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전 엑스컴 감성 그대로. 한글로 즐기는 제노너츠2
어린 시절 추억의 명작에 감동받아 개발자의 길로 들어선 이들 중에 자신의 손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이들이 있다. 라이선스가 없으니 원작을 부활시킬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그 게임을 사랑했던 열성 팬답게 원작 개발자보다도 더 원작의 감성을 잘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디아블로2의 매력에 빠진 개발자들이 모여 탄생시킨 그라인딩기어게임즈의 패스오브엑자일이다.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초보자들이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적응하고 나면 블리자드가 직접 만든 디아블로 신작보다도 더 디아블로2의 모습에 근접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을 받으면서 핵앤슬래시 장르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게임이 하나 또 있다. 전략 게임 마니아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명작 게임인 마이크로프로즈 엑스컴 시리즈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골드호크 인터랙티브의 제노너츠다. 물론 파이락시스에서 엑스컴 시리즈의 정식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부활시킨 새로운 엑스컴 시리즈도 호평을 받긴 했지만, 엑스컴 UFO 디펜스, 엑스컴 테러 프롬 더 딥 시절의 고전 감성은 제노너츠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제노너츠의 후속작 제노너츠2가 최근 스팀 얼리액세스를 시작했다. 특히 한글화가 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즐기기 힘들었던 1편과 달리 2편은 다이렉트게임즈에서 한글화까지 진행해줘서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됐다.
파이락시스에서 만든 엑스컴 시리즈가 원작을 잘 계승한 훌륭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3D 그래픽으로 변신한 전투 화면과 달라진 기지 인터페이스 등으로 인해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제노너츠2는 보는 순간 엑스컴2 테러 프롬 더 딥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고전 엑스컴의 감성을 그대로 옮겼다. 기술이 발전된 만큼 전체적으로 더 깔끔한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기는 하지만, 타일 형식으로 배치되는 기지 모습이나, 미션 시작할 때 수송기 안에서 병사들이 모여 있는 귀여운 모습을 보면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파이락시스의 엑스컴 시리즈는 벽 근처로 이동하면 알아서 자신의 몸을 숨기고, 이동 후 행동 혹은 2배 거리 이동 중에 선택을 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한 전투를 선보인데 반해, 이 게임은 고전 엑스컴 감성 그대로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병사들의 인벤토리, 탄약 관리도 해야 하고, TU(타임 유닛) 기반이기 때문에 앉는 동작, 방향 전환에도 포인트가 소모돼, TU 계산을 잘못하면 바로 앞에 외계인을 두고 아무것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외계인 턴 때 그 시절의 거친 사운드와 화면이 주는 공포감만큼은 아니지만, TU 계산 미스로 잘 키운 아군 병사가 외계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진다. 턴 마다 자동 세이브가 되기 때문에 죽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긴 하지만, 죽는 상황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희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1편에서 이미 상당부분 완성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1편을 즐겨본 이들이라면 2편에서는 크게 바뀐 점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시대 배경이 좀 최신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래픽도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좀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려고 노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작과 달리 지구인으로 이뤄진 적대조직 클리너도 등장하며, 맵이 다양해졌고, 미션 목표도 외계인 사살뿐만 아니라 여러 아이템 회수, 납치, VIP 제거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해 매 전투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사격 경로에 방해물이 있으면 적중률이 낮아지는데, 다른 아군으로 방해물을 제거해주면 적중률이 높아지는 등 지형 지물의 파괴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전략의 깊이가 더 깊어진 느낌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많은 시간을 플레이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새로운 요소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새로운 요소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이제 막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단계라는 점이다. 전작의 경우 외계인들만 정신 능력을 사용할 수 있고, 아군 병사들은 당하기만 해야 하는 등 고전 엑스컴에 비해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앞으로 정식 출시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더욱 더 고전 엑스컴 감성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파이락시스가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이후로 엑스컴 시리즈 신작에 대한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만큼, 엑스컴 팬이라면 얼리액세스를 통해 제노너츠2가 보다 완벽한 게임을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