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 다들 이제 멸망하자!” ‘어쌔신크리드 발할라: 라그나로크의 서막’
신들이 죽고 세계가 박살 나는 북유럽 신화의 클라이막스 '라그나로크'가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에서 드디어 펼쳐진다.
지난 3월 10일 발매된 '라그나로크의 서막'은 지난 2020년 처음 발매된 이후 무려 2년 만에 등장한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의 신규 확장팩이다.
이번 확장팩에서는 드워프들의 세계 '스바르트알프헤임'에서 오딘의 화신인 주인공 에이보르(하비)가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키려는 ‘수르트르’와 맞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게임의 진행은 꿈속에서 수르트르에게 자신의 아들인 발두르가 납치되자 이를 찾는 오딘의 꿈을 꾼 에이보르가 예언자 발카의 약물(진짜 환각 약물이다)을 마시고 다시 신들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확장팩의 전투력 난이도는 무려 340이다. 이는 기존 게임 내 최상위 지역의 난도 보다 높은 수치인데, 내 돈 주고 산 확장팩 하겠다고 전투력 노가다를 다시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됐지만, 캐릭터의 전투력이 낮은 이용자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부스트를 자체적으로 제공하여 문제를 해결한 모습이다.(물론 전투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은 필요하다)
이렇게 입장한 '스바르트알프헤임'의 세계는 "그렇지 이게 천상 세계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모습이었다.
맵 어디를 둘러봐도 아스가르드를 받치고 있는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장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얼음과 눈이 쌓인 지역, 녹음이 우거진 평야, 순금산, 용암 강과 우뚝 솟은 거상 등 인상적인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아울러 완전히 새로운 맵이 등장한 만큼 게임 내 지형과 탐험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히 늘어났으며, 이를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규 시스템도 몇 가지 추가됐다. 먼저 드워프들이 제공한 장비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후르그 강탈’은 처치한 적에게서 능력을 흡수해 사용할 수 있는데, 게이지를 완전히 채워야 사용할 수 있고, 일정 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다양한 액션을 펼칠 수 있다.
일례로 ‘무스펠헤임의 분노’는 불 위를 걸을 수 있으며, 무스펠과 외형이 같아져 더욱 쉽게 잠입할 수 있게 되고, 까마귀 능력은 일정 시간 흰 까마귀로 변신해 높은 지역도 단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 ‘후르그 강탈’은 총 5가지 스킬이 등장하지만, 캐릭터 스킬 창에 단 2개만 등록할 수 있는데, 사실 전투보다는 퍼즐 풀기에 주로 사용되어 자연스럽게 ‘무스펠헤임의 분노’와 ‘까마귀 변신’만 주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힌트를 주변에 뿌려놓는 유비소프트 특유의 퍼즐 구성에 맞게 주변에 ‘요튼’, ‘무스펠’의 시체가 있거나, 게이지를 채울 수 있는 석상이 등장하면 여기 어디에 퍼즐이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탐색해 자원을 수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후르그 강탈’은 재료를 소모해 강화할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실리카’다. ‘실리카’는 원작의 원자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신규 재료로, 습격이나 퀘스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실리카’가 보인다 싶으면 바이킹의 신답게 바로 습격으로 이를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임 플레이와 액션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사실 이번 '라그나로크의 서막'의 스토리는 굉장히 평면적이다. 아들이 납치된 오딘이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여 ‘수르트르’를 물리친다는 스토리가 굉장히 일직선으로 이어지고, 흥미를 돋을 서브 퀘스트도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오딘으로 변한 에이보르 성우의 절절한 연기와 근래 본 악역 캐릭터 중 굉장한 인상을 남긴 ‘수르트르’의 존재감 등 게임 내 연출이 상당히 감명 깊어 지루하다는 느낌보다는 “스토리가 생각보다 짧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액션 역시 ‘후르그 강탈’로 인한 액션을 빼면 원작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형 모션이나, 신규 장비 역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무엇보다 출시가 2년이나 지나 상당히 많은 이용자가 엑스칼리버나 온갖 전설 세트 아이템을 가득가득 지닌 상황에서 새롭게 추가된 장비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여기에 원작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끼임 현상이나, 시점이 갑자기 돌아가거나, 이동 미션 중 NPC가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 등의 버그도 여전해 “그냥 맵과 콘텐츠만 늘렸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물론, 이러한 단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라그나로크의 서막'은 새롭게 추가된 방대한 콘텐츠, 인상적인 연출을 감상할 수 있는 스토리 등을 즐길 수 있어 돈값은 충분히 하는 확장팩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더욱이 이번 확장팩을 끝으로 2년간 펼쳐졌던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의 여정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원작을 구매한 이들이나 ‘어쌔신크리드’를 한 번이라 접한 이용자들에게 한 번쯤 권할 만큼의 작품인 것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