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사들은 왜 구글을 싫어하게 됐을까
지난 22년 12월 16일에 열린 스마일게이트의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버닝비버 2022'. 80여 개의 국내 인디 게임사가 참석한 이 행사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PC 스팀 플랫폼 출시를 예정할 뿐 모바일 게임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그전인 2022년 9월 1일에 열린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 2022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프라인에 출전한 인디 게임사들 중 80%가 넘는 비율의 개발사가 모바일 게임을 배제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행사에 나올 만큼 적극적이고 비교적 퀄리티가 높은 인디 게임사들이 어째서 모바일 게임을 외면하고 PC 스팀을 선택했을까.
20여 개의 인디 게임사들을 취재한 결과, 명확한 이유는 있었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인디 게임사들이 돈을 벌 수 없는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플랫폼 홀더들이 인디 게임사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고, 특히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회의감이 높았다.
"PC 스팀에 진출하는 게 훨씬 성공 확률이 높아요. 모바일 게임시장은 이제 거대한 개발사들의 마케팅 싸움 시장이에요. 저희가 발붙일 곳이 없어요"
인디 게임사들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인디 게임의 무덤이 된 지 오래'라고 평가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레드 오션'을 지나 '블러디 오션'이 됐다는 반응도 내놨다.
특히 인디 게임사들은 가장 큰 문제점이 구글에 게임을 출시해도 전혀 출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귀띔했다.
별도로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장되기 일쑤이며, 구글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보니 사실상 수익 셰어 비율이 7대 3이 아니라 최소 5대 5는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껏 없는 돈을 짜내어 마케팅을 했는데 게임이 망하면 구글 좋은 일만 시켰을 뿐 빚더미에 올라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글이 인디 게임사들에 관심을 가진다고요? 전혀요. 일단 매출이 올라오지 않으면 담당자도 없어요. 소통할 창구가 전혀 없죠. 구글 인디게임페스티벌 그런 건 다 쇼예요."
구글에 대한 인디 게임사들의 불만은 또 있었다. 매출 상위 50위권에 올라오지 못할 경우, 구글 담당자와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게임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구글의 입장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그렇게 게임으로 많은 돈을 벌어가면서 마땅한 소통 창구 하나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심지어 부분유료화 없이 광고 베이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잡은 인디 게임사들 중에서는 '불온한 광고 클릭'이라며 '한 달 동안 구글 광고 금지' 갑질을 당했다고 토로하는 곳도 있었다.
담당자도 없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꼼짝없이 한 달을 굶어야 했으며, 구글 측에서 제대로 사유도 말해주지 않으니 한 달 뒤에 또 제재받을 수 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구글 갑질에 치를 떨었다고 설명했다.
"구글 입장에서야 우리가 돈도 안 되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생존이 걸렸거든요. 맨날 돈 잘 버는 엔씨, 넥슨, 넷마블 이런 곳만 챙기는데 인디 게임사들이 남아나겠나요. 다 PC 스팀으로 옮겨가는 거죠. PC 스팀은 그래도 아직 사업을 할 만해요."
그렇게 PC 게임을 선택했다고 하는 인디 게임사들은 인터뷰 도중에 조심스레 익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혹시나 모바일 게임을 만들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구글이 제대로 노출을 시켜주지 않는 등 갑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카카오에서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를 출범했을 때 구글 스토어에서 카카오 게임하기 게임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에 구글은 서버 문제 등으로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남궁훈 대표가 트위터로 불평을 터뜨리고 공론화되자 금세 원상 복구가 됐다. 참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구글은 플랫폼 홀더로써 '구글 피처드'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내 중견 기업들에게도 경쟁 스토어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갑질을 해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며 최근 공정위로부터 '반경쟁행위'에 의한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