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으로 대거 유입되는 중국 유저들 왜?
최근 국내 게임사에서 출시한 게임들에 중국 이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한국 게임을 찾는 중국 이용자들은 국내에서 출시되는 신작 게임 소식을 국내 이용자들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공유하며, 이를 접속하는 방법이나 게임 내 콘텐츠 가이드 등의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심지어 중국의 SNS인 웨이보, 위챗, 샤오홍슈 등에서는 이 게임을 함께 즐길 이용자를 모집하는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영향으로 올해 출시된 모바일 게임 혹은 PC 플랫폼에 서비스 중인 국내 게임사들의 작품에 중국어 아이디를 쓰거나 채팅으로 한자를 남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게임 중 상당수가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받지 않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판호 발급을 받지 않은 게임의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으며, 구글, 유튜브 등 허가받지 않은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이에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을 제외한 국가에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다. 그러나 이 중국 이용자들은 VPN, 가속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에 접속하여 플레이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국 이용자들의 국내 게임 유입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스팀 플랫폼을 통해 비공개 테스트(CBT)를 진행한 넥슨의 ‘워헤이븐’에서는 중국 아이디를 사용하는 인원들이 대거 몰려 서버 대기열을 가득 메우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문제는 이 ‘워헤이븐’은 중국 스팀 서버에 등록되지 않은 게임이라는 것. 스팀을 서비스 중인 밸브는 중국 시장에 별도의 스팀 서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많은 중국 이용자들은 게임 규제 때문에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적은 ‘스팀 중국 서버’가 아닌 해외 스팀 서버를 이용하는 중이다.
이에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넥슨의 신작인 ‘워헤이븐’이 타겟이 되어 많은 중국 이용자들이 유입되었다. 심지어 이들은 정식 이용자들이 아님에도 중국 사이트를 통해 게임 공략은 물론, 게임에 소감을 공유하고, “다음 테스트에서는 이렇게 개선해 달라” 등의 피드백까지 남기는 등 국내 못지않은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3월 출시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국내 서버 한정으로 출시된 ‘던파 모바일’은 별도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중국 IP 접속을 철저히 막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많은 사이트가 업데이트 버전에 맞추어 별도의 APK 파일을 제공하거나, VPN, 가속기의 자체 업데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게임 접속을 시도해 넥슨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실제로 현재 많은 중국 사이트에서는 신규 업데이트 버전이 적용된 ‘던파 모바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이들 사이트에는 게임에 접속하는 방법과 업데이트 변경 점이 소개되어 있고, 파일 다운로드 수가 무려 1억 회를 넘기는 등 여전히 자신들 만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중국발 접속 폭주로 게임 서비스에 애를 먹은 작품도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라인게임즈의 ‘언디셈버’는 출시 직후 수백만 단위의 서버 접속 인원이 몰려들어 게임 서비스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오늘(3일) 사전 다운로드를 예고한 레벨인피니트의 ‘니케: 승리의 여신’(이하 ‘니케’) 역시 이미 중국 다운로드 사이트가 오픈된 상황이며, 수많은 중국 이용자들이 “어서 서비스됐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감을 표출하는 중이다.
하지만, ‘니케’는 현재 중국 서비스 계획이 없다. 개발사도 모르는 다운로드 사이트가 중국에 버젓이 운영 중인 셈.
레벨인피니트 측은 “중국은 이번 ‘니케’의 1차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중국 내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중국 이용자들은 왜 이렇게 국내 게임에 접속하려는 것일까? 많은 사례가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의 규제 일변도의 게임 정책으로 인한 대형 게임의 부재와 게임 가속기 등의 불법 프로그램 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은 2021년 7월 이후 무려 8개월 동안 신규 게임에 대한 판호를 중단했다. 올해 4월 다시 게임 판호 허가 소식이 들려오기는 했으나, 텐센트, 넷이즈 등의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과 해외 게임은 여전히 서비스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
여기에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초대형 게임 규제까지 더해지며, 중국 내 게임 플레이에도 제한이 생기다 보니 중국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해외 게임 사이트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적으로도 친숙하고, 입맛에 맞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의 신작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외 게임 이용을 도와주는 불법 프로그램들의 성행도 이러한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 중국 이용자들은 VPN 등으로 해외 사이트를 접속했지만, 최근에는 이 VPN조차 필요 없는 게임 가속기 등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월정액으로 운영 중인 이 중국산 게임 가속기는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통해 해외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 속도는 느려지지만 플레이하는 게임은 원활하게 접속되고, 게임의 업데이트 일정에 맞추어 클라이언트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상당한 퀄리티와 빠른 대응으로 중국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이 게임 가속기를 운영 중인 업체들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게임 목록과 실제 플레이를 보여주는 영상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으며, 국내 게임은 물론, 해외 유명 멀티플레이 게임 접속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며,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게임 가속기가 게임 서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이며, 사실상 해킹에 가까운 불법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은 온전히 게임사와 이를 플레이하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게임사들 역시 이들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이들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게임사들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 게임사가 아닌 이상 이를 막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은 마치 메뚜기 떼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빠지기 때문에 게임 서비스에 차질을 빚는 일도 늘어나 이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