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아닌 유저의 손으로 뽑은 한해 최고의 명작들은?
게임 시장에서 잘 만들어진 게임 혹은 인기 있는 게임을 흔히 "이거 GOTY 받을 만한 게임"이라고 말한다.
연말부터 시작되어 연초까지 진행되는 'Game of the year'(이하 'GOTY')는 한해를 빛낸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게임 업계의 이슈 중 하나다. 일정 기준을 갖춘 전 세계 수백 곳의 언론 매체, 웹진 그리고 게임 시상식에서 동시에 선정할 수 있는 만큼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이른바 최다 'GOTY' 수상작에 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이 사실.
물론, 이 최다 'GOTY' 수상작이 무조건 그해에 최고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은 아니다. 2021년 무려 137곳이 넘는 매체와 웹진 등 전문가들이 ‘GOTY’로 선정한 '라스트 오브 어스2'의 경우 수상 기록만 보면 최고의 게임이 되어야 했으나, 실제 게임 이용자들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전문가와 일반 이용자들의 온도 차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인 셈이다.
이에 많은 이들은 이용자가 직접 게임 평가 점수를 매기는 '메타크리틱' 등의 기록을 더 신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선정한 GOTY와 이용자들이 직접 손으로 꼽은 게임이 확연하게 다른 수상작들은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2013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최고의 게임 경쟁이 치열한 한해였다.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게임성을 보여준 락스타게임즈의 'GTA5'와 세계 게임 역사를 통틀어 상위권에 꼽힐 명작 '라스트 오브 어스'가 같은 해 출시됐으니 말이다. 실제로 두 게임의 'GOTY' 경쟁은 전세계 게임 이용자들의 단골 논란으로 떠올라 이 문제를 두고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일 정도였다.
결국 최다 GOTY를 차지한 게임은 '라스트 오브 어스'였으나, 이용자들이 선택한 메타크리틱 점수는 'GTA5'가 근소하게 앞섰다. 깊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라인을 지닌 게임도 좋지만, 원초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을 원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10년의 세월 동안 '라스트 오브 어스'가 리메이크와 후속작이 등장하고 드라마화까지 되었지만, 'GTA5'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으며, 매년 게임 판매량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역시 경쟁이 치열했었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위쳐3: 와일드 헌트', 베데스다의 '폴아웃4', 코나미의 '메탈기어 솔리드V : 펜텀페인', 워너브라더스의 ‘배트맨: 아캄 나이트’ 등 각 게임사들의 대형 신작이 한 해에 모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배트맨: 아캄나이트'는 환불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오류가 심각했고, ‘폴아웃4’ 역시 최적화 문제로 스스로 무너졌다. 이에 '위쳐3: 와일드 헌트'가 103개 GOTY를 수상하며, 당당히 최다 GOTY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최고의 평점을 내린 게임은 조금 달랐다. 바로 PS4로 출시된 ‘저니’(Journey)가 메타크리틱 점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013년에 출시된 바 있는 ‘저니’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었다. 웅장한 스토리나, 캐릭터 간의 대사, 심지어 게임 진행을 위한 연결고리도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단순히 가벼운 퍼즐을 풀며, 모래바람을 해치고 목적지를 가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였다.
하지만 몽환적인 게임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분위기와 대사가 없는 대신 주변 풍경과 아름다운 OST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들며 독특한 게임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줘 국내에서는 ‘힐링 게임’으로도 유명했고, 전 세계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2015년 PS4 버전으로 재발매되어 신작의 조건을 충족시킨 ‘저니’는 앞서 소개한 쟁쟁한 게임을 모두 제치고, 메타크리틱 이용자 평가 94.80%로 1위를 기록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전세계를 휩쓸었던 2021년은 전문가 평가와 이용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 한해였다. 비록 ‘라스트 오브 어스2’가 최다 GOTY 기록을 경신했지만, 이용자들의 관심은 같은 해에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숲’)과 밸브의 ‘하프라이프 알릭스’에 쏠렸다.
실제로 ‘동숲’은 출시 후 5개월 만에 2,2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단기간 최대 판매를 기록한 게임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나 GOTY는 10여 개에 불과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렇듯 서로의 의견을 비난하고, 분열됐던 혼란의 시기에 메타크리틱 점수 1위를 차지한 게임은 ZA/UM의 어드벤처 게임인 ‘디스코 엘리시움’이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포인트 클릭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작품이지만, 상당히 심오한 내용을 지닌 게임이다. 게임 속 세계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자유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사상들이 등장하고, 이용자는 이 세계에서 여러 정치 활동에 참여하여 인간 군상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4개에 달하는 주인공의 인격(스킬)을 사용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인권과 산업 발전의 사이의 모순, 정치적인 이상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사회 등 마치 1900년대를 보는 듯한 게임의 스토리는 코로나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디스코 엘리시움’은 메타크리틱 97점을 받으며, 2021년 게임 이용자들이 선정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게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