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의 전략 변화, 모바일 보다는 스팀으로
인디 게임의 주요 무대가 모바일에서 PC, 특히 스팀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에는 타 플랫폼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고, 애플, 구글 마켓 덕분에 글로벌 진출이 용이한 모바일 플랫폼의 선호도가 단연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인앱 광고가 활성화되면서 무료로 출시하더라도 일정 이상의 수익을 노릴 수 있어, 개발비가 부족한 중소 게임사, 혹은 1인 개발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안겨줬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플랫폼의 마케팅 경쟁 심화로 인해 신작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으며, 대형 게임사들도 인앱광고 게임을 다수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인디 게임사들에게 점점 더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구글, 애플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등 인디 게임사들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실질적인 도움은 되고 있지 않다. 인디 게임사들도 수익이 절실하다보니 다양성보다는 방치형 등 유행하는 장르로 획일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모바일 인디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도 과거만큼 호의적이지 못하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많은 인디 게임사들이 PC플랫폼, 특히 스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팀을 필두로 에픽게임즈 등 글로벌 PC 다운로드 플랫폼 덕분에 모바일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며, 모바일만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디 게임이 노출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성능 제약, 인터페이스의 차이 등으로 인해 생각보다 제약이 많은 모바일 게임과 달리 키보드와 마우스를 활용해 더욱 참신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유니티, 언리얼 엔진도 일정 수익 이하까지는 무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디 게임사들도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다면, 대형 게임사에 뒤지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 네오위즈 방구석 인디 게임쇼 등을 살펴보면 PC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신작들이 다수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 게임은 터치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민감한 조작을 요구하는 장르를 개발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지만, PC 혹은 콘솔 플랫폼으로 만들면 화끈한 손맛을 즐길 수 있는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치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모바일 인디 게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주목받은 대형 게임사들의 트리플A급 대작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인디 게임사의 참신한 발상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의 시장 분석 기업 유고브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게임 이용자는 소폭 감소했지만, 북미의 PC, 콘솔 게임에서 인디 게임을 즐긴 이용자는 13%에서 17%로 증가했다.
인디 게임의 데뷔 무대로 유명한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운영 중인 밸브뿐만 아니라 에픽게임즈도 언리얼 데브 그랜트, 유니티도 유니티 게임잼, 스마일게이트도 버닝비버2022 등 인디 게임사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인디 게임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스팀에서 한국 인디 게임 최초로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한 스컬 등 국내 인디 게임사의 성공 사례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마인크래프트’ 덕분에 MS에 인수된 모장, ‘폴가이즈’의 성공에 힘입어 에픽게임즈에 인수된 미디어토닉, , 1인 개발자의 성공 신화를 쓴 스타튜밸리의 개발사 에릭 바론 등과 비교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도전이 이어진다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한국 인디 게임사의 등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