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억에 한글을 더한 완전판.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
최근 팔콤이 과거 PSP로 출시했던 게임들을 닌텐도 스위치로 다시 선보이면서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PSP 명작이 돌아왔다. 대대로 호평받았던 이스 시리즈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를 닌텐도 스위치로 옮긴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다.
이 게임은 1989년에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변신해서 화제가 됐던 이스3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이스3는 2편에서 스토리가 마무리된 시리즈의 새출발을 위해 너무 많은 변화를 담다보니 전작 팬들에게 혹평을 받았지만, PSP 버전은 시리즈의 부활을 이끈 이스6의 개선점을 많이 받아들이면서 손에 꼽히는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PC 버전이 아루온을 통해 한글화되어 서비스된 적이 있으나, 아루온 서비스가 중단됐고, PSP 버전도 한글화되지 않다보니, 이번에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최종 완전판 같은 느낌이다. PC버전이 스팀에 있기는 하지만, 이용자 한글패치를 적용해야 한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초창기 아루온을 통해 출시됐을 때 알파벳과 다른 페르가나의 맹세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면서 PSP 버전 역시 페르가나의 맹세라고 불렸지만, 이번에는 원래 게임명인 펠가나의 맹세를 되찾았다.
이번에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이전 PSP 버전을 기반으로 텍스처 및 사운드 음질을 향상시킨 버전이기 때문에, PSP 버전에서 업그레이드된 요소들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벤트 신이 모두 음성 더빙되었고, PC-8801, X68000, 펠가나의 맹세 3종류 BGM을 고를 수 있으며, 브레이브 게이지를 두배로 모아서 더 강력한 타격을 힙힐 수 있는 더블 부스트 모드도 있다.
또한, 이벤트 신에서 아돌의 음성이 추가됐으며, 캐릭터 일러스트도 클래식 버전과 리파인 버전 둘다 제공하고, 게임 속도를 늘리는 하이퍼 스피드 모드 등도 추가돼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게임이긴 하지만, 연식이 좀 있는 게임이다보니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게임 플레이는 퍼즐을 풀어 막혀 있는 길을 뚫고 강력한 보스전을 즐기는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6에서 호평받았던 검술 액션을 더욱 강화해 진동없이도 손맛이 느껴질 정도로 호쾌한 타격감을 자랑하며, 2단 점프나 바람의 스킬, 화염 마법 등을 활용해 막힌 길을 통과하는 등 퍼즐의 재미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원작인 이스3는 이전까지 몸통박치기였던 이스 시리즈에 처음으로 검술 액션을 도입한 게임이다.
어느 정도 레벨업을 하면 졸개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도 될 정도로 부담이 없지만, 보스전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RPG이니 레벨업, 장비도 중요하겠지만, 보스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해오기 때문에, 컨트롤 실력이 부족하다면 몇 번이고 재도전을 해도 답이 안보인다고 느껴진다. 특히 보스전에는 아이템 사용도 안되기 때문에, 순수하게 피지컬 능력에 의존해서 공격을 모두 피하고 때리는 수 밖에 없다. 패드 집어던지 딱 좋은 게임이다.
게임 전체 분량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인데,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악랄한 보스전과 길찾기의 어려움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도전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게임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이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려고 만든 가학적인 게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즘에는 친절한 게임이 많다보니 이런 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픽도 많이 업그레이드됐다고는 하지만, 무려 16년 전 게임을 닌텐도 스위치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좋다고 할 수준은 못된다. 다만 팔콤 게임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느껴지며, 닌텐도 스위치 화면이 작기 때문에, PC버전으로 즐기는 것보다는 꽤 잘 어울리는 편이다.
BGM은 사실 게임회사가 아니라 음악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팔콤의 게임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게임답게 지금도 매력적이다. 이전에 아루온에서 판매할 때도 OST를 추가한 한정판을 판매해서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이번 닌텐도 스위치 버전 역시 초회 구입 특전으로 OST가 포함돼 팬들을 애타게 만들고 있다.
이스 시리즈가 팔콤, 더 나아가 일본 게임을 대표하는 유명 IP이긴 하지만, 요즘은 예전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리즈 부활을 알렸던 이스6 때 잠깐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후에는 다른 게임에 밀려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이 됐고, 팔콤에서도 이스 시리즈보다는 영웅전설 시리즈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완전한 신작도 아니고 16년 전 게임의 리마스터이다보니 요즘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만한 게임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스 팬들에게는 가장 완벽한 버전으로 이스 펠가나의 맹세를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