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럽티드’ 개발한 36리터스, “개발 만큼이나 파는 것도 어렵다”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이 해외에서 호평받으면서 국산 인디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산 패키지 게임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창세기전’ 시리즈도 시리즈 전체 누적으로 100만장을 겨우 넘겼을 정도로 국내 패키지 시장은 한계가 뚜렸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린 국산 인디 게임들이 단일 게임 100만 장 판매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성공한 게임들이 주목을 받고 있을뿐이지, 나머지 대다수의 인디 게임사들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금과 개발력 부족으로 게임을 완성하는 것부터 쉽지 않으며, 열심히 만들었어도, 대형 게임사들의 마케팅에 밀려서 게임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진행하는 각종 인디게임사 지원 정책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게임동아에서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글로벌 시장 상용화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36리터스를 만나, 인디 게임사가 글로벌 진출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을 들어봤다.
“저희는 '커럽티드'를 만들고 있는 36리터스입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해서 게임을 개발 중이고, 이번에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얼리액세스 출시에 이어, 스팀 얼리액세스 출시를 준비중입니다. 이전 회사에 다닐 때 사람들이 좋아할거야 라는 생각만으로 만들었던 게임들이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36리터스는 저희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즐겁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36리터스는 2021년 경기게임오디션 2위에 수상한 게임사로, 그들이 개발 중인 ‘커럽티드’는 실시간 전투에 카드 플레이를 가미한, 실시간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다. SF 아포칼립스 배경이다보니 그로테스크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것을 카툰 스타일로 재해석한 개성적인 그래픽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팀원을 배치하면 자동으로 싸우는 오토배틀러 스타일이지만, 이용자가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이나 자원 등으로 구성된 카드를 실시간으로 사용해 전투의 양상을 바꿀 수 있어, 전략적인 재미가 더 강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36리터스 김현우 대표의 말에 따르면 ‘커럽티드’ 출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발이야 열심히 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완성이 되지만, 열심히 만든 게임을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여러 방안을 실험해볼 수 있지만, 래딧 등 해외 커뮤니티는 활동경험이 없고, 언어의 장벽까지 있다보니,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해야하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것을 잘 아는 대행사가 있으면 도움이 됐겠지만, 소규모 개발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대행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때 많은 도움이 된 것이 이번 글로벌 시장 상용화 지원 사업이다. 지원 사업으로 받은 지원금 덕분에 커뮤니티, 플랫폼 소개 페이지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 제작부터, 구글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금 대비 마케팅 효과가 큰 킥스타터도 준비할 수 있었다.
보통 지원 사업의 경우 지원금 사용 분야가 한정적이거나, 서류 작업이 복잡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시장 상용화 지원 사업은 개발사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때는 직접 서비스를 선택할 수도, 퍼블리셔의 도움을 받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둘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디 게임사가 글로벌 진출시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퍼블리셔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김대표는 아무래도 퍼블리싱을 선택하면 수익 배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스팀의 경우 퍼블리셔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스팀 한정으로는 직접 서비스를 도전해볼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지도 높은 퍼블리셔를 선택할 경우 배급사 할인 이벤트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타 플랫폼 출시를 고려하고 있을 경우에는 플랫폼 이식부터 쉽지 않기 때문에 해당 플랫폼 경험이 많은 퍼블리셔와 협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커럽티드’의 경우에도 스팀은 직접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타 플랫폼 출시는 퍼블리셔와의 협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약 80% 정도 완성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은 멀티 협동 모드와 추가적인 콘텐츠 정도인 것 같네요. '커럽티드' 완성 이후에는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패러사이트'라는 신작을 준비중입니다. 이용자가 기생체가 되어 여러 생명체로 변신하면서 생존을 노리는 오픈월드 생존 장르입니다. TPS, FPS 시점을 전환할 수 있는 3D 게임이기 때문에 작은 생물과 거대 생물의 시야 차이에서 오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고정된 기지가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기지를 무대로 여러 상황에서 협동하는 과정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대표는 “글로벌 시장 상용화 지원 사업 대상이 된 덕분에 게임을 완성하고, 해외에 ‘커럽티드’ 이름을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글로벌 커뮤니티 에이전시, 글로벌 마케팅 에이전시와의 연결 등 소규모 개발사들이 직접하기 힘든 부분을 해결해주는 지원사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창업을 앞두고 있는 개발자들에게는 “개발에만 집중하다보면 각종 지원 사업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36링크스를 설립할 때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부터 받았는데, 그렇다보니 단계별 지원 사업중에 놓친 것이 많아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창업 후 여러 가지 문제가 찾아오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초반 위험을 낮춰야, 더 순로롭게 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