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변화는 필연적. 올해 게임대상과 지스타가 보여준 새로운 흐름
올해 국내 게임업계를 마무리하는 최대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게임대상과 지스타2023 행사가 성황리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역대급 후보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게임대상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게임대상을 차지하면서 콘솔 게임이 19년 만에 게임 대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강력한 후보작들이 많았기 때문에, 싹쓸이는 안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심사위원들은 해외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P의 거짓’이 매우 인상적이었나봅니다. 대상뿐만 아니라 기술 창작상(기획/시나리오, 사운드, 그래픽)을 비롯해 인기게임상까지 모조리 품에 안겨줬습니다.
‘P의거짓’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데이브 더 다이버’도 강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최우수상에 머무른 것이 다소 아쉽긴 하네요. 올해 지스타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을 정도로 게임대상 의지를 보였지만, 우수상에 머무른 위메이드에게도 위로의 말을 보냅니다.
이번에 ‘P의거짓’의 게임 대상 수상으로 명확해진 것은 글로벌 판매량, 해외 주요 시상식 수상, 트리플A급 대작 등이 게임대상 수상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P의 거짓’은 지난해 게임스컴 어워드 2022'에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과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에 선정되면서 한국 최초로 3관왕에 오르는 등 해외 게임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도 ‘인기 출시 예정 제품’과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에서 각각 1위에, ‘일일 활성 체험판 플레이어 수’ 2위에 올랐네요.
판매량도 발매 한달도 안돼 글로벌 100만장을 넘었으며, MS의 XBOX 게임패스에도 발매 당일 입점됐기 때문에, 실제 플레이해본 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또한, 언리얼엔진4를 활용한 수준 높은 3D 그래픽, 그리고 PC, PS4, PS5, XBOX ONE, XBOX 시리즈 X/S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출시돼 해외 대작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글로벌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메타크리틱에서 90점 이상을 획득하면서 꼭 해봐야 할 게임으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특별한 수상 기록이 없다는 점, 그리고 2D 도트 그래픽 기반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디 게임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여기에 지난해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로 게임 대상을 수상해서 올해까지 받으면 2년 연속이 된다는 점과, 올해 지스타 B2C 부스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등 말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이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있긴 합니다.
역대 게임대상 수상 목록을 살펴보면 매번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명확한 기준점이 있긴 합니다.
2000년대 초까지는 ‘피와 기티’, ‘왕도의 비밀’, ‘리니지’, ‘EZ2DJ’, ‘창세기전3 파트2’ 등 여러 플랫폼에서 골고루 수상작이 나오다가, 그 이후부터는 ‘네이비필드’, ‘리니지2’ 등 온라인 게임이 수상했고, 2004년에 갑자기 콘솔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 더 크루세이더’가 튀어나온 뒤, 다시 2005년부터는 ‘열혈강호 온라인’, ‘그라나도 에스파다’, ‘아바’, ‘아이온’, ‘C9’, ‘마비노기 영웅전’, ‘테라’, ‘블레이드&소울’, ‘아키에이지’ 순으로 PC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가 열립니다.
그 뒤로 2014년부터는 ‘블레이드 for kakao’를 시작으로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레이븐 with NAVER’, ‘HIT’가 게임대상을 수상했고, 그 뒤 2017년에 ‘PUBG 배틀그라운드’가 모바일 액션RPG 시대를 끝냅니다. 이후 2018년에는 ‘검은사막 모바일’, 2019년에 ‘로스트아크’, 2020년에 ‘V4’, 2021년에 ‘오딘 발할라 라이징’, 2022년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순으로 국내에서 높은 흥행을 기록한 게임들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합니다.
이렇게 역대 수상작을 보면 대부분 당시 대세 장르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게임들이 수상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중간에 톡 튀는 2개의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킹덤언더파이어 더 크루세이더’와 ‘PUBG 배틀그라운드’입니다.
‘킹덤언더파이어 더 크루세이더’는 MS의 콘솔 시장 진출로 화제가 됐던 XBOX로 출시돼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당시 국내에 온라인 게임 시대 전성기가 열리던 시기이고, XBOX 국내 판매량은 처참했기 때문에 국내 판매량만 보면 후보가 될 성적이 아니었지만, 해외에 국위선양한 게임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이죠.
‘PUBG 배틀그라운드’ 역시 스팀으로 출시돼 전 세계에 배틀로얄 열풍을 일으킨 게임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우수상을 차지한 ‘리니지2레볼루션’의 국내 흥행 성적이 압도적이었고, 모바일MMORPG 시대를 열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지만, ‘PUBG 배틀그라운드’가 워낙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으니까요.
당시 트렌드를 거스르고 게임 대상 수상에 성공한 이 두 게임을 보면 게임대상의 수상 기준은 항상 글로벌 반응이 항상 최우선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보인 게임들이 없으면, 국내 매출, 인기 등을 고려해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게임들이 게임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죠. 또한, 게임의 기술력을 중시 여기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트리플A급 대작, 멀티플랫폼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이번 게임대상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다보니, 올해 지스타에 출품된 대형 게임사들의 주력 게임을 보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매출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보니, 콘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 게임들까지 직접 조작 위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해외 이용자들의 경우 확률형 뽑기로 대표되는 K과금, 그리고 지켜보기만 하는 자동 전투를 극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리니지M’ 때문에 전형적인 K 과금 게임을 대표하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자동 전투, 확률형 아이템을 싹 빼버린 ‘TL’과 루트슈터 장르에 새롭게 도전하는 ‘LLL’를 대표 게임으로 선보였고, 넷마블 역시 직접 조작 방식에 원신 스타일의 오픈월드를 적용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대표작으로 내세웠습니다.
크래프톤은 모바일 게임인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주력 게임으로 선보였지만, 이 역시 자동 전투는 완전히 배제된 던전크롤러 장르이며, 스마일게이트도 대표작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선보였지만, 이 역시 수동 조작 비중이 높습니다.
새로운 인기 장르로 떠오른 방치형 장르 등 자동 전투 게임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게임 대상을 노릴만한 회사의 간판 게임은 모두 수동 조작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게임들의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보니, 내년에도 강력한 신작들이 다수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게임이 어떤 성과를 앞세워 게임 대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