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리니지는 그만!" ‘포스트 리니지’ 선언한 엔씨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대작을 잇달아 쏟아내며, 국내 게임 시장을 이끌던 엔씨소프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리니지 IP(지적재산권)의 잇따른 성공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고, 지금도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엔씨의 기술력보다 확률형 아이템, 뽑기 등 과도한 패키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용자들이 엔씨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엔씨를 만들었으며, 회사의 최고 전성기를 이끈 리니지가 오히려 엔씨의 위상을 흔들리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최근 리니지의 색깔에서 벗어나 지난 2월 자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대규모 신작 5종을 공개하며, 트 리니지'를 선언. 과거 국내 No. 1 개발사라는 자신들의 역량을 선보일 각오를 내비쳤다.
지금이야 리니지 IP로 인해 "과금 게임만 만드는 회사", "돈 있는 아재들을 위한 게임만 내놓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생겼지만, 사실 과거의 엔씨소프트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대작을 다수 배출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게임사였다.
일례로 2003년 발매된 ‘리니지2’는 당시 FPS(1인칭 슈팅) 게임에나 사용되던 언리얼엔진을 대대적으로 개조하여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 엔진으로 바꾸어 놓았고, ‘리니지2’의 성공을 지켜본 에픽게임즈가 엔진의 방향성을 새롭게 수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2008년 선보인 ‘아이온’은 지상에서 펼쳐지는 전장을 공중으로 넓혀 MMORPG에 대규모 공중 전투를 도입하는 과감한 시도로 블리자드의 히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경쟁을 펼치며, 국내 PC방 순위 160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2012년 출시된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는 국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의 개성적인 캐릭터를 3D로 완벽히 구현하는 가공할 그래픽 기술력과 함께 반격기를 활용한 사실적인 액션으로 무협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리니지에 가려져 한동안 대중에게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엔씨는 "기존의 법칙과 다른 최고의 게임", "그래픽, 콘텐츠, 시스템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이전의 모습으로 회귀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의 신작 5종은 인터랙티브 무비, 액션 배틀 로얄, 수집형 RPG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완성된 게임을 대중에 공개하는 이전과 달리 기획, 개발 단계부터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게임은 'TL'(Throne and Liberty)이다. PC, 콘솔로 출시 예정인 'TL'은 엔씨소프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 신규 IP로, 엔씨 내부에서는 '더 리니지'(The Lineage)로 불렸지만, 리니지의 색채를 뺀 완전히 독립적인 콘텐츠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바로 환경이다. ‘TL’은 이용자들이 모험을 펼치는 세계를 몰입감 있게 구현하여 낮과 밤, 비와 바람 같은 환경 요소들이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됐다.
특히,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활의 사거리에 영향을 미치고, 비가 올 때 라이트닝 계열 마법을 사용하면 단일 대상 공격이 연쇄 효과를 일으키는 광역 스킬로 적용되는 등 같은 스킬이라도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져 이용자가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
이러한 요소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아 지난 3월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 조회 수가 800만을 돌파하는 등 TL의 관심도가 점자 커지는 중이다.
‘프로젝트E’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서낭당과 무당 그리고 조선시대 무사 등의 이미지가 공개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프로젝트E’는 서양 판타지 세계인 ‘TL’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다른 대륙에서 펼쳐지는 모험이라는 실험적인 요소가 다수 들어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엔씨는 수십, 수백 개의 콘셉트를 설계해 게임에 접목하고 있으며, 16주(국가)에 달하는 거대한 세계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엔씨는 리니지에서 벗어난 색다른 콘텐츠와 시스템을 도입한 신작을 대거 공개하며, “이 회사에는 리니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천명한 상태다.
과거 세계 게임 시장을 놀라게 했던 자신들의 기술력을 다시 선보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엔씨가 앞으로 어떤 게임으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