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영상 공개한 ‘크로노 오디세이’, 엔픽셀은 반등할 수 있을까?
‘그랑사가’로 유명한 엔픽셀이 그동안 개발 중이던 신작 ‘크로노 오디세이’의 신규 영상을 4일 공개했다. 지난 2020년 말에 첫 컨셉 영상을 공개한 후 거의 3년만이다.
'크로노 오디세이'는 특수 조직 '이드리긴'의 일원들이 12명의 신들에게 대항해 거대한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다. ‘DK온라인’과 ‘세븐나이츠’를 성공시킨 배봉건 대표가 개발을 총괄하고 있으며, ‘갓오브워’,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게임 음악 작곡가 크리스 벨라스코가 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MMORPG는 시장을 주도하는 장르이며,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주목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크로노 오디세이’에 대한 관심도는 그 이상이다. 엔픽셀이 그랑사가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회사의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엔픽셀은 ‘세븐나이츠’의 성공에 힘입어 독립한 배봉건 대표가 설립한 회사인 만큼, 설립 초기부터 300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두 번이나 유치했으며, 2021년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까지 유지하면서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선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작 ‘그랑사가’가 출시 초반 구글 매출 3위까지 오르기는 했으나,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 앉았으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를 기용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인 일본 출시에서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신작 개발 투자 확대로 인한 적자이긴 하지만, 매년 적자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비슷한 성장 과정을 밟고 있는 김재영 대표가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성공을 거두고, 시프트업을 설립한 김형태 대표도 ‘승리의 여신 니케’를 글로벌 흥행작으로 만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비교가 안될 수가 없다.
이렇다보니, 차기작 ‘크로노 오디세이’의 성공이 더욱 더 절실해졌다. 첫 영상 공개 이후 두 번째 영상 공개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은 ‘크로노 오디세이’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초기 컨셉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공개 당시에는 PC, 모바일, 콘솔까지 멀티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모바일을 제외하고 PC, 콘솔 플랫폼만 개발 중으로 변경됐다.
모바일이 제외된 만큼 그래픽이 더 사실적으로 변했으며, 액션도 더욱 역동적으로 변해 MMORPG라기보다는 ‘다크소울’ 같은 액션 게임으로 보일 정도다. 트레일러 영상 중에는 선혈이 난무하는 신체 부위 절단 장면, 적을 마법으로 얼린다음에 파괴하는 장면, 근접으로 상대하다가 후방 점프로 거리를 벌린 뒤 총기를 난사하는 등 굉장히 독특한 액션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으며, MMORPG 장르인 만큼 다수의 인원이 모여서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세계관이다보니, 시간을 멈춰서 정지된 적에게 공격을 퍼붓거나, 적 무리 한복판으로 떨어져서 공격을 퍼부은 후,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등 색다른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을 포기하고 콘솔 플랫폼 중심으로 개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호불호가 심한 자동 전투를 버리고, 대신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전투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을 확인한 게이머들은 이전 국산 MMORPG보다 더 역동적인 전투와 사실적인 그래픽 때문에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까지 모바일 게임 개발 위주였고,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없는 회사이다보니, 실제 플레이도 영상과 같은 모습일지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현재 엔픽셀은 ‘그랑사가’의 중국 진출, ‘그랑사가’ IP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그랑버스’ 등을 준비 중이지만, 자국 게임이 더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 상황, 폭락한 가상화폐 시장 등을 고려했을 때 결과가 다소 불확실해서, ‘크로노 오디세이’를 반드시 흥행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설립 초기부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엔픽셀이, ‘크로노 오디세이’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