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아블로 4' 베타 테스트 해보니.. 혁신은 부족하고 PC 요소는 강화돼
블리자드가 지난 2주간 '디아블로 4'의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다. 1주일씩 각 클래스도 순차적으로 오픈시키고 레벨 제한도 풀고 서버도 점검하는 등 정식 서비스를 위한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블리자드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디아블로 4'는 과연 어떤 게임으로 다가오게 될까. 본지에서 플레이해 봤다.
'디아블로 4'의 첫인상
게임을 시작하기 전 '디아블로 4' 시네마틱 영상을 보면, 그래픽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다. '디아블로 3'과는 다른 고어함이 느껴지고 캐릭터 디자인이나 모델링 등 전반적인 그래픽도 대폭 향상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타이틀 화면은 '디아블로 4' 로고 자체가 굉장히 깔끔했고, 이어진 접속 화면은 '디아블로 3'와 큰 차이점을 못 느낄 정도로 흡사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캐릭터 생성 화면으로 오면 블리자드가 PC(정치적 올바름) 요소를 의도적으로 강화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대부분 흑인으로 나와서 어두컴컴하다. 강령술사는 핏기 없는 흰 얼굴이지만 드루이드, 야만용사 등은 흑인 캐릭터가 디폴트로 설정되어 있다.
캐릭터 선택 시에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피부색이 변하긴 하는데, 흑인 비중이 너무 높고 여성 캐릭터들은 최악으로 꾸며놔서 일단 기분이 나빴다. 이렇게 인종 차별 없게 굴 거라고 떠들면서 왜 동양인 비중은 없나?라는 의구심도 든다.
게다가 드루이드의 여성 캐릭터를 살펴보면 역대급이다. 노골적인 블리자드의 강요가 느껴지는 부분으로, 디즈니의 '인어공주' 생각이 훅 스쳐지나가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PC 요소를 강화한 것을 보니, 정식 서비스부터는 '디아블로 4'를 즐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필드 전투는 굿, 새로 구축된 스킬 시스템
초반 테스트로 오픈 베타 때 주는 보상(아기 늑대) 때문에 레벨 20까지 키워 보았다. 퀘스트는 액트 1만 진행이 되었고 마을을 다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개방이 안되어서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많았다.
필드에서의 전투는 '디아블로 3'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었다. 고어하긴 하지만 그래픽은 확실히 좋아진 느낌.
특히 그래픽이 좋아진 것 외에 발전한 것은 타격감 부분이다. 보통 타격감이라면 칠 때의 타격감과 사운드에서 오는 타격감이 있는데, '디아블로 4'는 사운드에서 오는 타격감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사운드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다만 정식 서비스가 아닌 만큼 사양은 꽤 높은 편이었다. 테스트를 진행한 컴퓨터 사양을 보면, 라이젠 3700x, 32기가 램, RTX2060으로 풀 옵션 플레이 시 중간중간 버벅거림이 발생했다. 특히나 램 사용량이 어마어마했는데, 램 사용량이 최소 14기가 이상 차지하는 것 같다. 중옵일 때에도 일정하게 버벅거림이 있는 걸 보면 최적화는 꼭 필요할 듯.
스킬은 이번 '디아블로 4'에서 싹 바뀌었다.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의 시스템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다들 알다시피 '디아블로 2'는 스킬트리가 있었고 '3'에는 스킬을 배운 후 스킬에 해당하는 세부 능력치를 레벨에 맞춰 4개 중에 하나를 골라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번 '디아블로 4'는 내가 선택한 스킬에 중간중간 갈래가 있어서 어떤 식으로 강화를 할 것인지 선택하고 연계가 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원소술사라고 하면, 벼락불, 강화된 벼락불, 번쩍이는 벼락불, 깜빡이는 벼락불 이렇게 발전하게 되는데, 강화된 벼락불 다음에 번쩍과 깜빡 둘 중에 하나 선택해야 한다. 다음 스킬로 가기 위해서는 기술 포인트를 2개 찍어야 한다.
게임의 목적은 파밍, 물약 변화는 긍정적
게임은 쿼터뷰에, 그래픽은 좋아졌고 전투 콘텐츠도 확실히 타격감이 있어 게임에 몰입할만했다. 하지만 게임을 주욱 즐기면서 느꼈던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은?이라고 유추해 보면 결국은 파밍이라는 답이 나왔다. 특히 만렙 이후에 정복자 시스템도 그대로 있는 걸 보니 결국은 파밍의 반복이 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블리자드 측에서 엄청나게 많은 전투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고 했고, 실제로 광활한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되지만 블리자드의 느린 업데이트 특성상 벌써부터 '디아블로 3'의 그 오랜 파밍 노가다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6개월에서 1년 정도 바짝 재미를 느끼고 나면 '수면제'라고 할만한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필드 전투에 있어 전작에 비해 좋았던 점을 하나 꼽자면 물약 시스템을 들 수 있겠다. 물약 시스템이 보스를 잡을 때 특정 표시(세모)를 깎으면 보스에서 물약이 2-3개씩 떨어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매우 긍정적으로 바뀐 부분으로 지목하고 싶다.
기존에는 보스와 싸우기 전이나 싸울 때에도 별도로 획득할 수 있는 물약을 획득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 '디아블로 4'에서는 특정치 까지 체력을 깎으면 물약이 떨어진다. 그래서 물약을 얻어서 보다 수월하게 보스전을 치를 수 있었다. 이를 감안하여 전략적인 전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과금 시스템, 시즌 배틀 패스 판매 체계로
블리자드에서는 '디아블로 4'의 과금 시스템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즌 배틀 패스 판매'가 메인인 것을 알 수 있도록 답변했다. 시즌 배틀 패스가 주요 과금인 셈이다.
다만 패키지 가격이 일반판이 8만 4,500원, 디지털 딜럭스 에디션이 12만 2,900원, 얼티밋 에디션은 13만 6,400원으로 구성되어 원성을 사는 상태에서, 일반판 구입한 경우는 시즌 배틀 패스가 무료로 제공되지 않고 최소 디지털 딜럭스 에디션부터 시즌 배틀 패스가 제공되는 것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보통 일반적인 패키지 게임 같은 경우는 시즌 배틀 패스 같은 경우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철권' 시리즈는 DLC(추가 다운로드 콘텐츠)처럼 신규 캐릭터를 구입하는 방식이었고, '폴가이즈'만 봐도 유료일 때는 시즌 배틀 패스가 무료였고 게임이 무료가 되어서야 시즌 배틀 패스가 유료로 바뀌었다.
이번 '디아블로 4'는 게임 자체가 예전에 4-5만 원이 아니라 2배 이상의 가격인데, 12만 원을 넘게 주고 사도 시즌 배틀 패스 첫 회만 제공해 준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이용자들의 반감이 상당하다.
특히 일반 버전을 구입한 사람이 아예 이 시즌 배틀 패스에서 배제되는 부분은 블리자드의 가격 정책에 회의감이 드는 부분이다.
테스트 결론, 혁신은 부족하고 PC 요소는 강화돼
'디아블로 4'를 플레이하고 느낀 점은, 그래픽이 좋아지고 스킬트리 좀 바뀐 '디아블로 3' 확장판 정도의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패스 오브 액자일'과 '디아블로 3', 그리고 '로스트아크'를 적당히 섞어놓은 느낌이다. 원래 블리자드가 다른 게임의 장점을 조합해서 밸런스를 잘 맞추기로 유명한 회사니까 새삼 색다른 느낌은 아니다.
다만 이번 '디아블로 4'에서 아직까지는 혁신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최적화는 아직 안되었고, 과금은 다소 올린 '디아블로 3'의 강화 버전이라는 느낌.
자유도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출 난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이 게임이 '디아블로' 정식 IP(지식 재산) 게임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블리자드에 대한 우려점이 커진다. '디아블로 3'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혁신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대한 우려다.
그간의 행보를 봐도 '스타크래프트 2'나 '리마스터'도 자신들의 e스포츠 욕심 때문에 말아먹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혁신을 찾기 어렵고, 카드 게임인 '하스스톤'은 업데이트 때마다 서버 이상에 시달리고 있다.
거기에 '오버워치 2'까지 '오버워치'의 확장판 수준으로 출시되었으니 이제는 더이상 블리자드의 미래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결국 블리자드는 이번 '디아블로 4'를 끝으로 과거 IP들을 거의 다 소진시킨 셈이며,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가 마지막 희망인가 싶은 생각 마저 든다.
이런 저런 실망감을 표현해보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4'를 더욱 발전시켜서, 모쪼록 예전의 영광과 위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