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끝없이 이어지는 뽑기와 합치기. 방치형 게임 ‘다그닥 기사단’

인디 게임 분야에서 방치형 장르가 완전히 주류로 자리잡았다.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그리고 게임을 꺼놔도 알아서 성장하는 구조 덕분에 게임을 하고 싶지만 오래 붙잡고 있기 힘든 이들에게 최적화된 게임성을 제공하며, 이용자들을 결제까지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소규모 개발사들도, 인앱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슷한 형태로 제공되는 게임들이 한번에 쏟아지고 있다보니,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게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방치형 장르의 특성상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도 싸우는 적만 달라지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으며, 이미 인지도를 쌓은 선발 주자들이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며 버티고 있다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껍데기만 다르고 내용물은 똑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엔진에서 선보인 신작 방치형 게임 ‘다그닥 기사단’이 선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그닥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억이 느껴지는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귀여운 캐릭터들로 부대를 구성해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적들과 싸우는 게임이다.

다그닥 기사단
다그닥 기사단

대부분의 방치형 게임들이 그렇듯이 이 게임 역시 게임성은 단순하다. 캐릭터를 수집해서 부대를 구성하고, 자동 사냥을 통해 모든 자원을 소모해서 캐릭터들의 레벨을 올려주면 부대 전투력이 상승하면서 더 강한 적들과 싸울 수 있게 된다. 횡스크롤 형태로 구성된 맵에서 달리면서 싸우는 그래픽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치형 게임보다 월등히 나은 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말 타고 달리면서 싸우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말 타고 달리면서 싸우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이 게임에서 주목할 점은 나름 복잡하게 설계된 성장 구조다. 전투를 AI가 대신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굉장히 다양한 성장 옵션을 제공하면서, 어떻게 부대를 육성할 것인지 고민하는 재미를 추구했다.

뽑기 혹은 사냥을 통해 획득한 캐릭터들은 D등급부터 SSS등급까지 다양한 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같은 등급의 캐릭터를 여러 개 모아서 승급 조건을 충족시키면 윗 단계 등급으로 성장을 시킬 수 있다. 애초에 등급이 정해져 있어서 뽑기 외에는 높은 등급을 뽑을 수 없는 게임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너그러운 조건이긴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 합쳐서 등급을 올리는 성장 구조
계속 합쳐서 등급을 올리는 성장 구조

같은 등급 캐릭터 4개를 모아서 승급하면 하나씩 늘어나는 별 개수를 4개까지 올려야 비로소 윗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으니, 단순히 D등급을 C등급으로 올리는 것만 하더라도 4X4=16개의 같은 캐릭터가 필요하게 된다. 등급이 D->C->B->A->S->SS->SSS로 성장하게 되니, 한 등급을 올릴 때마다 4X4가 계속 추가되는 것이다. 주된 작업이 합치는 것의 반복이 되다보니 방치형 게임이 아니라 머지 게임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물론 일괄 승급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에 일일이 합치는 귀찮은 반복 작업을 할 필요는 없다).

등급을 향상시키기 위해 엄청난 수의 캐릭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뽑기 수준도 남다르다. 하루에 한번 광고를 보면 30회 뽑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300회 소환할 때 27000개나 되는 보석이 소모되지만, 하루에 무료로 획득할 수 있는 보석이 그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뽑기 버튼을 누르다 지칠 정도로 마음껏 뽑기를 해볼 수 있다. 한번 뽑기를 할 때마다 손을 떨어야 하는 게임을 하다가 이 게임을 하면, 결제를 하지 않아도 게임 속 만수르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뽑기는 지칠 때까지 할 수 있다
뽑기는 지칠 때까지 할 수 있다

최대 20명의 캐릭터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적인 측면을 고려했는지 캐릭터의 장비 착용은 없지만, 대신 이 게임의 상징적인 존재인 말이 있다. 말은 뽑기가 아니라 야생의 들판 던전을 돌아서 획득해야 하며, 탑승하면 이동 속도 증가, 스킬 쿨타임 감소 등 다양한 부가 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 특히 SSS등급의 말인 경우에는 인연 효과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어서, 연결된 캐릭터를 탑승시키면 스킬 레벨이 상승하는 엄청난 혜택을 받게 된다.

이 게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말
이 게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말

부대를 구성하는 캐릭터만 성장시키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부대 전체에 적용되는 지휘관 효과에 훈련, 특성, 유물, 병영, 숙련, 진급 능력, 진급 등 각각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추가로 들어가 있으며, 어떤 속성의 캐릭터를 어떤 위치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추가 버프를 받는 부대 속성도 있기 때문에, 획득하는 자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병사 레벨과 등급 외에도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많다
병사 레벨과 등급 외에도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많다

캐릭터, 그리고 지휘관 성장에 필요한 재화들은 일반 전투뿐만 아니라 특정 던전에 들어가야 획득할 수 있도록 구성해뒀다. 방치형 게임에서는 컨트롤 요소가 없다보니, 던전이라고 해도 일반 사냥과 별 차이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에서는 단순히 적의 체력만 높게 설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적을 처치할 때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 등 던전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부여했다.

성장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던전
성장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던전

이렇게 다양한 성장 요소를 만들어둔 덕분인지 게임 내 숫자 인플레이션이 엄청나긴 하다. 일반적인 숫자로도 모자라서 숫자 뒤에 알파벳까지 붙여서 표기하고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인앱 광고 보상으로 인해 보석도 엄청나게 쌓이기 때문에 점점 숫자에 무감각해진다.

“공짜로만 즐기면 개발자가 불쌍하니까 서버비 낸다는 느낌으로 결제 한번 해줄까?”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려고 엄청나게 퍼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인앱 광고로 막 퍼주기 때문에 결제 부담이 거의 없다
인앱 광고로 막 퍼주기 때문에 결제 부담이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다른 방치형 게임과의 차별화 요소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끝도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뽑기의 쾌감과 계속 합치다보면 언젠가는 최상위 등급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한계없는 성장 구조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에 엄청난 과금이 아니면 남들보다 빠르게 앞서나가기 힘든 방치형 장르의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금을 하지 않으면 넘을 수 없는 장벽을 가진 게임에 지친 이용자라면 결제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만한 게임이 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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