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무도 훌륭한, 그래서 더 슬픈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본 기자는 스타워즈 세계관을 어린 시절부터 탐닉해온 스타워즈 팬보이 중 한 명이다.
어린 시절 KBS 주말의 명화에서 처음 4편을 본 그 순간부터 스타워즈 세계관에 매료되어 1999년부터 극장에서 개봉한 모든 스타워즈 영화를 직관한 흔하디흔한 팬이기도 하다.(이 말인즉슨 ‘라스트 제다이’도 극장에서 봤다는 말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스타워즈는 영화는 물론, 게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IP(지식재산권)이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등장한 스타워즈 게임은 수 백 중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며, 액션, 전략, RPG 등 현존하는 모든 장르에서 한 번씩은 얼굴을 비친 전적을 지니고 있다.
기자 역시 'X윙' 같은 고전 게임은 하지 못했지만, '제다이 나이트', '구공화국 기사단', '배틀프론트' 등 수 많은 게임을 밤을 새워 즐기며, 스타워즈 특유의 광선검과 블라스터에서 느껴지는 그 투박한 향기를 맘껏 느끼고는 했다.
그렇기에 이번에 리뷰를 진행한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에 대한 기대는 컷다. 전편인 ‘오더의 몰락’이 소울라이크 방식의 전투와 복잡하게 맵을 구성한 오픈월드 형태에 스타워즈 정식 세계관에 편입돼도 모자라지 않는 스토리까지 상당한 퀄리티로 나왔기 때문.
실제로 즐겨본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이하 ‘서바이버’)는 전편에서 지적된 많은 단점을 상쇄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스며든 수작이었지만, 최적화 문제가 모든 장점을 가려버린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당히 세밀해진 전투 시스템이었다. 전편의 경우 소울라이크 게임임에도 패링(반격) 타이밍이 상당히 애매하여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엔딩까지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은 이 부분을 상당히 개선하여 패링과 반격을 상당히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단순했던 포스와 공격 스탠스(검법)가 상당히 세밀해져 싱글 블레이드, 듀얼 블레이드, 더블 월드 등 스탠스에 따른 효과가 상당히 명확해졌다. 싱글의 경우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범용성이 두드러지며, 더블은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유용하고, 듀얼은 강력한 대미지와 함께 공격 딜레이가 짧고, 자체 패링 스킬도 가지고 있어 보스전에 주로 사용된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블라스터’는 ‘광선검 던지기’와 광선검과 블라스터를 동시에 사용하여 멀리서 공격하는 이른바 ‘원거리 짤짤이’가 가능하여 상황에 따라 다양한 스탠스를 사용하는 재미를 더했다.
여러 전투 패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소 복잡해 보일 수는 있으나, ‘서바이버’는 게임 초반을 통째로 사용법을 자연스레 익히는 일종의 튜토리얼로 구성하여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도록 유도해 진입 장벽을 낮춘 모습이다.
퍼즐 요소와 길 찾기 역시 상당히 쾌적해졌다. 전편에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맵 구성의 경우 길 단축 구간이 상당히 늘어나 사망하거나 발을 헛디뎌 이전 지역으로 가도 금세 찾아갈 수 있도록 변경됐다. 여기에 위치 표시가 애매했던 맵 역시 더 명확하게 표현되고, 일종의 내비게이션도 도입되었다.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편과 비교하면 그나마 가는 곳은 알 정도의 수준으로 바뀐 모습이었다.
아울러 정말 세밀하게 봐야 알 수 있는 힌트와 길을 뱅뱅 돌려서 화를 돋웠던 퍼즐도 상당히 직관적이고, 그 장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게임 진행이 막히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뛰어나다. 전편에서 ‘파다완’(제다이 수련생) 애송이에 불과했던 ‘칼 케스티스’는 이번 작품에서 수많은 고난 속에 단련된 베테랑 제다이로 등장한다.
실제로 후반부에 해금됐던 수많은 포스 스킬을 게임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여러 캐릭터의 대화에서도 통찰력이 느껴지며, 동료들의 사망과 갈등에도 담담하게 대처하는 등 어엿한 한 명의 제다이로 성장한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는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상당해 함께 제국에 맞서 싸우는 반군 동료들과 코보, 노바, 타날로르 등의 지역 NPC들 역시 그냥 지나가는 정도가 아닌 한 번쯤 다시 생각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지역 역시 상당히 넓어져 각 행성과 구역마다 개성이 뚜렷하며, 숨겨진 장소나, 의외의 적이 등장하는 등 오픈월드 요소가 풍성하게 구성하여 탐험의 재미를 고봉밥처럼 꽉꽉 눌러 담은 모습이었다.
본 기자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바로 사운드였다. 사실 스타워즈는 이전부터 정통 오케스트라를 통해 만들어진 웅장한 OST를 자랑하던 작품이었다. 영화는 몰라도 음악은 알 정도로 스타워즈의 OST는 상당히 유명하며, 이는 영화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스타워즈 특유의 클래식한 OST는 이번 작품에 굉장히 뛰어난 퀄리티로 구현되었고, 게임 속 컷신과 연출에 맞추어 흘러나와 게임의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전투가 시작되고, 새로운 지역이 등장하는 등 게임의 분위기가 전환될 때마다 이 OST 역시 다르게 등장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즐거울 정도였다.
다만 최적화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PC는 물론, 콘솔 버전까지 문제투성이였던 최적화는 출시 후 2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프레임 드랍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상당한 수작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게임 콘텐츠를 지녔으나, 기술적인 문제가 이 모든 것을 망친 셈이다.
이처럼 최적화 문제를 제외한 ‘서바이버’는 상당한 수준의 전투 시스템과 전편의 단점을 대거 수정한 상당한 수작으로 등장했고, 게임 역시 상당히 즐겁게 즐겼으나, 엔딩으로 흘러갈수록 본 기자에게 느껴진 감정은 재미와 감동이 아닌 ‘슬픔’이었다.
아무리 캐릭터 서사가 뛰어나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구현했다 한들 그 모든 이야기의 종착지가 결국 ‘라스트 제다이’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그 ‘슬픔’의 이유다.
기자는 ‘스타워즈’의 8번째 작품이었던 ‘라스트 제다이’를 극장에서 무려 2번이나 봤다. 처음 영화를 본 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혼란스러워 극장을 다시 찾았고, 그곳에서 30대의 배 나온 스타워즈 팬보이는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시리즈의 설정을 싸그리 무시한 이 한편으로 인해 20년을 넘게 사랑했던 스타워즈가 다시는 이전의 명성을 얻을 수 없음을. 그리고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흘러내린 눈물이었다.
스타워즈는 영화만을 공식 스토리로 인정하고, 다중 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은 ‘칼 케스터즈’는 결국 ‘라스트 제다이’의 이야기로 편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현실이 2010년대 이후 등장한 가장 뛰어났던 스타워즈 게임의 엔딩을 감상하던 팬보이의 머리를 관통하면서 엔딩을 봤다는 뿌듯함과 즐거웠던 게임의 경험은 온데간데없이 슬픔만이 남게 되었다.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는 상당히 많은 떡밥을 남기며, 3편의 등장까지 암시한 상태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와 함께 과거의 영광만이 스타워즈 진영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은 이 게임이 더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와 기자를 비롯한 스타워즈 팬들에게 슬픔을 희석시켜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