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좌충우돌 유니티가 쏘아 올린 보름간의 대소동
2023년 9월 12일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는 자신들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4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런타임 요금제’를 깜짝 공개했습니다.
유니티는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게임 엔진입니다. 실제로 세계 매출 상위 천 개의 게임 중 70% 이상이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엔진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유니티는 필수로 배워야 하는 엔진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죠.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유니티가 새롭게 도입할 이 ‘런타임 요금제’는 다운로드에 따라 요금이 책정되는 이전까지 유니티의 사업 방식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습니다.
이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반응은 아주 뜨거웠습니다.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개발자들이 속출했고, 약관 무단 변경 등을 이유로 법정 공방을 예고한 이들도 등장할 정도로 뜨겁다 못해 불타버릴 지경까지 치달았습니다.
결국 유니티는 25일 결국 요금제를 대폭 수정했고, 이 유니티가 쏘아 올린 좌충우돌 대소동은 약 보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개발자들은 이 유니티의 요금제에 그토록 반발한 것일까요? 이전까지 유니티는 자본금 10만 달러 미만인 개인과 소규모 개발사를 대상으로 한 '유니티 플러스'와 '유니티 퍼스널'. 일반 기업용 유료 제품인 '유니티 프로'와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등으로 나누어 엔진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요금제에는 일정 다운로드 수를 초과하면 추가 요금이 붙는 '유니티 런타임 요금' 항목이 추가됐죠.
이에 따르면 소규모 개발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니티 플러스/ 퍼스날'로 개발한 게임이 20만 달러(한화 약 2억 6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 다운로드 1회당 0.2 달러(한화 약 270원)의 요금이 책정되어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에 일반 기업용인 '유니티 프로 / 엔터프라이즈' 역시 연 매출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 다운로드 100만 회를 초과하면 추가 다운로드 한 건당 최대 0.15 달러(한화 약 200원), 0.125 달러(한화 약 170원)가 각각 부과되죠.
유니티는 이 새로운 '유니티 런타임' 요금은 일정 기준을 초과한 이후 발생하는 설치에 대해 건 단위로 요금이 청구되며, 표준 요금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한국도 포함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한 게임이 흥행하면 다운로드가 발생할 때마다 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그에 비례하여 커진다는 말이었습니다.
만약 소규모 인디 개발사가 유니티로 만든 신작 게임이 갑자기 대박이 터져서 3억에 가까운 매출과 다운로드가 몇백만을 돌파하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수십억 원에 가까운 런타임 요금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유니티 측도 “‘런타임 요금제’는 설치 1건당 단 한 번만 요금이 청구되고, 한번 요금을 제공하면 반복해서 내지 않아도 된다. 유니티 고객의 90% 이상은 이번 변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말로 진화에 나섰지만, 개발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컸습니다.
이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유니티 요금제의 집계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었죠.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은 실로 다양합니다.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등 소프트웨어 공식 스토어에서 다운받는 방식도 있고, 국가별 지역별로 서비스되는 스토어에서 받을 수도 있고요, 심지어 APK 파일을 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하거나 온갖 불법적인 방식으로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유니티가 국가 기관도 아니고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요금이 책정되는 이 ‘런타임 요금제’를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누가 어떻게 집계할 것이며, 재설치는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라는 반론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여기에 유니티의 한 관계자가 “유니티는 불법 소프트웨어와 정품을 구별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건 미국 시총 1위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도 못 하는 기술입니다. MS가 윈도우 불법 복사본으로 얼마나 골머리를 앓는지 살펴보면 정말 경솔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발언이죠.
여기에 현재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시장은 표준 요금보다 낮은 가격정책이 유지되어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기도 했고, 다운로드에 대한 과금은 유니티의 서비스 약관을 위반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온갖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습니다.
개발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반대 운동에 나섰습니다. '어몽어스'의 개발사 ‘이너슬로스’는 SNS를 통해 유니티의 이번 가격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요구하며 "이 유니티의 새 요금은 개발사들에 큰 피해를 주며,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기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컬트 오브 더 램’의 개발사 ‘매시브 몬스터’와 ‘슽레이 더 스파이어’의 개발사 ‘메가 크리트’은 유니티의 새 과금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더 이상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했죠.
더욱이 새로운 과금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유니티를 상대로 살해 협박을 하여 사무실이 폐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유니티의 존 리치티엘로 CEO가 직원들과 대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살해 협박을 받아 회의를 취소하고, 오스틴과 캘리포니아의 사무실 두 곳이 폐쇄되어 외신이 이 소식을 속보로 다루기도 할 정도였죠.
이처럼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이에 유니티 엔진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하자 유니티는 결국 새로운 요금제를 발표한 지 약 보름만인 25일 런타임 요금제 수정안 발표하며 완전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이었던 런타임 요금제가 적용되는 구간이 축소됐고, 소규모 개발팀이 주로 사용하던 ‘유니티 퍼스널’에는 런타임 요금이 적용되지 않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런타임 수수료 역시 게임의 매월 매출의 2.5% 수익 배분 혹은 신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산정된 금액 중 낮은 금액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되어 개발자가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하도록 변경됐죠.
여기에 많은 지적을 받았던 다운로드 집계 방식 역시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사가 데이터를 셀프 리포트 하는 방식으로 집계하고, 매출과 최초 이용자 참여 집계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개발사와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새로운 도구와 프로세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논란이 된 부분은 축소하고, 명확한 데이터 집계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힌 셈이었습니다. 이에 몇몇 개발자들은 “다운로드가 아니라 게임 매출을 기반으로 구간을 나누어 요금을 적용하고, 요금제 발표전 개발사에게 의견을 한 번이라도 물어봤다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이 약 보름간 벌어진 유니티 대소동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유니티 엔진에 대한 ‘차가운 시선’, 한번이 어렵지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신’, 그리고 유니티를 벗어나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으로 갈아타겠다는 개발자들의 선언뿐이었습니다.
게임 시장에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순간에 추락한 사례가 수도 없이 존재합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짧은 시간에 매서운 회초리를 무수히 많이 맞은 유니티가 이를 교훈 삼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