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으로 삼성보다 커진 기업, 텐센트!
일반적으로 “삼성과 텐센트 중 어디가 더 큰 회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삼성이라는 대답이 많이 나올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이고, 텐센트는 우리에게 비교적 낯선 중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까지는 삼성이 텐센트보다 덩치가 크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5월부터는 텐센트가 삼성을 앞서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 시가총액은 358조 원, 텐센트는 아시아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548조 원)를 넘기며 무려 1.6배 가량의 시장 가치 차이를 넓혔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도 텐센트는 시총 약 2조 9270억 5000만 위안(약 525조 원)을 기록하며 중국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텐센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IT 붐으로 인한 주가 폭등, 중국의 어마어마한 인구수를 바탕으로 하는 위챗(중국의 국민 메신저) 사업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텐센트의 한국 게임 사업을 가장 큰 성장 이유로 꼽는 바다.
텐센트의 기반? 한국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텐센트의 성공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건 한국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흥행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2001년 당시 중국 게임 산업은 샨다 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에서 개발한 ‘미르의 전설(중국 서비스명 열혈전기)’ 서비스로 엄청난 흥행 몰이를 하며 꽉 잡고 있었다. 2004년 당시 중국 게임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중국 내 동시접속자 수를 80만 명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때문에 수익 모델과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던 텐센트의 입장에서 게임 퍼블리싱은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보였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텐센트에게 게임을 맡기려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미미한 성과에 머물던 텐센트의 분위기가 반전된 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와의 계약 이후부터다.
‘크로스 파이어’ 퍼블리싱을 시작한 2007년 당시에는 큰 반응은 없었지만, 텐센트는 게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적극적인 스마일게이트와의 소통으로 중국 게이머에 맞게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 이후, 노력이 빛을 발한 건 2009년.
2009년 ‘크로스 파이어’는 동시접속자 100만 명을 기록하더니, 해가 지날수록 그의 배가 되는 이용자가 들어왔다. 최종적으로 약 420만 명의 기록을 세웠고, 역대 온라인 게임 역사상 최고 중국 동시 접속자 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호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부터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텐센트는 중국 전용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중국 지역에 맞게 네트워크 환경을 조정하는 등 현지 이용자를 적극 공략했다.
적극적인 현지 맞춤 전략에 2008년, 2009년 ‘던전앤파이터’는 권위 높은 중국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깃털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엄청난 성과를 보여줬다. 외에도 게임은 동시 접속자 500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꾸준히 중국 현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늘날에도 텐센트는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석기시대: 각성’,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모험도: 단풍전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 수많은 한국 게임을 적극 퍼블리싱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의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승리의 여신: 니케’,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의 한국 게임이 회사의 게임 매출을 이끌며 ‘매출 효자’로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단순 퍼블리싱을 넘어, 공격적인 투자!
텐센트 이야기를 꺼냈다면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 이야기도 빠지면 섭섭하다. 텐센트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2023년 기준 게임 회사 중 매출액 1등까지 차지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쥬 기준)
한국 게임사들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자면, 텐센트는 자회사인 ‘한리버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넷마블의 지분 17.52%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3대 주주에 오르는 보유량으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지분이 24.12%인 것을 생각하면 7%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크래프톤도 비슷하다. 텐센트는 자회사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크래프톤의 지분 13.7%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외에도 카카오 게임즈의 지분 4.34%는 물론, 간접적인 방식으로 웹젠과 라인게임즈 등에서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당장 지난 24일에는 800억 규모의 시프트업 주식을 매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은 상장 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두 회사가 상장한 이후인 지금은 막대한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순 한국 게임 퍼블리싱을 넘어, 공격적인 투자로도 이익을 벌어들인 셈.
해외 사례도 잠깐 언급하자면,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를 약 1조4천468억원에 인수했고, 약 9조 900억 원에 ‘클래시 오브 클랜’ 개발사인 ‘슈퍼셀’을 손에 넣었다. 에픽게임즈 역시 3684 억 원을 받으며 텐센트에게 지분 40%를 넘겨주게 됐다.
당장 텐센트가 손에 쥐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국내 PC방 순위 1위를 압도적으로 유지 중이고, 중국 앱스토어 순위를 살펴보면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왕자영요’, ‘화평정영’, ‘모험도: 단풍전설(메이플 M)’등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국내외 PC/모바일 시장 모두 텐센트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움직임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중국은 물론 한국 게임 시장까지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