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아니면 폭망. 고민하게 만드는 오픈월드 게임
개인마다 AAA급 게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최근들어 오픈월드가 AAA급 게임의 중요 기준점 중에 하나로 꼽히는 분위기다.
개발사가 미리 배치해둔 길을 무작정 따라가기만 하는 것보다는 방대한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더욱 더 실감나는 모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리 설정해둔 지역만 순차적으로 구현하면 되는 선형적인 구조의 게임과 다르게, 방대한 세계를 모두 구현해둬야 하기 때문에, 개발사의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소울라이크에 오픈월드를 더한 ‘엘든링’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으며, 이전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GTA5’, ‘레드 데드 리뎀션’, ‘더 위쳐3 와일드 헌트’ 등 오픈월드를 선택한 게임들이 그 해 최고 게임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에서도 대형 게임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MMORPG들 대부분이 로딩없이 자유롭게 방대한 세계를 모험할 수 있는 심리스 오픈월드를 주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대형 게임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선보이는 기대작들이 대부분 오픈월드를 선택하고 있다보니,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는 흥행작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오픈월드 게임을 떠올리면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GTA5’처럼 다른 게임들을 압도하는 대작들이 떠오르지만, 그 해 최악의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망한 게임들도 많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포스포큰’이라는 희대의 망작이 탄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던 베데스다의 ‘스타필드’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기술력, 개발비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에,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폭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오픈월드 장르의 장점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이 장르를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난관이기도 하다. 이용자들이 현실 세계라고 느껴질만큼 방대한 세계를 구현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의 로딩이 없는 심리스로 오픈월드를 구현하겠다고 하면 개발비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을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타필드’도 방대한 우주를 모두 심리스로 구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행성 이동 부분을 모두 로딩 화면으로 대체하면서, 욕을 먹고 있는 중이다.
선형적인 구조의 게임에서는 이용자들이 다른 길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이벤트들을 준비해두면 되지만,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패턴으로 돌아다니는 이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맞는 길로 유도해야 한다는 과제도 생긴다.
오픈월드 게임의 기준을 바꿨다는 극찬을 받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도 초반에 방한복을 얻은 뒤 설원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을 준비해뒀지만, 방한복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설원으로 이동했다가 얼어죽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메인 퀘스트가 약하면 서브 퀘스트를 하다가 의도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해서 게임 진행이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며, 서브 퀘스트가 약하면 힘들게 구현한 방대한 오픈월드가 텅텅 빈 황무지처럼 쓸모 없는 공간처럼 느껴지게 된다. 반대로 지역마다 콘텐츠를 가득 채우겠다고 스토리와 관련이 없는 반복 퀘스트를 배치할 경우,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이른바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라고 불리는 식상한 방식의 오픈월드다.
이렇게 수준 높은 오픈월드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개발자가 정해둔 길로만 가야하는 선형적 구조 게임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다가가면 보이지 않은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이동을 할 수 없게 되면, 몰입감이 확 떨어지게 된다.
또한, 다른 게임과의 기술력 차이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만들기 힘든 만큼 오픈월드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으며, 만약 이용자들을 만족시키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선형적인 구조를 선택한 게임보다 더 많은 플레이 타임을 제공할 수 있어, 몇 년간 인기가 지속되는 대박 게임이 될 수 있다. 오픈월드를 잘 구현해둔 덕분에 싱글 플레이 게임을 넘어서 온라인 게임으로 진화한 GTA온라인, 레드 데드 온라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많은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 게임에 더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보다 오픈월드 게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앞서 오픈월드 게임의 기준점을 올려놓은 대작들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기대치도 올라가버려서, 웬만큼 잘만든 게임이 아니라면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된다.
EA의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매스이펙트’도 마지막 작품인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에서 어설픈 오픈월드 시도로 폭망하면서, 차기작은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으로도 오픈월드가 AAA급 게임의 기준점으로 계속 자리잡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