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도 과감하게 섭종’, 게임사들의 선택과 집중 이어진다
최근 게임사들의 과감한 선택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몇 달 채 되지 않은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는가 하면, 대대적으로 힘을 모으며 출시에 박차를 가하던 게임도 개발을 중지하는 경우가 있다.
반응이 좋지 않은, 혹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신작에 힘을 빼는 것보다는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게임이나 차기작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를 진행하다 애물단지 신세가 되기 전에, 빠르게 핸들을 꺾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인력이나 서비스 비용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과감한 서비스 중단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RT: 뉴 오더’가 있겠다. 이 게임은 나딕 게임즈의 첫 번째 차기작이자 클로저스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수집형 전략 RPG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던 PC 게임 ‘클로저스’를 모바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나, 그래픽 퀄리티 논란과 최적화 실패, 부족한 편의성과 액션성을 비롯한 게임성 등의 논란으로 기를 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앞세운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과 같은 어마어마한 경쟁 세력까지 등장하면서, 게임은 바람 앞 등불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고, 나딕게임즈는 6월 7일 출시된 ‘클로저스RT: 뉴 오더’를 한 달을 겨우 넘은 7월 14일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클로저스RT: 뉴 오더’의 서비스 종료를 통해 세이브한 인력과 시간 자원은 ‘Project B(가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Project B’ 역시 ‘클로저스’ IP를 기반으로 제작되고, 언리얼 엔진 5로 개발 예정이다. 모바일 대신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서브컬처 로그라이크’라는 신선한 장르를 앞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은 슈팅 배틀로열 ‘사이드불릿’도 최근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사이드불릿’은 올해 초 스팀에서 ‘데드사이트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된 후, 지난 10월 5일 플레이스테이션 5 타이틀로 재출시한 게임이다.
슈팅 게임 장르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사이드 뷰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무기 밸런스 문제와 점점 줄어드는 이용자로 인한 매칭의 어려움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데브시스터즈의 경영난까지 겹치며, 지난 27일 회사는 과감하게 ‘사이드불릿’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 시작 약 한 달 반만이다.
현재 데브시스터즈는 대표(이지훈, 김종훈)의 무보수 경영과 본사 희망퇴직 실시 등의 비상경영 체재에 돌입한 상태다. 이용자가 줄어드는 ‘사이드불릿’의 장기적인 라이브 서비스 비용은 줄이고, 데브시스터즈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쿠키런 IP를 활용한 ‘쿠키런: 모험의 탑’에 사활을 걸 것으로 파악된다.
‘쿠키런: 모험의 탑’은 2024년 출시 예정인 3D 멀티플레이 협동 액션 게임으로, 지난 ‘2023 지스타’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라인게임즈는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루트슈터 ‘퀀텀나이츠’의 서비스 계획을 철회했다. ‘퀀텀나이츠’는 라인게임즈가 전체 지분의 44.4%를 보유한 스페이스다이브에서 개발 중이던 게임으로, 라인게임즈의 게임 라인업을 소개하는 ‘LPG 2018’에서 핵심 타이틀로 소개됐던 프로젝트다. 최소 5년 이상을 준비했지만, 과감하게 출시 목록에서 제외한 것이다.
원인은 이번에도 경영난이다. 한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퀀텀나이츠’의 서비스 무산에 대해 ‘개발사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연내 출시를 예정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출시 계획은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퀀텀나이츠’의 서비스 취소로 자연스럽게 생겨난 여유 자원은 4분기 출시 예정인 모바일 SRPG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와 12월 서비스 예정인 콘솔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RPG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도 최근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지난 5월 얼리액세스로 얼굴을 비췄던 3인칭 슈팅 게임 ‘베일드 엑스퍼트’의 서비스를 12월 14일 종료할 예정이다.
‘베일드 엑스퍼트’는 3월에 있었던 파이널 테스트 당시 슈팅 액션과 협력 및 경쟁의 재미, 넥슨의 서비스 노하우 등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과열된 유사 장르의 시장과 밸런스 문제 등에서 아쉬움을 샀다. 넥슨 관계자도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보다 발전된 재미와 만족스러운 게임에 대한 새로운 여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베일드 엑스퍼트’의 서비스 종료에 대한 아쉬움 만큼, 유사 장르인 ‘더 파이널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넥슨의 자회사인 엠바크 스튜디오는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5일까지 1인칭 슈팅 게임인 ‘더 파이널스’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유로운 폭파(지형지물 상호작용)와 완성도 높은 슈팅감 등으로 큰 호평을 받은 이 게임은 동시 접속자 27만 명, 누적 이용 75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때문에 비교적 아쉬운 성과를 남긴 ‘베일드 엑스퍼트’를 넘어, 차기 기대작과 집중 라인업으로 ‘더 파이널스’를 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넥슨 관계자는 “기존 슈팅 게임과 다르게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더 파이널스’만의 파괴적 연출과 전략의 한계가 없는 자유도로 많은 글로벌 이용자 분들이 오픈 베타 테스트를 즐겨 주셨다”며 “이용자 분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빠른 시일 내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