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6비트 JRPG에 참신함을 곁들인 의외의 수작 '체인드 에코즈'
최근 독일에서 날아온 한 게임이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지난 8일 출시된 ‘체인드 에코즈’가 그 주인공이다.
독일의 개발자 마티아스 린다(Matthias Linda)가 홀로 개발한 1인 개발작인 ‘체인드 에코즈’는 2019년 킥스타터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에 2년 만에 출시된 작품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과거 80~90년대 등장한 16비트 스타일의 JRPG의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참신한 콘텐츠를 더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참신한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전투 시스템이다. 과거 JRPG 장르로 등장한 작품 중 상당수가 맵 이동 중 무작위로 적을 만나는 것과 달리 ‘체인드 에코즈’는 몬스터에게 이용자가 다가서야 전투가 진행된다.
더욱이 전투에 따라 HP와 MP가 소모되어 상시 회복 아이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던 일본 작품들과 달리 전투가 끝나면 HP와 TP(MP와 같은 개념)가 회복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전투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도망가기’가 지원되기 때문에 몬스터의 속성이나 특성을 파악하고, 다시 전투를 진행할 수도 있는 등 JRPG의 특성을 잘 모르는 이용자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렇다고 전투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체인드 에코즈’는 스토리를 진행하며 만나게 되는 몬스터들의 난도가 전반적으로 높게 설계되어 있다. 더욱이 필드 보스전의 경우 어떤 징조를 보여주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스킬을 쓸수록 채워지는 ‘오버드라이브’ 게이지를 관리해주지 않으면 대미지가 달라지는 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상당히 많다.
더욱이 이 게임에는 캐릭터와 몬스터의 레벨 표시가 없다. 레벨을 보고 몬스터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격하고 맞아보면서 상대를 가늠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이 몬스터들이 불합리하게 강한 것은 아니어서 속성과 특성을 잘 파악하고, 파티의 스킬을 변경시키면, 공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레벨 디자인이 설계되어 있다.
더욱이 이 게임은 몬스터가 지속해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맵으로 이동한 뒤 다시 방문해야 생성되기 때문에 JRPG에서 자주 등장하는 ‘강제 레벨업’ 이른바 ‘레벨 노가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JRPG 스타일의 게임을 할 때 무조건 상대 몬스터보다 레벨 1이라도 높도록 레벨 노가다를 했던 본 기자 역시 ‘체인드 에코즈’를 플레이하면서는 단 한 번의 반복 전투도 진행하지 않을 정도였다. 몬스터의 레벨을 보고 이에 맞춰서 레벨 노가다를 한 뒤 스탯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와의 전투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스토리 후반부로 이어갈수록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심오하다.
‘체인드 에코즈’는 150년 동안 이어진 3개국의 전쟁과 타락한 교회 등 민족과 국가 간의 얽히고 설킨 스토리가 등장하며, 이 세계를 주시하는 거대한 존재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이용자는 다양한 동료들과 새로운 거주지, 비공정 등을 만나게되며, 거대 병기인 ‘스카이워커’를 활용한 전투와 퍼즐 요소도 등장한다.
더욱이 맵에 등장하는 숨은 지역을 발견하거나, 일정 몬스터를 처치하는 등 업적을 쌓게 되면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 보상은 ‘빙고’ 식으로 등장해 빙고 칸을 채우면 추가적인 재료를 제공하여 자연스럽게 맵 탐색을 유도했다.
특히, 비공정으로 전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스카이워커’를 타고 맵 곳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연출은 ‘파이널판타지’, ‘제노기어스’ 등의 고전 JRPG를 보는 듯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와 상당한 재미를 준다.
육성 시스템도 이전의 작품들과 같은 듯 다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 게임에는 캐릭터 레벨이 없다. 스킬 역시 스토리 보스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법서 조각으로만 해금할 수 있다. 특히, 이 스킬은 액티브, 패시브, 스탯 증가 등으로 나뉘는데, 마법서 조각이 한정되어 있어 이를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전투를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SP로 스킬 숙련도를 강화할 수 있지만, 전투를 진행하면서 스킬 숙련도가 쌓이기 때문에 굳이 SP에 목멜 필요는 없다. 여기에 장비 역시 2단계 강화와 다양한 크리스털을 조합하여 장착할 수 있는 등 육성 요소 역시 상당해 흥미롭게 구성한 모습이다.
이처럼 ‘체인드 에코즈’는 80~90년대 16비트 도트 스타일의 그래픽과 기존 JRPG 콘텐츠에 참신함을 더한 상당한 수작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본 기자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80~90년대 게임을 가슴뛰게 즐겼던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난 것을 느낄 정도였다.
만약 JRPG 스타일의 게임을 선호하거나, 언제 나올지 모르는 장수 게임들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라면 확실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본 기자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