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젠지의 우승으로 막 내린 ‘2023 LCK 서머’ 무엇을 남겼나?
수많은 이슈를 남긴 2023 LCK 서머 스플릿이 지난 20일 젠지의 3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유난히 많은 이슈를 남긴 대회였다. 플레이오프(이하 PO)의 마지막 자리인 6위를 두고 마지막까지 펼쳐진 경쟁과 페이커의 복귀 후 달라진 T1의 경기력 그리고 롤드컵을 향한 팀들의 치열한 대결 등 다양한 이슈 거리로 시즌 내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5%의 확률을 뚫고 PO에 진출한 DRX]
이번 시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PO 진출 경쟁이었다. PO에 진출할 수 있는 순위인 6위 자리를 두고 무려 5개의 팀이 경쟁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시즌 말미에는 한 팀의 승리와 패배에 따라 순위가 2~3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혼돈의 격전이 펼쳐졌다.
사실 이번 시즌 6위 자리에 가장 근접한 팀은 전반기에만 4승을 거두며 신인 돌풍을 일으킨 '광동 프릭스'였으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무려 10연패를 기록. 결국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한 채 최하위인 10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 중 8주 차까지, 공동 9위로 최하위에 있던 DRX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2연승을 기록해 6승 12패로 PO 진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DRX의 PO 진출 확률은 고작 5%였으나, KT, 젠지, T1 등 갈길 바쁜 상위권 팀들을 만났던 경쟁 팀들과 달리 OK 저축은행 브리온과 광동 프릭스 등 하위권 팀과 매치가 남아있던 영향이 컸다.
비록 PO에서 만난 한화생명 e스포츠에게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3:0 완패를 기록했지만, 팀의 핵심 멤버인 '베릴' 조건희를 중심으로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준 DRX의 분투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규 시즌 1위 KT의 씁쓸한 마무리]
이번 시즌은 KT 롤스터(이하 KT)에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던 시즌이었다. 1라운드에서 젠지에게 패배한 이후 단 한 번의 패도 없이 전승 가도를 달렸던 KT는 22일 젠지마저 꺾으며, 당당히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 시즌 1위 자격으로 KT가 PO에서 지목한 팀은 통신사 라이벌 T1이었다. 이번 시즌 KT는 정규 시즌 T1을 상대로 2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T1 역시 페이커의 복귀 이후로 경기력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아있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다전제의 T1은 달랐다. 10일 열린 PO 2라운드 경기에서 T1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결국 패승승패승을 기록. 3:2로 KT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마음을 다잡은 KT는 한화생명 e스포츠를 압살하며, 다시 결승 진출전에 올랐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T1을 만나 재대결을 펼쳤다.
결승에 대한 집념으로 가득 찬 두 팀은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모르는 명경기를 연출했고, 마지막 5세트에서 나온 4연속 스틸은 대전컨벤션센터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베테랑 ‘페이커’ 이상혁의 스킬이 KT의 원거리딜러 ‘에이밍’ 김하람에게 적중했고, 결국 최종 승자는 T1이 되었다.
정규 시즌 극강의 모습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결승전 진출 실패와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짓지 못한 KT의 아쉬움이 남은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느낀 페이커의 존재감]
이번 서머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페이커’ 이상혁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시즌이었다. ‘페이커’는 전세계 LOL e스포츠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슈퍼스타로 한국 LCK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이 ‘페이커’는 이번 시즌 데뷔 후 첫 부상 이탈을 경험했다. 지난 7월 6일 T1은 공식 매체를 통해 '페이커'가 휴식 기간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오른팔과 손 부위에 통증이 생겼고, 병원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었으나 원활한 치료와 회복을 위해 몇 주간 휴식기를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페이커’의 부재 속 경기를 치른 T1은 하위권 팀인 DRX에게 2:0 패배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8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건졌다. 패배도 패배였지만, LCK 명문으로 불리는 T1답지 않은 경기력이 더 큰 문제였다.
하지만 ‘페이커’의 복귀 후 T1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8월 2일 페이커의 복귀 이후 T1은 언제 부진했냐는 듯 180도 다른 경기력으로 ‘광동 프릭스’를 격파했다. PO에서도 ‘페이커’ 효과는 이어져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진출.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번 시즌 ‘페이커’의 활약으로 LCK는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했지만, 페이커의 부재의 그림자도 여실히 체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페이커’의 부상 이탈 이후 LCK는 T1은 물론, 전체 시청률이 감소했다. ‘페이커’의 부재 속 열린 T1의 경기의 시청자는 평균 40만이었지만, 페이커가 복귀한 6일 경기는 무려 18%의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한 선수의 출전 여부가 프로리그 전체의 시청률을 좌우한 셈이다. 결국 이번 페이커의 부재로 인해 LCK는 다시 한번 페이커의 존재감을 여실히 체감했다.
더욱이 2012년 데뷔한 ‘페이커’는 1996년생으로 프로게이머 기준으로는 노장으로 분류된다. 비록 여전히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페이커가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선수로 뛸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LCK는 올 시즌을 통해 ‘페이커’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