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들의 인디 분야 진출! 고민이 깊어진 소규모 인디 게임사들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들이 창의력인 발상을 앞세워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는 인디 게임 분야가 대형 게임사들의 참여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등이 대형 게임사들이 인디 게임사들을 후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거나, 퍼블리싱을 통해 부족한 마케팅 능력을 보완해주는 등의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들도 너무 틀에 박힌 대작 위주의 신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해외 시장을 노리고 좀 더 자유로운 발상을 담은 인디 게임 스타일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소규모 인디 게임사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넥슨은 민트로켓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성공작을 배출했으며, 서울을 배경으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장르 ‘낙원’과 탑뷰 시점의 팀 대전 액션 게임 ‘TB’ 등 다양한 신작을 예고하고 있다. 독립 스튜디오 운영 체제 강화를 선언한 크래프톤도 ‘킬 더 크로우즈’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형태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인디 게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방치형RPG다.
엠게임이 자체 개발한 방치형RPG ‘퀸즈나이츠’를 출시했으며, 넷마블은 자사의 대표 IP인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방치형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 게임사들이 방치형 장르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MMORPG에 비해 개발 난이도가 낮으면서, 개발비 대비 매우 인상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분석 업체 센서타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RPG 장르 내에서 방치형RPG의 구매 수익 비중이 2020년에 1%, 2021년에 2%, 2023년에 3%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소규모 개발사였던 다에리소프트는 구글 매출 30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킨 방치형RPG ‘사신키우기’의 흥행에 힘입어 인디 게임 퍼블리싱으로 유명한 중형 게임사로 자리잡았으며, 쿡앱스 역시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 등 방치형RPG 글로벌 성과에 힘입어 매출 몇 백억 원을 자랑하는 글로벌 게임사로 자리잡았다.
대형 게임사들까지 인디 게임 분야에 진출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부족한 자본과 실력을 열정으로 보완하고 있는 순수 인디 게임사들이다.
실력과 자본은 부족하지만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시장 트렌드에 민감한 신작을 얼리액세스로 빠르게 선보이고, 이후에 반응이 좋으면 게임을 보완해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지만, 대형 게임사들이 얼리액세스 단계부터 참신한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이미 완성도까지 갖춘 게임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텀블벅 등을 통해 모금을 진행했다가, 게임을 출시하지도 않고 사라지는 먹튀 사례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왕이면 신뢰가 있는 게임사, 그리고 좀 더 완성도를 갖춘 게임들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출시 후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꾸준한 발전을 통해 글로벌 100만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프로젝트 문 등 이용자들의 신뢰에 보답하는 소규모 게임사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BIC 등 대형 인디 게임쇼에서도 주목받는 게임들이 소수에 불과한 만큼, 당장 내일이 불안한 인디 게임사들이 모두 끝까지 살아남아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대형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힘으로 자유로운 발상을 추구하는 것이 인디 게임의 정의였지만, 이제는 인디 게임사들도 생존을 위해서 퍼블리싱이나 마케팅 제휴 등 현실적인 선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