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목소리 도용 사건’, 게임 성우들 ‘발칵’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일부 모드(이용자 창작 콘텐츠) 제작자들이 게임업계 성우들의 목소리를 AI로 무단 도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심지어 도용한 목소리를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나오는 성인 모드 제작에 활용한 것이 드러나며 더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1일 한 SNS 이용자가 성인 모드 제작에 활용된 성우의 목록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이용자는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모드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 AI 음성 복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동의 없이 음성이 활용된 성우들은 학대당한 것과 다름이 없다”, “해당 목록의 성우들은 직접 발견한 경우만 적은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성우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미처 찾지 못한 성우가 있다면 넥서스(게임 모드 호스팅 사이트) 측에 연락해 삭제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용자의 글을 보고 충격에 빠진 게임업계 성우들은 AI 음성 복제에 대한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헤일로 4’ 등에 성우로 참여한 벤 디스킨(Ben Diskin)은 “내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한 사례가 있으면 제보 부탁한다. 내 목소리가 이런(AI 학습)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디아블로4’, ‘히트맨 2’ 등에서 성우로 이름을 올린 라이언 라프턴(Ryan Laughton)은 “말을 얹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문제인 사건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AI 음성 복제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사용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제보 부탁한다.”라고 AI 음성 복제를 비판했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에서 연기한 성우 안나 브리스빈(Anna Brisbi)도 “AI를 위해 내 목소리를 학습시키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는 내 것이고, 모드 제작자에겐 그것을 베껴서 사용할 권한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트리샤 멜론(Trisha Mellon), 샤키라 던(Shakyra Dunn), 루비 그레이(Rubi Gray) 등 다수의 성우가 SNS를 통해 AI 음성 복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다.
사건이 커지자 미국 성우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Voice Actors, NAVA)도 입을 열었다. NAVA는 AI 목소리 도용 피해자 성우 명단을 인용하고, 인공지능과 합성 음성으로 인한 성우와 게임사 피해는 현실적이고 가시적이라고 글을 올렸다. 협회는 게임사의 법적인 해결을 원한다며 ‘엘더스크롤’ 제작사 베데스다를 게시물에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베데스다는 자사의 모드 관련 수칙 및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원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제삼자 웹사이트의 콘텐츠 업로드를 금지한다.’, ‘커뮤니티에 성적이거나, 성인용이거나, 과격한 모드는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를 죽이는 모드, 저작권 또는 등록상표를 침해하는 콘텐츠와 관련된 모드도 금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