다른 이들이 만든 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이미 10년 넘게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정상에 서 있는 게임을 옮겨온 것이니 기본적인 재미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퍼즐앤드래곤을 오래 즐긴 사람들보다는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느낌이 강하지만, 큰 화면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존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만족감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솔직히 원작의 경우 덱을 하나 완성하고, 일정 수준까지 육성하는 과정이 너무 길고 번거롭기 때문에, 퍼즐의 재미만 집중하고 싶다면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정 금액으로 판매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게임의 가챠 시스템까지 붙어 있다는 점이다. 덱이 통째로 바뀌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 여러 캐릭터를 뽑을 필요도 없고, 남들과 경쟁하는 대전 모드는 덱이 지정되어 있어서 다른 덱을 사용할 수도 없다. 돈을 써서 뽑기를 해도 결국, 수집의 만족감만 있을 뿐,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데, 굳이 어울리지도 않는 뽑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초기 지급덱인 바스테트 덱만으로는 스테이지 클리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스테드 덱의 공격력 배수가 꽤 훌륭한 편이기 때문에, 이 덱으로 힘들다면 다른 덱도 마찬가지다. 다른 덱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공격력 배수 조건이 달라지는 것뿐 퍼즐 난이도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겅호는 이 게임을 통해 스위치에서도 퍼즐앤드래곤 팬들을 확보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대신 가챠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퍼즐 고인물들이 즐비한 모바일 원작은 이미 수집과 육성 중심의 고인물 잔치가 되어 버렸지만, 모바일 게임을 별로 즐기지 않은 닌텐도 스위치 사용자 입장에서는 꽤 신선한 퍼즐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퍼마리오메이커처럼 이용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면, 이 게임의 수명 유지 및 본편 업데이트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원작이 핵심 콘텐츠였고, 주요 수익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게임 플레이에 별 도움도 안되는 가챠 뽑기를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적용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면 업적 포인트만으로 진행되는 뽑기만으로도 충분했고, 만약 가챠 수익을 확실하게 얻고 싶었다면, 대전 모드에서 자신의 퍼즐 스타일에 맞는 덱을 선택하도록 자유롭게 풀었어야 했다. 게임 플레이에 별 영향이 없고, 큰 수익도 기대하기 힘든 불필요한 요소를 왜 집어넣었는지 이유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