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오션6’, 짜릿한 액션, 아쉬운 나머지 전부
일본 RPG를 대표하는 인기 게임 중 하나인 ‘스타오션’ 시리즈의 최신작 ‘스타오션6’가 최근 발매됐다.
‘스타오션’ 시리즈는 일본RPG에서 보기 힘든 SF 세계관과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앞세워 슈퍼패미콤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정점을 보여준 PS2용 ‘스타오션3’ 이후 계속 내리막길만 걷고 있어서,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4편은 다 좋은데 스토리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던 3편보다 더 엉망이 된 스토리 라인으로 혹평을 받았고, 5편은 4편이 천사처럼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혹평이 쏟아져 바로 덤핑 신세가 됐으니, 이번에 발매된 ‘스타오션6’ 역시 기대감보다는 걱정부터 앞섰다.
시리즈가 앞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시점에서 발매된 작품인 만큼, 개발사인 트라이에이스도 상당히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로 발매돼 호평받은 ‘스타오션 아남네시스’의 요소를 대폭 반영했다고 발표해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등 5편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름 많은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겠지만, 아쉽게도 ‘스타오션6’의 첫인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최신 기기인 PS5로 즐겨봐도 여전히 PS4 시절에 머물러 있는 그래픽이 아쉬움을 느끼게 하며, 특히 캐릭터 모델링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남자 주인공인 레이먼드 로렌스는 대머리에 가발을 씌워둔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지며, 여자 주인공들은 2D로는 매력적인 디자인이었을지 몰라도 3D로 변환되면서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게다가 모든 캐릭터들이 게임 내내 같은 옷으로만 등장하며, 대사가 나올 때마다 ‘엄지척‘ 같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과장된 제스처가 반복되기 때문에, 스토리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무기를 바꿀 때도 바로 표현해주는 게임들이 널려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스토리는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 레이먼드가 그 곳의 왕녀 레티시아를 만나면서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미지의 행성이 갑작스럽게 선진 문물과 접촉하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혼돈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다뤄졌고, 유명 영화 ‘스타트렉’ 같은 곳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다 엄청나게 놀랄만한 반전이 있지는 않다. 사실상 판타지물에 SF로 살짝 간을 한 수준이긴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SF 요소가 늘어나긴 한다.
다만, 보기만 해도 짜증을 불러 일으켰던 이전 시리즈의 남자 주인공과 달리 이번 주인공인 레이몬드는 상당히 믿음직스러운 편이다. 왕국의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왕녀 레티시아를 도와서 다양한 사건을 효과적으로 풀어가며, 어설픈 표정연기가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장면들을 다수 연출한다. 왕녀 레티시아 역시 사건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전작처럼 속터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설픈 그래픽과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을 엔딩까지 이끄는 것은 시리즈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액션이다. 공격을 할 때마다 AP라는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완전한 실시간이라기 보다는 턴제와 실시간을 적절히 섞은 형태이지만, 최대 4명의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면서 화려한 콤보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액션 게임보다 더 박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스토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 듀마의 존재가 추가되면서 더욱 박진감이 더해졌다. 캐릭터 조작 중 듀마를 장착하면 돌진기를 활용해 적에게 빠르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공중에 있는 적들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적의 시야를 벗어났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게 되는 ‘블라인드 사이드’ 효과를 더 쉽게 획득할 수 있다.
많은 일본 게임들이 그렇듯이 ‘블라인드 사이드’, ‘거츠’, ‘AP’ 등 상당히 복잡한 용어들이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냥 듀마 장착하고 적에게 돌진해서 공격을 퍼붓는 것만으로도 전투가 더욱 짜릿하게 느껴진다. 보통 일본 RPG의 경우 필드에서 졸개들을 만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스타오션6’에서는 반복 전투가 지겹게 느껴지지 않으며, 귀찮으면 듀마를 장착하고 돌진해서 빠르게 벗어날 수도 있다.
시리즈의 최대 강점인 전투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성공했지만, 나머지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스킬트리 시스템으로 캐릭터를 자신의 취향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를 넣어뒀지만, 생각보다 스킬이 많지 않아서, 결국 같은 스킬만 끝까지 반복해서 쓰게 되며, 속도감 있는 근접전 위주가 되다보니 마법 스킬의 효율이 별로 좋지 않다.
또한, 인터페이스는 만들다 말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캐릭터가 대사를 하고 있을 때는 맵이나 인벤토리 창이 열리지 않으며, 상점에서 무기를 사고 파는 것조차도 매우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잠시 이탈한 동료의 액세서리는 왜 강제로 해제되도록 해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뒤늦게 심각한 문제들을 개선한 패치를 발표하긴 했지만, 패치를 적용해도 여전히 다른 게임에 비하면 많이 불편한 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이전작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는 엽기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아이템 크리에이션, 숨겨진 던전, 미니게임 소어 등 엔딩 후부터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만 괜찮으면 나머지 단점들을 다 넘어가줄 수 있다.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페르소나 시리즈 등과 비교하면 눈물이 날 정도의 상황이지만, 이번 작을 계기로 다음에는 더 확실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