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릭컬 리바이브’, 말랑말랑한 볼따구 뒤에 숨겨진 매운맛!
게임을 실행할 때부터 캐릭터의 볼을 잡아당기고, 뽑기의 연출도 볼을 쭈욱 늘리는 형태인, 그야말로 ‘볼따구’에 진심인 게임이 있다.
지난 9월 27일 에피드게임즈가 출시한 ‘트릭컬 리바이브(이하 트릭컬)’는 특유의 말랑하고 동글동글한 SD 그림체를 간판으로 내세운 모바일 서브컬처 수집형 RPG다. 게임은 다양한 종족이 존재하는 세계 ‘엘리아스’에 갑자기 떨어진 ‘교주’가 되어 사건 사고를 정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릭컬의 첫인상은 참 괜찮았다. 특유의 그림체를 앞세운 만큼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는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귀여웠고, 개그 요소를 아낌없이 끼얹은 스토리는 다른 게임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 났다. 이렇게까지 많은 밈(meme)과 커뮤니티 내 도는 유머를 사용하는 게임이 더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관련해서 ‘속마음’ 시스템도 참 인상 깊었는데, 이용자는 스토리를 보다가 우측 하단 ‘속마음’ 버튼을 누르면 대화하는 캐릭터의 진심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무뚝뚝해 보이는 캐릭터가 사실 자기가 친 회심의 개그를 좋아하고 있거나, 항상 웃고 있는 캐릭터가 속으로는 어떻게 상대를 제압할지 고민하는 등 캐릭터들의 반전 매력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어서 취향은 좀 갈릴 수 있으나, 적절한 확률 요소가 포함된 전투 시스템도 나쁘지 않았다. 트릭컬 내 전투 시스템은 매 라운드마다 무작위로 제시되는 카드 3장을 이용해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이로운 효과를 주는 아티팩트나 스펠 카드를 획득해 적과 싸우는 형식이다.
카드는 적이 나오는 ‘웨이브’가 지나갈 때마다 제공하는 재화인 ‘코인’을 통해서 뽑을 수 있고, 제시된 카드가 마음에 안 들 때도 ‘코인’을 소모해 선택지를 바꿀 수 있다.
캐릭터의 강화를 ‘학년’이라는 이름으로 구분지은 것도 독특했다. 트릭컬에서는 전투 중 캐릭터를 강화하면 ‘학년’이 올라간다. 1 강화에서부터 3 강화는 ‘저학년’, 3에서부터 6학년은 ‘고학년’으로 구분되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달라진다.
초반부를 제외하면 자동 전투도 지원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거나 피곤할 때는 AI에게 전략을 맡겨도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좋다. 하지만 플레이할수록 귀엽고 말랑말랑한 캐릭터들 뒤의 ‘매운맛’이 스멀스멀 느껴지기 시작했다.
먼저, 수집형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에 대해서 살펴보자. 트릭컬에는 캐릭터 등급이 ‘1성’, ‘2성’, ‘3성’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3성에 ‘엘다인’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사실상 상위 등급이 하나 더 있다.
‘엘다인’은 3성 중에서도 특히 뽑기 확률이 매우 낮고, 타 캐릭터에 비해 월등히 강한 캐릭터를 의미한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필그람’을 알고 있다면 이해하기 더 쉽겠다.
뽑기 어려운 강력한 캐릭터에는 잡음이 뒤따라오듯, 트릭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타 캐릭터에 비해 지나치게 강력한 능력치를 가진 캐릭터는 밸런스 문제를 끌고 들어온다. 게임에 PVP 요소가 존재하니 문제는 더 커졌다.
실제로 게임 커뮤니티 내 이용자들은 “자신보다 훨씬 공격력이 낮은 상대에게 전투를 걸어도, ‘엘다인’ 유무로 지는 일이 많다”며, “공격력을 보는 것보다 상대 진영에 ‘엘다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다. 아무리 캐릭터를 잘 키워도 ‘엘다인’ 못 이기겠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필자도 공감하는 바다.
뽑기 어려운 만큼 획득했을 때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엘다인’이 게임의 진입 장벽으로 느껴지는 것도 부정할 순 없겠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나치게 방대한 재화의 종류와 성장 시스템도 게임에 대한 피로도를 높였다.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레벨’부터 ‘장비’, ‘스킬’에 이어 ‘승급’, ‘보드’, ‘호루라기(모여라 사도)’ 등이 존재한다.
그 중 ‘호루라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용자는 ‘호루라기’를 불어서 캐릭터를 ‘광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다. 광장은 9개로, 각각 모인 사도들에게 ‘HP’, ‘물리 공격력’, ‘치명타 저항’ 등의 효과를 부여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광장에 캐릭터가 모이는 수, 모이는 캐릭터 등이 전부 랜덤이라면 어떨까. 이용자는 원하는 캐릭터에게 알맞은 효과를 부여하기 위해선 ‘호루라기’ 아이템을 꾸준히 소비해가며 빨리 와주길 비는 수밖에 없다.
어찌저찌 원하는 캐릭터에게 효과를 붙여준다고 해도, ‘엘다인’처럼 상위 등급 캐릭터를 뽑아버리면 무용지물. 특정 캐릭터는 계속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잠금’ 시스템도 없어서,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진행해야 한다.
‘호루라기’를 비롯해서 성장에 소비하는 인 게임 재화도 다 달라서 중간중간 ‘던전’, ‘세계수 굴착기지’ 등의 콘텐츠를 진행해 자원을 수급해야 했다. 적당히 끊어가지 않으면 정말 하루종일 플레이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
트릭컬 말고도 성장 요소가 많은 게임은 수두룩하지만, 출시 한 달도 안 된 게임이라고 말하기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본다. 하나하나 천천히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추가했다면 모를까, 한 번에 우르르 쏟아지니, 방대한 콘텐츠와 성장 요소를 기뻐하기보단 ‘숙제’처럼 느껴지며 기운이 빠졌다.
결론적으로, 트릭컬은 특색있는 일러스트와 스토리로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숙제’처럼 느껴질 만큼 어렵고 방대한 성장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점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게임이다.
모든 수집형 게임이 그러하듯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꾸준히 할만하긴 하지만, 가볍게 즐기는 용도로 플레이하기엔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에피드게임즈가 적절한 시스템 조정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