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언리얼엔진 처음 써봤니?" '발키리 엘리시움'
80~90년대 격동의 시대에 도적과 산적들을 피해 가며 용산과 세운상가를 방문해 콘솔 게임을 어렵사리 즐겼던 이들에게 친숙한 이름인 발키리 시리즈의 신작 '발키리 엘리시움'이 지난 9월 29일 정식 출시됐다.(PC 스팀 버전은 11월 발매)
'발키리 엘리시움'은 발키리 시리즈의 개발사인 트라이에이스가 아닌 '나루토 투 보루토: 시노비 스트라이커', '닌자라' 등을 제작한 바 있는 '솔레일'에서 개발을 맡은 작품으로 시리즈 최초로 액션 RPG 장르로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시노비 스트라이커'를 통해 상당히 빼어난 스킬 연출을 선보여 호평을 이끌어낸 솔레일의 작품인 만큼 액션 RPG로 변신을 꾀한 '발키리 엘리시움'에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실제로 즐겨본 게임은 플레이를 할수록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계속 의문이 더해지는 듯한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
먼저 그래픽의 경우 게임 타이틀에 떡하니 등장하는 언리얼엔진 로고가 무색하게 어색함이 눈에 밟힌다. 그것도 "이 사람들 언리얼엔진 처음 쓰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발키리 엘리시움'은 캐릭터 외곽선을 어둡게 하고,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만화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카툰풍의 그래픽을 사용했다. 문제는 이 캐릭터들이 게임의 배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배경과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
이는 컷신이나 스토리 연출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보통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그래픽이 눈에 익어 적응될 법도 했지만, 이 게임은 아무리 플레이해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이렇게 배경과 캐릭터가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은 유료 에셋을 게임 분위기와 상관없이 욱여넣는 인디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경우인지라 스퀘어에닉스에서 유통하는 게임에서 이런 풍경을 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특히, 주인공 발키리의 일러스트와 게임 내 그래픽의 이질감은 더욱 강렬한데, 얼굴 모델링이나, 감정표현이 아주 사내답게 호방해서 차라리 ‘에인헤랴르’ 중 한 명인 사이퍼가 더 아름다워 보일 정도였다.(물론, 사이퍼는 남성이다)
그래픽의 난관을 넘어 본격적으로 만나게 되는 게임 내 콘텐츠는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이었다. 먼저 액션의 경우 콤보를 넣어서 상대를 공격하는 콤보 액션을 상당히 잘 구현해 놨고, 스킬 연출 또한 나름의 맛을 잘 살렸다.
여기에 재료를 소모하여 스킬을 해금하여 추가 액션을 사용할 수 있고, 검의 능력치를 해방해 스킬을 추가하는 등 후반부로 갈수록 사용할 수 있는 방어, 공격 스킬이 늘어나 이를 하나씩 플레이 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기에 무기와 마법마다 별도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속성 대미지를 줄 수 있으며, 다수의 적을 만나도 밧줄 액션 스킬로 빠르게 적에게 붙어 콤보를 쌓아 나가는 빠른 템포의 액션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에인헤랴르’를 소환하여 함께 전투를 진행하는 시스템도 흥미로웠다. 일종의 동료라 할 수 있는 ‘에인헤랴르’는 총 4명의 캐릭터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을 얻기 위한 별도의 시나리오가 존재할 만큼 게임의 스토리와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에인헤랴르’는 각자 속성을 지니고 있고, 이들의 속성이 통상공격, 스킬 공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게임 내 등장하는 보스와 적들에게 속성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들을 활용해 장애물을 넘거나, 격파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이와 함께 ‘에인헤랴르’와 대전할 수 있는 대전 콘텐츠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서브 퀘스트 그리고 맵 곳곳에 흩어져 있는 꽃을 찾아 대화를 나눈 횟수에 따라 엔딩 분기가 나뉘는 등 나름의 콘텐츠 구성을 갖춘 모습이다.
다만. 맵을 이동하면 적이 나타나고 이를 물리치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는 평면적인 진행이나 발키리 시리즈 전통의 단조로운 스토리, 그리고 4~5개 정도의 맵에서 계속 반복되는 이른바 맵 재탕이 이어지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스퀘어에닉스는 ‘발리키 엘리시움’의 출시와 동시에 게임 내 중요 캐릭터인 힐드를 플레이 캐릭터로 조작할 수 있는 ‘힐드 전용 모드’와 높은 난도의 타임어택 콘텐츠 ‘세라픽 게이트’ 등의 추가 DLC를 오는 11월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족한 게임 내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추가하겠다는 행보인 셈인데, 현재 단점으로 지적되는 그래픽 연출과 평면적인 진행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를 제공해 게임의 볼륨을 키울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