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등장하는 중국산 불법 게임기들, 어찌 하오리까
"게임이 600개가 넘게 들어있는데 엄청 저렴해요.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파는 거니까 합법인 줄 알았죠 뭐"
네이버, 다음 등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월광보합' 등 중국산 불법 '레트로 게임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불법 게임기들은 '슈퍼마리오', '소닉' 등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은 유명 레트로 게임들을 수백 개에서 수천 개나 포함하고 있지만,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별다른 제재없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불법적인 제품인 만큼 판매 방식은 대부분 해외 직구 형태를 띤다.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 등의 판매 사이트에서 개인이 개인통관번호를 입력하고 1대씩 수입하는 방식이 주다. 세관에서는 이런 게임기 하나하나 잡아내기 쉽지 않고, 포털 사이트에서도 개인이 1대씩 사는 제품이라 제재를 하지 않다 보니 수년 째 불법의 온상이 된 상황이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다 보니 기호에 따라 종류도 대폭 늘어났다. 두 손에 꼭 맞게 제작되어 휴대용 게임기로 손색이 없는 핸드헬드 기기 형태, TV에 연결해서 둘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치 형태, 아예 32인치 LCD를 탑재해 오락실 게임기처럼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 형태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나아가 수년간 수월하게 판매가 진행되다 보니 이제는 닌텐도 스위치나 게임보이 등 공식 게임기들 못지않게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으며, 노골적으로 이러한 불법 게임기들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나 카페 등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전에 닌텐도 등 일본 게임사에서 NDS(닌텐도 듀얼 스크린) 출시 당시 불법 복제 기기인 R4 등의 근절을 위해 중국 공장을 습격하는 등 실력행사를 벌인 적도 있지만, 이후 그정도의 제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또 레트로 게임의 경우 국내 게임사들 보다 일본 게임사들이 주로 저작권 피해를 입다 보니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에 대한 제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법 게임기의 범람이 상당한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게임에 대한 가치를 절하시켜 '게임은 공짜'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고, 이는 게임을 넘어서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콘텐츠 업계에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지금처럼 글로벌로 한류 콘텐츠가 퍼지고 있는 이때, 해외 이용자들에게 한국 콘텐츠를 불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명분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콘텐츠에 가치를 두지 않다 보니 '게임 불감증' 등 만성적인 무기력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레트로 장터를 운영 중인 이승준 씨는 "세계적으로 레트로 게임들의 가격이 치솟고 또 최신 게임기에서도 다운로드 콘텐츠로 레트로 게임들이 판매되고 있다."라며 "레트로 게임이 옛날 것이라고 해서 공짜 콘텐츠로 인식되어선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공학부 교수 또한 "이 같은 불법 게임기의 유통은 제작하는 중국업체에도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는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2차적인 문제가 있다. 콘텐츠는 정당하게 비용을 치르고 이용해야 한다는 성숙한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