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할수록 괜찮은 요상한 대기만성형 게임 '아틀라스 폴른'
출시되는 게임들이 유난히 망겜과 대작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2023년. 수작과 괴작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는 게임이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 10일 H2 인터렉티브가 자막 한글화를 통해 출시한 '아틀라스 폴른'이 그 주인공이다.
'로드 오브 폴른', '더 서지' 등 소울라이크 장르를 표방한 작품을 제작한 덱 13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광활한 사막을 질주하며,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오픈월드 장르에 소울라이크 액션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초반은 굉장히 지루하지만, 플레이할수록 점점 재미의 가속도가 붙는 대기만성형 식 콘텐츠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초반에 힘을 꽉 주고, 뒤로 갈수록 점차 플레이가 지루해지는 게임들이 많아지는 것과 비교하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우선 이 게임의 초반부는 "어렵고, 복잡하다"라는 말로 정의된다. 주인공이 의문의 무기 ‘건틀릿’을 손에 넣으면서 시작되는 첫 전투부터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와 HP가 바닥을 보였을 정도로 난도가 높다.
여기에 적들의 패턴 역시 하나가 공격하면 하나는 뒤로 이동해서 갑자기 돌격하거나 공격을 회피했다가 엇박자로 들어오는 등 방어, 회피가 힘들어 잡몹이라 해도 전투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계속 이래저래 맞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 보스급으로 등장하는 대형 몬스터는 막대한 HP와 함께 부위(코어) 파괴가 구현되어 있어 일정 부위를 파괴하지 않으면 핵심 부위에 대미지를 주기 어려운 형태로 설계되어 있고, 잡몹을 여럿 대동하고 등장한다.
이에 몬스터 ‘공격 피하랴, 대미지 주랴’ 손이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며, 어떤 부위를 파괴해야 하는지까지 파악해야 해서 전투 난도는 더더욱 올라간다.
이렇게 전투의 난도가 높다면 캐릭터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 성장마저도 쉽지 않다. '아틀라스 폴른'은 캐릭터 레벨이 없는 대신 신이 깃든 무기 ‘건틀릿’의 능력을 해금하고, 갑옷의 레벨을 높여야 능력치가 상승하는 육성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많은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해결해도 직접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전투와 퀘스트를 통해 얻는 공물(금화)과 에센스를 통해 갑옷을 강화하거나 ‘건틀릿’에 착용할 수 있는 ‘에센스 스톤’을 모으며,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전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모으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더욱이 ‘건틀릿’에 착용할 수 있는 ‘에센스 스톤’은 다양한 부가 효과와 함께 추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스킬 트리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대형 보스를 사냥하거나 몬스터가 지키고 있는 상자를 열어야 얻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조합을 구성하기 까다롭다.
또한, ‘건틀릿’ 조각을 모으면 이중 도약, 건물 잔해 들어올리기 등의 능력이 강화되어 갈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지만, 초반에는 눈에 보이는 장소도 이동할 수 없어 동선이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게임의 초반 콘텐츠 구성은 어려운 것을 넘어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난도가 높다.
하지만 이 모든 역경과 고난을 넘어서 중반부로 돌입하면, '아틀라스 폴른'이 지닌 재미 요소를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다. 먼저 ‘건틀릿’이 어느 정도 강화된 이후부터는 공간의 제약이 사라져 하늘 높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여러 지역을 오가며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어 성장 속도와 스토리 진행이 급격히 빨라진다.
특히, 이전까지는 혹여 몬스터라도 만날까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모래사막을 질주하는 쾌감이 상당해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맵을 이동하며 빠른 스피드를 만끽하는 경우도 종종 생길 정도다.
또한, ‘에센스 스톤’을 모을수록 더욱 다양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데, 이 에센스 스톤 조합에 따라 공격 위주의 전투나 방어 혹은 회피 위주의 전투 그리고 다양한 추가 스킬을 통해 변칙적으로 몬스터를 제압하는 등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킬 조합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것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더욱이 상위 지역의 대형 몬스터는 HP는 늘어나지만, 전투 패턴이나 부위 파괴 특성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어 갑옷을 일정 수준 강화하고, 에센스 스톤을 모은 상태라면 몬스터를 피해 다녔던 초반부와 달리 이제는 몬스터를 찾아다닐 정도로 전투의 난도가 확 낮아지게 된다.
본 기자가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이런 중소 개발사의 오픈월드 게임에서 흔히 발생하는 끼임 현상이나 이동 버그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중 점프와 도약 등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지형에 이동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모든 지역이 안정적으로 구현되어 있고, 같은 고도 임에도 어디는 착지할 수 있고, 어디는 못 하는 상황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온갖 맵을 쑤시고 다니는 본 기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전투와 퀘스트보다 “저긴 갈 수 있을까?” 하며 도전하는 시간이 더 길었고, 이 높은 지역에 구현된 보물상자나 퍼즐도 상당히 많아 이를 해금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이처럼 ‘아틀라스 폴른’은 개발사인 덱13 특유의 난도 높은 전투와 다소 이질적인 성장 시스템 그리고 동선이 상당히 꼬여 있는 초반부를 넘어서면, 게임이 가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다.
만약 스타필드 등의 대작들이 출시되는 9월까지 즐길만한 액션 게임을 찾는 도전 정신이 높은 이용자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도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본 기자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