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휘청한 대형 게임사들. 메타버스, 디지털 휴먼 등 기술력으로 돌파 선언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 이용자가 늘어난 덕분에 매출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현재는 전성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경우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주가가 모두 안 좋은 상황인데다, 인건비 증가, 신작 지연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실적이 하락 중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형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디지털 휴먼 등 신사업 투자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비 상승,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기존 게임 서비스만으로는 매출 확대가 쉽지 않으니, 미래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콘솔 시장을 겨냥한 다수의 신작을 발표한데 이어, 새로운 CRO(최고연구책임자)로 이제희 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영입했다.
이제희 CRO는 교수 재직 시절 물리 기반 동작 제어, 데이터 기반 동작 학습 및 생성, 사실적인 인체 모델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고, 한국컴퓨터그래픽스학회 회장 및 SIGGRAPH Asia 2022 Technical Papers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근골격계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애니메이션 및 AI 연구개발(R&D) 조직을 이끌게 된 이제희 CRO는 ‘디지털 휴먼’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제희 CRO는 “미래의 게임에서는 어떤 대상이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교감하고,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드라마에서 배우의 역량이 뛰어날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듯이, 게임에서도 고도화된 디지털 휴먼이 들어가면 전체적인 퀄리티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역시 사내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TJ와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엔씨만의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어, 디지털 휴먼과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더욱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크래프톤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웹3.0, 딥러닝,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인터랙티브 콘텐츠 개발과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를 구현하는 사업을 위해 개발한 '버추얼 휴먼' 데모 영상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으며, 사내 프로젝트 인큐베이팅 조직을 통해 딥러닝 기반의 게임을 개발하고 스팀 플랫폼에서 퍼블릭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로 유명한 네이버제트와 조인트 벤처 법인을 설립하고, ‘이용자 창작 기반 NFT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하는 프로젝트 개발을 시작했다. 김창한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3년 1분기에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넷마블도 방준혁 의장이 올해 초 개최된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 행사에서 올해 주력 사업 분야로 블록체인과 ‘메타노믹스’, ‘메타휴먼’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힐 정도로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는 실제 도시 기반 메타월드에서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리고, NFT화된 부동산을 거래하는 투자 게임으로 개발 중이며, 메타버스 플랫폼에 활용되는 디지털 휴먼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 공개된 '제나', '리우', '시우' 등은 오버프라임, 그랜드크로스S 등의 게임에 등장할 계획이며, 또 다른 디지털 휴먼 ‘리나’는 송강호, 비 등이 소속된 써프라임과 전속 계약을 체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과거 VR, AR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신사업이 바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이 같은 움직임이 당장 주가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구글, 애플, 메타 등 전 세계 유명 IT 기업들이 모두 이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우려 못지 않게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기대를 현실로 바꿔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