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좀 더 성장한 아들, 여전히 아들이 걱정되는 아버지. 갓오브워 라그나로크
PS5의 희망이자 올해 게이머들이 가장 기다려온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갓오브워 라그나로크의 출시가 정말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전 체험 버전에서는 정말 극 초반부만 플레이해보고 제한된 소감만을 남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좀 더 많은 소감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물론 여전히 스포일러에 대한 제약이 심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조금이라도 연관된 부분은 밝힐 수 없다. 매우 답답하긴 하지만, 계속되는 반전이 꽤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그 감동을 온전히 즐기도록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전 작에서 초반 서먹했던 관계가 모험을 통해 조금씩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던 아트레우스와 크레토스는 이번 작에서 좀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작에서 3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트레우스는 이전보다 좀 더 성장했고, 가끔 반항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서먹함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사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버지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이제는 제법 자기 주장을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느낌이다.
크레토스는 이전보다 성장한 아들이 기특하긴 하지만, 아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북유럽 신들과의 관계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좀 컸다고 좀 더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 하는 아들이 더 걱정스러울 뿐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다 그렇듯이 아들에 대한 걱정을 말로는 잘 표현하기 힘들다보니 더 강한 어조로 얘기를 하게 되고, 그것이 더욱 아들의 반항심을 키우게 되는 상황의 연속이다.
특히 전작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발두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토르 등 강력한 신들이 초반부터 엄청난 위협을 가하기 때문에, 크레토스의 걱정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전작보다 좀 더 나아진 상황은 전작에서 많은 경험을 한 아트레우스가 드디어 1인분 이상을 할 수 있는 전사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전작은 크레토스 위주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크레토스가 없는 상황에서 아트레우스 혼자서 단독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크레토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날랜 몸싸움 실력을 선보인다. 화살 음파 공격으로 각종 퍼즐에서 활약하기도 하고, 활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적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크레토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처음에 아버지처럼 상자를 주먹으로 파괴하려고 했다가 주먹만 아파서 당황해하는 모습이 초반에 가장 인상적인 웃음벨이다).
전작에서는 조력자가 아트레우스 한명이었기 때문에, 전투가 크레토스의 나홀로 무쌍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작은 조력자가 꽤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다양한 패턴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만, 유일한 단점이 몬스터 색깔놀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전작을 의식했는지, 이번 작에서는 몬스터가 굉장히 다양한 전투 패턴을 보여준다. 초반에 집으로 찾아오는 토르는 전작의 발두르는 애송이 신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묠니르와 함께 엄청난 위엄을 선보이며, 중간에 나오는 거대 보스들도 꽤 인상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일반 졸개들조차 공중에서 공격을 해오거나, 자폭을 하기도 하고, 방어 자세를 무너트려야 공격이 들어가기도 하는 등 꽤 다양한 전투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력자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전투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크레토스의 무기도 초반부터 혼돈의 블레이드와 리바이어던의 도끼, 그리고 방패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퍼즐과 전투 모든 부분에서 이를 골고루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전작에서는 혼돈의 블레이드를 중반부 이후 획득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투는 물론 퍼즐까지 리바이어던의 도끼 위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멀리서 목표를 불태울 수 있는 혼돈의 블레이드와 목표를 얼릴 수 있는 라비이어던의 도끼의 특성을 잘 활용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작에서는 전작에서 오딘의 방해로 가지 못했던 스바르트알파헤임 등을 포함해 9개의 지역을 모두 탐험하게 되는데, 각 지역마다 다양한 전투와 다양한 퍼즐들이 기다리고 있어, 인상적인 메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두 무기의 특성을 활용해서 퍼즐을 해결하고 상자 등 각종 수집 요소를 획득하는 재미도 충실하다.
화려한 전투,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의 다양한 감정 변화, 점점 다가오는 북유럽 신들의 위협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더욱 완벽하게 느끼게 해주는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듀얼 센스는 ‘이것이 PS5의 위력이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PS5의 성능 덕분에 아들 걱정으로 더욱 짙어진 크레토스의 주름살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며, 전투에서도 더 역동적인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듀얼 센스 기능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엄청난 손맛을 전달하기 때문에, 전작을 뛰어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중반부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앙그르보다는 화려한 색감으로 게임 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전투 장면을 연출해줘서 게임을 끝낸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물론 전작이 PS4의 성능을 극한까지 이끌어낸 놀라운 그래픽으로 극찬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작의 그래픽이 전작보다 크게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PS5 버전만 플레이해봤기 때문에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PS4 버전에서도 굉장히 부드럽게 돌아간다는 소감이 많은 것을 보면 PS4 버전과 PS5 버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어느정도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이번에도 맵을 넘어가기 전에 세계수를 빙빙 도는 장면으로 로딩을 위장하고 있긴 한데, “PS5 버전으로만 나왔다면 굳이 이 장면이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는 이 게임에서 꼭 단점을 찾아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전작의 DLC 버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은 전작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후속작 역할에 충실한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작을 만족스럽게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아들을 잃은 프레이아의 분노, 로키라는 정체가 밝혀진 아트레우스, 크레토스를 찾아오는 토르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대작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 많을텐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전개가 계속 이어지니, 마음 편하게 발매일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