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블록체인] P2E 등 블록체인 게임 위험성은 없나?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화폐의 부각으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지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막막하죠.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WITH 블록체인] 기획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시장 현황과 미래를 조명해보고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이 시장이 정말 기대할 만한 신천지가 될 것인지 집중 조명해보려 합니다>>
최근 게임 시장의 화두는 블록체인 게임이다. 게임과 블록체인을 조합하면 게임을 즐기며 돈도 벌 수 있는 P2E(플레이투언, 돈버는 게임)나 P&E(플레이투언)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게임사는 물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입장에서도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베트남의 게임사 스카이마비스는 블록체인 게임 '엑시인피니티'를 선보이며 세계 5대 게임사 수준의 시총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선보인 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블록체인 요소를 더한 P2E 게임으로 글로벌 동시접속자 140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블록체인 게임이 거둔 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본 국내 게임사들은 22년 1분기 실적 발표 시점을 전후로 너도나도 앞다퉈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입을 밝혔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점찍고 준비 및 서비스에 돌입했다. 블록체인과 게임이 만나 그려갈 밝은 미래를 그리는 데 한창이다.
다만, 게임사들의 이러한 이상과 달리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서비스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물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입장에서도 위험 요소가 많다. 블록체인 게임 시대를 맞기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소들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 P2E는 '바다이야기'와 다를까?
먼저 국내 게임사는 국내법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사행성 등을 문제로 국내 시장에선 P2E 게임의 정상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7호를 통해 게임 내 결과물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나 재매입과 같이 환전을 알선하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이 큰 이슈로 자리했고, 이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는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품으로 상품권을 제공했고, 게임장 인근 환전소를 통해 이를 환전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높은 사행성에 온종일 '바다이야기'에 빠져서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목숨을 끊은 사람까지 나왔다. 당시 어마어마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게임을 통해 가상화폐를 획득하고 이를 실물 화폐로 전환하는 P2E 게임은 필연적으로 높은 사행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은 게임이 선을 지킨다고 해도, 딱 한두 개만 잘못돼도 문제다, '바다이야기'가 보여준 것처럼 'P2E'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게임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서는 게임물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급 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모바일 중심의 시장에서는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들 통해 등급 분류의 틈을 노리고 얼마든지 게임이 등장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근 몰래 국내 유통 중인 P2E 게임 32종에 등급 분류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현재 게임사들이 목소릴 높이고 있는 P2E 게임 허용에 관한 주장에도 힘이 떨어진다. 현행법에서는 사행성 게임 전체를 규제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을 가미한 게임인 P2E 게임이 기존의 사행성 게임과 거리가 멀고 다르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더 확실한 논리와 근거가 필요하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의 경우 청소년 이용자의 P2E 게임 접근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약하다. 관련해서도 게임사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해킹 방어도 과제
게임사 입장에서는 해킹에 대한 방어도 과제다. 블록체인은 해킹에서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블록체인 게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스카이마비스의 '엑시인피니티'는 지난 3월 6억 2500만 달러(당시 약 77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
스카이마비스는 당시 이더리움과 자사의 유틸리티 토큰을 이어주는 사이드 체인 로닌에서 보안 침해사고가 발생했다고 원인을 밝혔다. 사이드 체인은 블록체인의 단점으로 꼽히는 데이터 전송 속도(트랜잭션), 수수료(가스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체인이다.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 직접 전송 및 저장하는 대신 사이드 체인에서 우선 처리하고, 이를 모아서 나중에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그리고 많은 블록체인 게임들이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메인넷으로 잘 알려진 클레이튼 기반 게임들도 사이드 체인이라 볼 수 있는 클레이튼의 서비스 체인을 활용한다. 해킹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의 경우 게임 재화를 게임 토큰화하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게임 보안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블록체인이 게임 외적으로 붙어 있는 형태다. 해당 부분 떼고 보면 일반 게임과 다를 바가 없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재화 부정 획득으로 끝이 나겠지만, 블록체인 게임은 토큰화 이후 실물 재화로도 변경할 수 있어 피해가 더 크다.
아울러 신뢰할 수 있는 메인넷 확보도 중요하다.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총 기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해당하는 메인넷 하나가 그대로 증발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메인넷을 구성하는 암호화폐를 구매해 스태이킹 하는 등 자본이 들어간다.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면 이용자들의 자금까지 유입이 시작되기 때문에 철저한 메인넷 검증이 필수다.
■ 모든 토큰 경제가 게임사 마음대로
이용자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토큰이나 코인 경제를 게임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게임 하나에서 사용하는 토큰은 물론 이런 게임들의 기축 통화가 되는 게임들도 게임사의 손에 달렸다.
예를 들면 게임 속 재화를 게임 토큰화 하는 게임의 경우 게임 재화 수급량을 확 줄여 버리거나 재화 획득을 위한 난도를 높여 수급량을 줄일 수 있다. 이때는 게임 토큰의 가격이 올라간다. 밸런스를 핑계로 반대 작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만 인기 있다면 별문제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하나의 게임 토큰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게임 토큰의 기축 통화도 기축 통화를 소유한 회사가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심지어 블록체인의 특성상 시장에 정상적으로 유통되지 않은 분량도 매각이 가능하다. 매각이 발생했을 시 피해는 고스란히 게이머나 홀더의 몫이다.
또,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 종종 등장하는 짝퉁 게임 '먹튀'가 발생하는 것처럼 P2E 게임도 '먹튀'가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P2E가 허용되면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에 들어와 P2E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게임 토큰이나 가치를 높인 뒤 막대한 물량을 매각하고 튀어 버리는 '먹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은 코인이라고 해도 디파이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 사실 NFT도 게임사 마음대로
NFT(대체 불가능 토큰)도 마찬가지다. 게임사 마음대로다. 블록체인 게임을 외치는 게임사들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통해 아이템의 소유권을 게이머에게 넘기고, 게이머가 아이템을 NFT화 판매해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NFT화한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게이머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실제로 아이템이나 캐릭터 판매를 통해 수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게이머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템의 가치를 게임사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고 서비스 종료 등으로 NFT가 쓸모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을 서비스 중인 게임사는 이에 동의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인기 블록체인 RPG를 서비스 중인 회사의 이용 약관을 보면 업데이트나 서비스 변경, 종료, 회사의 운영 방향 등으로 NFT의 가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용 약관에 넣었고 이용자 동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많게는 수억 원을 들여 구매한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밸런스 패치를 통해 한순간에 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서비스가 종료되면 NFT가 사실상 쓸모가 없는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해져도 게이머가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이용자 권리 보호를 위한 장치 없이 책임만 전가된 꼴이다.
그리고 NFT화한 아이템은 다른 게임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게임 간 밸런스 조절의 문제로 NFT 아이템이 다른 게임에서도 가치 있는 아이템으로 사용되기는 쉽지 않다. '리니지'의 집행검 NFT를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같은 다른 게임으로 옮기면서 어떤 아이템을 줘야 밸런스를 해치지 않고 집행검 NFT 보유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 결국엔 확률형 아이템으로 귀결
아쉽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P2E 게임이 결국 확률형 아이템에 근간해 돌아간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이 설계한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기존 게임에서 일부 자원을 토큰화하고 이를 기축 통화화 교환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이다. 게임의 본래 모습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블록체인 시스템을 붙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에는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토큰화할 수 있는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강력한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가 있고, 더 강한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는 많은 확률형 아이템 구매가 필요하다. 확률형 아이템에 점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 P2E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현재는 대부분 수익이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통해서 나온다. 현재로서는 P2E가 확률형 아이템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 블록체인 게임은 가야 할 길...국내 도입은 어떻게?
다양한 해결 과제가 산적한 블록체인 게임이지만, 많은 전문가는 블록체인 게임이나 P2E 게임이 결국 가야 할 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러한 트렌드가 확대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같은 게임을 즐겨도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21년 5조 원 규모에서 모에서 연평균 91% 성장해 25년 6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25년에는 블록체인 게임의 시장 침투율이 19.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개 게임 중 1게 게임은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갈라게임즈 에릭 쉬어마이어 CEO는 블록체인 게임이 주류가 되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향후 1200조 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P2E 게임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자 중앙대 교수는 “P2E 게임의 경우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해외 서비스 상황을 보고 국내 도입을 검토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사행성과 관련된 문제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위정현 교수는 또 P2E 게임의 도입 전제 조건으로 “'P2E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과 연계를 끊을 필요가 있으며, 완전한 프리투플레이 구현으로, 이용자들이 과금하지 않도록 설게해야 한다. 게임사의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로 구현해야 한다. 게임사가 버는 돈 일부를 나눠주는 것이 진정한 P2E다. 현재는 게임을 통해서 착취하고 코인을 통해서 또 착취하는 형태다. 또 P2E가 청소년판 '바다이야기'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고, 코인 가격 유지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