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소녀 범죄자들? 좀 더 깊게 들어간 서브컬쳐 게임 무기미도
올해 상반기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에 이어 하반기에도 미소녀 게임이 쏟아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은 대작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들 세상이긴 하다. 하지만,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보여준 것처럼 취향 저격 콘텐츠가 나왔을 때 마니아들이 보여주는 폭발력은 대작 MMORPG도 긴장시킬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이 하반기 순위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미소녀 게임들은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와 차별화를 위해 좀 더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독특한 컨셉을 들고 나온 신작들이 많아 더욱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최근 아이스노게임즈가 선보인 '무기미도'는 독특한 컨셉의 극을 달리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미소녀 게임은 예쁜 미소녀 캐릭터들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학교 같은 무대를 활용해 청춘 발랄한 느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게임은 인류 문명이 파괴된 범죄도시 ‘디스시티’가 배경이고, 등장하는 미소녀들은 수감자, 즉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이다.
이들은 범죄자이긴 하지만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어, 미노스위기관리국(MBCC)’의 신임 국장으로 부임한 플레이어와 함께 도시를 덮친 괴물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이독제독(독은 독으로 다스린다) 같은 개념인 것인데, 범죄자로 수감되어 있긴 하지만 각자 감춰진 사연이 있다는 컨셉으로, 향후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소녀 게임이니 미소녀들이 예쁘고 개성적인 것이야 기본일 수 밖에 없고, 궁금한 것은 “실제 게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냐”일 것이다.
이 게임은 이전에 출시됐던 미소녀 게임인 '명일방주'를 플레이해봤다면 익숙하게 느껴질만한 디펜스와 RPG(역할 수행 게임)가 결합된 복합장르 게임이다. 수집한 미소녀들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밀려오는 적들을 막아내면 되며, 저지선을 돌파한 적이 가장 후방에 있는 신임 소장, 즉 플레이어의 분신에 몇 회 이상 타격을 입히면 게임오버가 된다.
미소녀들은 원거리, 근접, 방어형, 마법형 등 특화된 포지션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 스킬 게이지가 채워지면 특별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앞에서 아군의 방어력을 올려준다거나, 원거리에서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체력이 떨어진 아군을 회복시키는 등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높은 등급으로 채우기보다는 조합의 시너지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물론 높은 등급으로 조합 시너지를 맞출수록 더 유리하겠지만…)
요즘 디펜스와 RPG의 결합도 꽤 흥행 장르가 됐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이 게임만의 차별화된 재미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무기미도'는 여기에 전투 중 실시간 배치 전환의 개념을 더 넣어서 전략의 재미를 더 강조했다.
보통 디펜스 게임의 경우 한번 배치하면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개념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아군의 수비 범위를 넘어가는 적들이 나오면 대응이 어려워 게임오버로 이어지는데, 이 게임은 스테이지 내 정해진 횟수만큼 캐릭터를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방에 있던 캐릭터를 후방으로 이동시켜서 다시 적을 막을 수 있다.
이 점은 단순히 놓친 적들을 처리하는 개념으로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후방에 있다가 스킬 게이지가 채워지면 아군 공격이 닿지 않는 적의 후방에 투입해서 강력한 스킬 공격을 퍼붓거나, 전방에서 체력이 부족해진 아군을 후방으로 돌려서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등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스킬 중에서는 적 하나만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범위 공격을 퍼붓는 것들도 있으며, 적들 중에 좀 더 강력한 보스급 몬스터의 경우 코어를 파괴시키지 못하면 공격을 무시하고 방어선을 뚫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캐릭터의 배치 전환과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코어를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전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디펜스 게임의 특성상 적들을 모두 제거할 때까지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계속 개입을 해야 하면 반복 플레이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한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스태미너가 있으면 아무런 조건없이 반복 소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스테이지를 만났을 때 효과적인 캐릭터 조합을 연구하는 전략의 재미만 강조하고, 그 외에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낄만한 부분을 최소화한 느낌이다.
미소녀들과의 관계를 쌓은 요소도 흥미롭다. 보통 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경우 높은 등급의 카드를 중복으로 많이 뽑아서 한계 돌파를 하면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나, 특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이 게임도 같은 캐릭터를 뽑아서 한계 돌파를 하는 요소가 당연히 있고, 여기에 또 다른 관계 형성 요소를 하나 더 넣었다. 바로 심문이다.
이 게임의 미소녀들은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다들 잡혀온 이유가 있는데,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해 단서들을 획득한 뒤 심문을 하면 그녀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감춰진 사연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단서를 기반으로 추리를 해서 감춰진 사연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들의 사연이 좀 더 극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보기 힘든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범죄자들을 이용해 싸운다는 컨셉 덕분에 메인 스토리만으로도 흡입력이 있는데, 여기에 수감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니, 갈수록 새롭게 등장하게 될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성장 시스템도 색다른 요소가 있다. 성장 재료를 모아서 한계 레벨을 올리고, 같은 캐릭터를 뽑아서 한계 돌파를 하는 등 일반적인 수집형RPG 성장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긴 한데, 한계 돌파 과정에서 2가지 특성 중에 자신의 부대에 더 유리한 특성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 두 계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한번 선택한 루트는 다른 루트로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이 엄청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같은 캐릭터라도 자신의 조합에 어떤 것이 유리할지 선택해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은 전략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이처럼 '무기미도'는 기존 인기 게임의 강점을 분석하고, 거기에 자기만의 색을 좀 더 더해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타워디펜스와 RPG의 만남이 꽤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소재 역시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선호하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게임보다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생각보다 초반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 전반적으로 너무 어둡고, 붉은 색 위주인 화면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게임이 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색다른 것을 선호하는 특정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