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실시간으로 즐기는 엑스컴?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
SF 호러 영화의 전설적인 프랜차이즈 ‘에이리언’은 1979년 첫 등장 이후 벌써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팬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매력적인 설정을 살려 다양한 게임으로도 나와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2014년 등장한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영화 속 외계 괴물인 제노모프와 무시무시한 술래잡기를 즐길 수 있는 공포를 선사했고, 역대 최고의 ‘에이리언’ 게임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2023년 ‘에이리언’ IP를 활용한 신작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가 출시됐다. 게임은 ‘워해머 40,000(Warhammer 40,000)’ 설정을 기반으로 한 배틀플릿 고딕: 아르마다(Battlefleet Gothic: Armada) 1편과 2편을 선보인 틴달로스 인터렉티브가 개발을 맡았다. 국내에는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플레이스테이션(PS5) 버전을 선보였다. PC(스팀)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기자는 PS5 버전을 기준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 게임은 실시간 전략 장르(RTS)로 분대를 조종해 ‘에이리언’을 물리치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게임이다. 실시간으로 전투가 진행된다는 것을 빼면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이 턴 전략게임의 대표작 엑스컴 시리즈와 유사하다. 외계인이 적이라는 점까지 말이다. 그래픽이 전해주는 비주얼 느낌도 조금 비슷하다. 참고로 PS5 버전은 해상도와 성능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을 직접 즐겨보니 단순한 엑스컴 아류작이 아닌 실시간 요소를 통해 다양한 재미 요소를 전하는 게임으로 느껴졌다. 특히, 슈팅이나 공포가 아닌 전략 장르의 ‘에이리언’ 게임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임의 스토리는 레테 위성에서 벌어지는 새롭고도 끔찍한 제노모프 사태를 다룬다. 이용자는 레테 위성의 다양한 식민지를 다니면서 자원을 모아 기지로 사용하는 우주선을 수리하고, 에이리언을 물리치며 사건의 전말에 다가간다.
다양하게 마련된 컷신과 주요 등장인물 간 대사 그리고 아이템을 수집해 획득하는 정보를 통해 게임이 가진 세계관에 더 녹아들 수 있다. 제노모프에게 끌려가는 것을 구원이나 선택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등장해 원작의 팬이라면 게임 내 마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리라 본다.
게임의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스테이지 탐험과 전투다. 이용자는 4~5명의 해병으로 구성된 분대를 파견해 임무를 수행한다. 각 해병은 미션 투입 통해 경험치를 쌓고 성장해 의무병이나 정찰병, 기술병 등의 분과를 갖고 고유의 특성과 스킬도 갖게 된다. 과거 ‘풀 스펙트럼 워리어’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이용자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해병으로 구성된 분대를 실시간으로 조작해 스테이지 곳곳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한다. 분대는 실시간 조작을 통해 같은 목표 지역을 향해 이동하게 되고, 아이템 획득이나 문을 해킹하는 특정 동작 등은 자동으로 해병이 선택되어 이동한다. 아쉽게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해병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것은 안 된다.
대신 각 해병이 가진 고유의 스킬이나 아이템 등을 주어진 포인트를 소비해 활용할 수 있다. 적이 다가오면 소각기를 쏴 불바다를 만들거나, 길목에 지뢰를 설치하고 유탄을 발사하는 등 스킬 기반의 컨트롤이 가능하다. 스킬을 활용할 때는 게임이 천천히 진행되거나 정지시킬 수 있어 한층 전략적이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게임의 난도는 게임이 가진 전투의 재미를 더 살려준다. 오죽하면 게임 내에 별다른 페널티가 없는 퇴각 시스템이 마련됐을 정도다. 퇴각 이후 부대를 다시 파견하면 이어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은 애초에 첫 도전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하는데 3~4시간씩 걸리고, 몇 차례에 걸친 파병 작전이 필요하다.
게임 난도가 높아 지휘관인 게이머의 실수 몇 번이면 해병들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가 있다. 해병들의 총알과 회복약 등은 무한이 아니고, 제노모프는 그 빈틈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또 적과 전투를 펼칠수록 스트레스 수치도 올라 전투를 힘들게 만든다.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어서면 정상적인 전투가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퇴각해도 해병에게 마이너스 요소인 트라우마가 생긴다.
물론 해병들의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피난처를 마련하고 휴식을 계속해서 취할 수 있지만, 계속된 휴식은 적의 공격성을 올리는 문제가 있다. 공격성이 쉬움과 보통을 거쳐 어려움 단계까지 오른다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퇴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투를 통해 큰 소리가 발생하면 하이브의 추적까지 시작돼 추적이 끝날 때까지 적이 다가와 신경을 곤두세우고 플레이해야 하며, 맹습이 시작되면 정말 엄청난 수의 제노모프들이 해병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몰려온다. 에이리언 영화에서 엄청난 수의 제노모프가 몰려오는 것을 지켜본 해병의 마음이 느껴진다.
다행인 점은 게임의 난도 조절을 위해 센서를 통해 근거리에 자리한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가까운 적과 이어진 노란선이 빨간 선으로 변화하는 탐지 시스템도 도입됐다. 적에게 탐지만 되지 않으면 유리한 상황을 가져갈 수도 있다. 정말 외계 생명체의 위협을 받는 사람처럼 신중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전투 외에 기지에서는 해병들의 훈련과 무기 연구, 그리고 제노모프 기술 연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연구를 통해서는 더 강력한 화력과 각종 이점을 챙길 수 있어 필수다.
또 기지에서는 해병의 부상이나 트라우마의 치료도 가능하다. 다만, 부상 치료나 트라우마 심리 치료는 시간이 며칠 필요하다. 이 게임은 날짜가 지나면 지날수록 게임의 전체적인 난도가 상승한다. 때문에 부상이나 트라우마가 해결된 최정예 요원을 계속 파견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대체 요원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담이지만, 힘들게 키워둔 해병이 전사했을 때 게임을 접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드는 것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는 공포나 슈팅이 아닌 실시간 전략 장르를 기반으로, ‘에이리언’ 프랜차이즈가 가진 매력을 잘 전해준다. 높은 난도만 버틴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본다. 전투가 주는 재미와 성취감도 뛰어나고 말이다.
다만, 현재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에서도 보이는 자잘한 버그나, 기본 수치로는 너무나 작은 한글 폰트, 마찬가지로 작아 보기에 불편한 미니맵 등은 조금 아쉽다. 자잘한 부분의 빠른 개선을 통해 더 많은 게이머에게 ‘에이리언’이 가진 매력을 전해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