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 패러다임을 바꾼 ‘데이브 더 다이버’의 성공

2023년 넥슨의 최대 히트작을 꼽으라면 단연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를 꼽을 수 있다.

지난 6월 29일 정식 출시된 ‘데이브’는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한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으로, 블루홀을 탐험하며 해양 생물을 사냥하는 어드벤처 요소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데이브’는 2D 픽셀 그래픽과 어드벤처 요소를 내세운 인디 게임에 가까운 작품이다.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온라인 게임도 아니고, 뛰어난 그래픽이나 획기적인 시스템을 내세운 게임은 더더욱 아니다.

데이브
데이브

그런데도 이 ‘데이브’가 이토록 많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기존의 한국 게임 시장에서 통용되던 문법과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브’의 성공 이후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게임의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징후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해외 시장을 두드린 국내 게임 중 상당수는 MMORPG 장르를 표방하고 있었고, ‘한국 게임 = MMORPG’라는 일종의 인식이 오랜 시간 해외 이용자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데이브’는 이전의 게임들과 달리 2D 픽셀 그래픽의 싱글 어드벤처 게임으로 출시됐고, 200만 장이 넘는 전체 판매량 중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집 안보다 밖에서 더 뜨거운 흥행을 기록 중이다.

‘데이브’의 출시 이후 기록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정식 출시 직후 '데이브'는 외신과 메타크리틱 등 해외 주요 평가 사이트에서 9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출시 이틀 만에 스팀 인기 1위를 기록한 데이브
출시 이틀 만에 스팀 인기 1위를 기록한 데이브

유난히 많은 명작이 즐비한 2023년 게임 중에서도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에 선정될 만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낼 정도였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스팀 버전 출시 직후 '데이브'는 인기 게임 1위를 기록했다. 2D 도트 그래픽의 해양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 스팀 전체 판매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이용자들이 직접 평가하는 스팀 평가에서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게임의 판매량이 많을수록 평가가 낮아지는 사례가 많음에도 ‘데이브’는 출시 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약 5만 4천여 명의 이용자들이 "압도적 긍정적"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의 많은 이용자들은 ‘데이브’와 함께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을 함께 언급하며, 기존의 일본, 서구권 게임과는 다른 스타일의 게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한국 게임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한 많은 외신 기사가 쏟아질 정도였다. 멀게만 느껴졌던 북미, 유럽 등 서구권 시장이 이제 가깝게 다가온 셈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
데이브 더 다이버

출시 과정 역시 독특했다. ‘데이브’는 지난해 10월 스팀 얼리액세스(앞서 해보기)를 통해 먼저 출시됐다.

‘데이브’는 6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고쳐나갔고, 호불호가 갈렸던 레스토랑 경영 시스템을 수정하고, 다양한 미니게임을 꾸준히 추가해 나가며, 이용자들의 평가를 끌어올렸다. 온라인 게임도 아닌 싱글 패키지 게임이 CBT를 무려 6개월간이나 진행한 셈이다.

이전까지 많은 게임사와 인디 게임사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곳도 아닌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 중인 넥슨이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주로 시도하던 얼리액세스를 진행했다는 것은 시장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넥슨은 이후 출시된 ‘워헤이븐’, ‘퍼스트 디센던트’, ‘더 파이널스’ 등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를 얼리액세스, 스팀 공개 테스트 등으로 선보였고, 국내외 이용자들의 피드백 속에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타 게임사들 역시 이러한 방식을 통해 프로젝트를 공개한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중이다.

일본 닌텐도 e숍 판매 순위
일본 닌텐도 e숍 판매 순위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데이브’는 '이블팩토리', '에프터디엔드' 등의 작품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았던 황재호 디렉터가 개발을 맡은 작품으로 초기 개발 인원이 10명도 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프로젝트였다.

20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한 것은 물론, 닌텐도 스위치 버전까지 발매된 게임이지만, 현재 개발 인력이 20명이 넘지 않을 정도로 ‘데이브’는 넥슨이라는 거대한 기업과 비교하면 적은 개발 규모를 유지 중이다.

소규모 프로젝트는 화려한 그래픽이나 수십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MMORPG와 같은 장르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독특한 컨셉의 게임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브의 주요 개발진
데이브의 주요 개발진

이에 ‘데이브’의 성공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새롭게 ‘레퍼런스’(참고&인용) 할 수 있는 사례로 남았으며, 이는 다른 대형 게임사들 역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독특한 게임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데이브’는 넥슨이라는 대형 게임사에서 선보인 싱글 패키지 게임이라는 점과 소규모 프로젝트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어 시장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남았다”라며, “새로운 시도가 성과를 보인 만큼 이 성공이 다른 게임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존 MMORPG 위주의 프로젝트가 아닌 독특하고, 다양한 장르의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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