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비난 강도 높여가는 소니, 게이머들의 반응은 싸늘
게임패스 라인업 확대를 위해 무려 687억 달러(한화 약 95조원)의 거금을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MS의 과감한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소니가 이번 인수건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소니는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높은 사용자 충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MS가 이를 독점하는 것은 반경쟁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MS에서는 현재 계약 종료 이후에도 몇 년 더 '콜오브듀티'를 플레이스테이션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소니는 거의 20년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콜오브듀티'를 서비스해왔기 때문에, 몇 년간만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MS의 제안은 게이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짐 라이언 소니 대표가 게임매체 게임인더스트리에 보낸 성명에 따르면 MS는 현재 계약 종료 이후 3년간만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계약된 기간이 상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블롬버그통신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에 계약이 만료될 수 있으며, 빠르면 2027년부터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콜오브듀티'를 즐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MS에서는 이번 '콜오브듀티' 계약 연장 제안이 일반적인 게임 계약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이라는 입장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의 북미, 유럽 지역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콜오브듀티'를 잃을 위기에 처한 소니는 계약 연장이 아니라 아예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자체를 무산시키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소니는 브라질 경제방위행정협의회(CADE)에 제출한 서류에서 “'콜오브듀티'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며,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게임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게임이다. 따라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독점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영국 경쟁시장청(CMA)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게임 콘솔과 구독형 게임 서비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경쟁을 해칠 것을 우려된다며 심층 조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쌍수를 들어 환호하고 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최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요구한 인수 계약 관련 문서 제출까지 마무리된 상태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영국, 한국 등 주요 국가의 승인까지 얻어야만 최종 확정될 수 있다. MS 측은 인수 후에도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콜오브듀티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인수가 경쟁을 헤치지 않을 것이며,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합쳐도 텐센트, 소니에 이어 세계 3위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소니의 움직임에 게이머들이 보내는 시선은 상당히 싸늘한 편이다. 독점이 전체 게임 시장 발전을 막는 요소가 될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많은 독점작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어온 소니가 할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니는 그동안 '마블 스파이더맨', '언차티드', '그란투리스모', '갓오브워', '더쇼' 등 많은 독점작을 앞세워 판매량에서 XBOX를 압도해왔다.
특히, 북미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고 XBOX에 별다른 경쟁작이 없어서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던 '더쇼'는 몇 년간 독점 발매를 고수하고 있다가 MLB 사무국이 멀티플랫폼 출시를 강력히 요구하자 마지못해 XBOX로 출시를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이전부터 콘솔뿐만 아니라 PC로도 꾸준히 발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니가 주장하는 것처럼 '콜오브듀티'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빠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스테이션 판매량이 줄어드는 소니만 곤란할 뿐, 게이머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동안 압도적인 판매량을 앞세워 입맛대로 휘두르던 서드 파티들의 반란도 소니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콘솔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위주로 판매되고 있었으나, 게임패스 이용자 수가 전세계 2500만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XBOX 게임패스에 합류하는 게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오래전에 출시돼 거의 판매가 되지 않고 있던 옛날 게임들을 게임패스에 입점시키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출시된지 얼마 안된 최신작들도 게임패스에 입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MLB사무국의 입김으로 어쩔 수 없이 XBOX 출시를 결정하고, MS가 바로 발매 당일 게임패스 입점을 결정해버린 '더쇼'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EA가 자체 구독 서비스인 오리진을 게임패스에 연동한 것이나, 코지마 히데오가 소니의 투자를 받아 개발한 데스 스트랜딩'을 게임패스 입점시키고, 세가가 '용과같이' 시리즈 전체를 게임패스에 입점 시킨 사례 등은 소니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는 변화다.
이번 도쿄게임쇼에서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페르소나 시리즈 리마스터 버전', '데스루프' 등이 곧 게임패스에 입점된다는 소식이 공개돼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소니도 다양한 방식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대항마로 '헤일로'에 이어 '데스티니' 시리즈를 성공시킨 번지를 36억 달러(한화 약 5조)로 인수했고, 그동안 플레이스테이션 판매량을 지키기 위해 독점을 고수하고 있던 자체 개발 독점 게임들을 PC로 출시하고, 게임패스에 대항하기 위해 구독제 서비스 PS플러스도 개선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을 상징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블 스파이더맨', '갓오브워', '언차티드' 등이 PC로 발매된 것은 독점작만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판매량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플레이스테이션 판매가 일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PC 버전으로 판매량을 늘려서 손해를 줄여보겠다는 소니의 절박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PS플러스쪽은 자체 개발작을 발매 당일 게임패스에 입점시키고 있는 MS보다는 다소 약한 편이지만, 비디오 게임을 예전부터 즐겨왔던 이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PS2 시절 게임을 앞세워 레트로 게임 팬들을 공략하고 있으며, 자체 게임을 중심으로 최신 게임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 시절 '헤일로' 외에 별다른 대표작이 없었던 XBOX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에 영국이 태클을 걸고 나오면서 순조로울 것 같았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건이 암초에 걸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론이 소니의 편이 아니며,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건이 설사 불발되더라도 게임패스를 앞세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장악한 MS의 행보가 플레이스테이션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는 소니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소니가 MS의 파상 공세를 막기 위해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