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안한다. MMORPG 피해 틈새 시장 노리는 네오위즈
대형 모바일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들이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보니,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MMORPG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로 이어지는 엔씨소프트의 대표 라인업이 몇 년째 시장을 장악하면서 신작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 되긴 했지만, 카카오게임즈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넥슨과 넷게임즈의 ‘히트2’ 등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면 해볼만한 하다는 것을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MMORPG들은 장르 특성상 타 장르보다 결제율이 높으며 한번 상위권에 자리를 잡으면 장기 흥행 게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간판 게임이 필요한 대형 게임사들은 MMORPG 장르에 모든 자본과 기술력을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게임사가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700억이 넘는 개발비를 투입했지만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블레스’로 인해 MMORPG 도전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낀 네오위즈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인디 게임 출시에 이어 게임스컴에서 주목을 받은 콘솔 액션 게임 ‘P의 거짓’까지 발표하면서 모바일 외 분야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네오위즈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MMORPG 장르 대신 꾸준히 비주류 장르에 도전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중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막대한 마케팅 경쟁까지 해야 하는 MMORPG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대신 틈새 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7월에 선보인 방치형 힐링 게임 ‘고양이와 스프’는 숲 속에서 귀여운 고양이들과 함께 스프를 끓이는 느긋한 감성 플레이를 앞세워 전 세계 25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 중이다. 아기자기한 만화풍의 일러스트와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방치형 요소가 소확행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다.
덕분에 구독 서비스에 게임까지 추가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넷플릭스로 서비스되는 최초의 한국 게임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퍼블리싱 게임인 ‘아이돌리 프라이드’도 꽤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이돌을 육성 하는 게임이다보니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버전 그대로 서비스하는 수준을 넘어서 한국만의 콘텐츠도 추가해주는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치밀한 전략성을 앞세워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면서 네오위즈를 대표하는 IP(지식 재산)가 된 수집형RPG ‘브라운더스트’의 차기 행보도 흥미롭다. 수집형RPG 인기작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선보인 넷마블이나,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을 선보인 컴투스처럼, 탄탄한 캐릭터층을 앞세워 모바일MMORPG 장르 변신을 시도하기 매우 좋은 장르이나, 네오위즈는 ‘브라운더스트’ IP를 활용해 만든 새로운 신작으로 퍼즐 장르인 ‘브라운더스트 앤 퍼즐’을 선택했다.
또한, ‘브라운더스트 앤 퍼즐’ 이후 IP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강조한 비주얼 노벨 RPG ‘브라운더스트 스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며, 그 다음에 본격적인 후속작인 ‘브라운더스트2’를 선보일 계획이다. 무리하게 바로 3D MMORPG 장르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강점인 2D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세계관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본격적인 3D RPG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11월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마스터 오브 나이츠:일곱 개의 시련’(이하 마스터 오브 나이츠)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흔치 않은 SRPG(턴 기반 전략 시뮬레이션 역할 수행 게임) 장르다.
이용자가 직접 주인공 ‘신’이 되어 기사들과 함께 다른 세계에서 침략해온 적으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50종의 화려한 캐릭터와 75종의 스펠카드를 다양하게 조합하고 배치해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담았다. 특히 타일 위에서 벌이는 턴제 전투와 5:5로 즐기는 실시간 대전 등 전혀 다른 2가지 방식의 전투 모드를 즐길 수 것이 특징이다.
물론, 대부분의 신작들이 주류 장르가 아닌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보니, 대표작인 ‘브라운더스트’ 이후 매출 순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모바일 신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컬’ 등 참신한 인디 게임 발굴, 그리고 콘솔 기대작인 ‘P의 거짓’ 발표, 그리고 독특한 장르의 모바일 신작 등 최근 네오위즈의 행보가 상당히 특이하다보니, 매번 비슷한 게임으로 매출 극대화에만 신경쓰고 있는 기존 게임사들에게 지친 이용자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미소녀 열풍을 몰고 온 ‘소녀전선’의 사례처럼 틈새 시장을 노린 마니아 게임이 이용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갑자기 주류 장르로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는 만큼, 네오위즈의 독특한 시도들이 향후에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